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초속 5 센티미터-사랑이란 속도를 알 수 없는 경계단위처럼...

송씨네 2007. 7. 11. 22:39

 

 

벗꽃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Cm...

과연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일까?

'별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친숙한 신카이 마모토가 신작을 내놓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올해 시카프에 상영된 작품이자 화제작인 바로 이 작품 '초속 5센티미터'를 들고 찾아온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62분으로 킬링타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뭐야, 이게 정말 끝이야?'라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의 작품을 알고 싶다면 앞써 말한 '별의 목소리'나 '구름 저편 약속의 장소'의 작품을 봐야 한다고 본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그의 전작 '별의 목소리'에 대한 작품 이야기를 덧붙이려고 한다.

 

신카이 마모토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소녀와 소년, 그리고 그들의 애절한 사랑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18 금'의 뜨거운 영화(?)를 생각했다면 이 역시 오산이다.

작년 KBS의 '독립영화관'은 여름방학 특집으로 외국의 우수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았는데 그 때 내가 본 작품은 그의 작품이었던 바로 '별의 목소리'(2002)였다.

 

두 젊은 소년 소녀가 등장하고 소녀는 우주 비행사가 되어 저 멀리 은하계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소년은 그녀를 기다리기로 맘먹고 그녀를 기다린다.

몇 천, 몇 만 광년 떨어진 지구와 이름모를 행성 사이...

소녀는 휴대폰으로 소년에게 문자로 자신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부는 소년이 청년이 되고나서야 받게 된다.

너무나도 먼 거리라서 그 문자가 도착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그들에게 지구에서의 추억은 너무나도 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밖에는 기억할 수 밖에 없다.

 

 

 

'초속 5 센티미터'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소년 타카키와 소녀 아카리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서로 멀리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타카키는 도쿄에 그대로 살게 되지만 아카리가 살 곳은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다시 신주쿠 행 열차를 타고 수십번째 지나는 동네에 그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편지로 묻던 그들은 결국 만나기로 결심하고 타카키는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그들의 만남의 시간이 점차 늦어지고 있었고 타카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여기까지가 첫번째 에피소드인 '벗꽃초'이며 두번째 에피소드는 고등학생이 된 타카키와 멀리서 그를 바라보고 짝사랑하는 소녀 카나에의 이야기를 담은 '코스코나우트'이다.

세번째에 접어들어서는 어른이 된 아카리와 타카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운명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묶은 이 작품의 매인 제목과 동일한 '초속 5 센티미터'가 보여진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먼 거리라는 의외의 복병으로 인해 만남은 좌절된다.

그 후 그들은 철도 건널목에서 다시 만나지만 어른으로 변한 서로의 모습을 둘 다 발견하지 못하고 그들의 만남은 어긋나게 된다. 아울러 그들의 사랑은 결국은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잔인하게 그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동안 생각없이 봐오던 애니메이션들과는 질부터가 틀린 작품이 바로 신카이 마모토 작품들의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어렸을 때는 편지로 서로의 감정을 주고 받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별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이 등장한다. 하지만 신카이 마모토는 사랑에 대한 감정은 편지이건 휴대폰의 문자메시지이건 모두 동일시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편지라고 생각되어 질 것이다. 그것은 감독 신카이 마모토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의 작품들에 대해 한 네티즌은 스틸컷(장면) 하나하나가 캡처해서 컴퓨터 화면의 바탕화면에 넣으면 좋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말 그럴 것이 아주 작은 세세한 소품하나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그의 작품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삐뚤어지게 쓰여진 편지속의 글자와 지하철에 문앞에 붙어 있는 손대지 말라는 픽토그램의 그림까지도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벗꽃이 피어난 골목길과 그외에 조형물들의 모습들을 컷으로 그려낸 것에는 놀랍다는 말외에는 더 이상의 좋은 말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일본 애니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말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번 소개한 '철콘 근크리트'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상영 관람객들이 어린이들 보다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에서 이제는 애니메이션도 잘만 만든다면 어린이의 전유뮬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보았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잘짜여진 각본이라면 충분이 어른들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화는 사랑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다.

철없는 아이들의 불장난(?)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끼고 좋아했다는 마음에서  신카이 마모토의 다음 작품들도 보통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