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기는 일기장에....

비정규직에 대한 짧은 생각...

송씨네 2007. 7. 11. 01:56

※이 글은 절대로 미디어다음에 송고하지 않는 글입니다.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아울러 죄송하지만 다음(daum) 회원분들에게만 이 글의 경우 댓글을 허용하겠습니다.

홈에버 기사가 올라간 후 수많은 댓글에 저도 감당을 못했으니깐요...

이해바랍니다.

 

불로거 기자단 중에 박성수 님이 계십니다. '붉은별'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분이고 노농자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블로거이죠.

사실 그 분의 글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노동과 관련된 법들이 정말 허술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만큼 전문가는 아니라서 이 이야기를 글로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6월 30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비가 내렸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향하던 도중에 영업을 하지 않은 홈에버 상암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항상 디캠과 디카를 들고 다니는 저였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명함이 보이지 않더군요.

명함만 있으면 바로 제 신분을 알리고 취재를 했을텐데 말이죠.

아쉬움을 뒤로하고 홈에버 현장을 떠났습니다.

 

홈에버 상암점은 이번 이랜드 사태 시위, 파업현장 중 최대의 격전지였습니다.

가장 시끄러웠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8일에 전국으로 시위가 확대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잘 몰랐던 저는 자세히 이랜드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취재 당일에는 박성수 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취재 주의사항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달려가면 바보만 될테니깐요.

 

그리하여 얼마전 홈에버 파업현장은 그렇게 촬영이 되었습니다.

 

글의 반응은 참 좋았습니다.

우선 집에 오자마자 오타 고치기에 바빴고 여러분들의 의견에 하나하나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몇 백억을 낸다던 그 이랜드 회장의 성함도 박성수 씨 였습니다.

한 분의 박성수 씨는(그러니깐 저희쪽 블로거 기자단 분...)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같이 홈에버 파업현장을 다녀갔으며 또 한 명의 박성수 씨는 아직도 노조의 의견에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몇 백 억을 세금이 아닌 십일조로 냈다는 사실이 기가 찼으며 과거 이랜드 계열에서 일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지어 정규직 노동자도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심지어는 기도도 강요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음... 댓글에 나온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저도 카톨릭을 믿는 불량 신자(?)로써 말씀 드리는 것이 웃기지만 기도는 절대 강요해야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정말 기도를 하고 싶다면 그들이 스스로 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옮은 일이죠.

'얼마의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가 기도의 내용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느님도 신이지만 신께서는 아무 소원이나 들어주시는 분은 아니니깐요. ^^;

 

홈에버 노조에게 힘을 주시는 글도 많았지만 그들을 비판하는 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비판을 하시는 분들에 묻고 싶은 것이 만약 본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입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주부이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분의 댓글은 인풀레이션 어쩌구 저쩌구 하시면서 경제발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도 많은데 왜 하필 거기서 일하느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일을 하십니다만 회사가 어려워서 오전 근무만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 역시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요즘 사정이 좋은 회사들을 찾는다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퇴직 후 그들이 빨리 일자리를 보장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은 비정규직을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IMF 졸업때보다 더 하다는 소리도 있으니깐요.

그런데 그냥 중소기업 찾아서 일하라는 이야기는 제가 볼 때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또한 어머니를 둔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역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고요.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을 포기하고 지금은 나름대로 성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회사의 도움이야 말로 그들이 설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그 회사가 부실하다면 그 회사 믿을 수 있을까요?

정말 분명 세상에는 좋은 일에 앞장서며 근로자와 노조를 위해 애쓰는 기업체가 많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랜드의 경우 십일조 몇 백억이면 지금 시위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느님에게 낼 십일조는 있으면서 정작 노조와 근로자를 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시고도 정말 천국 가실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TV에 나오는 노조 파업이라는 뉴스를 저는 엄청 싫어합니다.

의료 노조, 자동차 노조...

물론 그들도 할 말도 있고 당연한 권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주말에 길거리를 막을 정도로 피해를 준다면 오히려 이들 노조는 정말 무슨 노조들처럼 '귀족 노조'라고 오히려 비아냥이나 받을 껍니다.

그러나 이랜드 사태는 분명 이유 있는 파업이며, 이유 있는 시위입니다.

물론 노조역시 넓게 생각해서 회사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는 특히 그동안의 고집을 버려야 할 것이고요.

오히려 그런 똥고집은 절대 아무도 화해를 시킬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2000년에 있었던 CBS 기독교 방송의 파업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제가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파업으로 인해 그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아나운서 분들은 약 1 년의 기간을 마이크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당시 화가 엄청났었지요...)

파업의 원인이 되었던 전 CBS 대표인 권호경 씨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이랜드 박성수 대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고집을 죽어도 꺽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점과 지독한 개신교 신자라는 것입니다.

저는 개신교이건 천주교이건 종교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불교이건 천주교이건, 이슬람교이건... 무언가를 믿으려는 의지와 소망만 있다면 종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정말 부리지 말아야 할 고집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하시는 개신교 목사님들과 그 외의 분들까지도 욕을 먹는다는 사실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CBS의 경우 파업이 풀렸지만 오랜 후유증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265일이나 되는 파업이니 거의 1 년의 공백이 생겼을 것이고 그 후유증도 무시를 못하죠.

(당시 CBS DJ였던 김형준 씨는 SBS로 스카웃되어 파업기간에는 다른 방송국에서 방송을 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자신의 친정을 뒤로하고 말이죠...)

 

 

홈에버와 뉴코아 아울랫의 경우도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진통이 계속된다면 뒤늦게 해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은 길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심한 고통이 뒤따를 수 도 있고요.

저는 모두가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투쟁에서 반드시 성공하십시오'라는 이런 거창한 용어나 문장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 원만히 해결되어 편안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원은 그것 뿐인데 그것도 못들어주는 거대 기업의 횡포는 정말 이해하긴 힘듭니다.

모두에게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