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기는 일기장에....

나는 기억합니다. 당신이 준 그 쿠키를...

송씨네 2007. 7. 20. 01:35

※사실 원고를 하나 쓸려던 일이 있어서 남겨놓은 글입니다.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고맙습니다'라는 글 취지에는 잘 맞는 글이지 않을까 싶내요.

 

 

 

 

나는 기억합니다. 당신이 주신 사랑의 쿠키를...


나에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중학교 2학년...

내가 다니던 학교는 운동장은 하나지만 앞은 남학교 뒤에는 여학교가 걸려 있는 그야말로 한 운동장의 두 학교였다.

그 시절 중학생들은 기술과 가정을 따로 배웠다.

남학생은 기술과목을 여학생은 가정 과목을 따로 배웠다.

지금처럼 두 과목이 한 교과서에 붙어 있는 것이 당시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 새 선생님이 오셨었다. 그런데 기술을 가르치겠다던 사람은 남자가 아닌 여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우습게 보기 시작했고 2학년 반들 중에서 가장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던 우리반과 여선생님과의 기나긴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여선생님이라는 핸디캡은 그렇게 쉽게 아이들을 수업시간을 이끌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 날 그녀가 갱지로 프린트 된 유인물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퍼즐문제가 들어간 종이였다.

수업의 진도가 쉽게 나아가지 않으니 선생님이 결정했던 방법은 수업내용이 들어간 퍼즐 맞추기 시간을 마련했던 것이다.

문제를 맞출 때 마다 선생님은 어디선가 준비해 온 작은 봉지 쿠키를 학생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을 나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1995년에 제작된 영화 ‘위험한 아이들’에도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학교에 해병대 출신의 루엔 존슨이라는 여선생이 부임한다.

아이들은 여자라고 깔보고, 일부는 그녀를 백인이라서 무시한다.

하지만 사랑으로 그녀는 그들을 감싸주었고 가라데를 가리치고 아이들이 미션을 해낼 때 마다 초코바를 던지면서 수고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처럼 규율과 제도에 싸울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 대신에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가 되었었다.

기술 선생님 역시 여자였지만 그녀는 웬만큼 화를 내지 않았다.

나였어도 화를 내면서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을텐데...


영화속 아이들은 선생님과 하나가 되었지만 실제 우리들은 그렇게 선생님과의 화해를 하지 못하고 3학년으로 올라갔다.

졸업을 하고 그렇게 그 분을 잊어가나 싶다가 마침 한 라디오 방송국 프로그램에 나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음악 이야기를 소개할 일이 있었다.

그 때 수 많은 영화 이야기를 했지만 이 작품 ‘위험한 아이들’이야기를 하면서 쿨리오가 부른 ‘Gangsta's Paradise‘음악 소개와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다시 얼마의 기간이 흘렀다.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우연이었는지 당시 선생님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짧은 시간 할 이야기는 많았지만 방송에서 선생님 이야기를 했었노라 이야기 드렸다.

무척이나 감동 받은 선생님을 보면서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지금 그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학생들과 교감을 나눌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분이 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아 보게 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그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은선 선생님...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콤하고 고소한 쿠키처럼 우리와 함께 계시던 선생님... 당신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어디계시든지 행복하세요...’

 

 

※'위험한 아이들'은?

1995년작으로 미셀파이퍼가 주연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실존 인물 루엔 존슨을 연기했다.

 

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