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케익처럼 달콤한 사랑은 없다!

송씨네 2007. 7. 27. 00:27

 

사랑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사랑타령을 하면 그것 참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랑타령을 하는 영화들이나 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여기 바보같은 사랑, 바보같은 삶을 살고 있는 네 여성이 있다.

사토코는 못난 외모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여자이다.

그녀의 알바자리이자 직장은 한 출장 서비스 업소(?)의 전화교환원이다.

그리고 아키요는 사토코가 일하는 곳에서 전화가 오면 달려가야 하는 서비스 걸이다.

공동묘지 옆에 있는 그녀의 집안에는 침대대신 관이 하나 놓여져 있고 자전거도 아예 집안으로 들어와 있다.

치히로는 평범한 회사의 여직원이고 그녀와 같이 살고 있는 그녀의 룸메이트인 토코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다.

치히로는 회사 동료를 좋아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토코 역시 그림은 그려지지 않고 거기에 전 남자친구의 결혼 청접장이 여간 신경이 쓰인다.

 

 

 

카리코 나나난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우선 재미있는 것이 못난이 사토코 역을 맡은 배우 이케와리 치즈루의 등장이라는 점과 토코 역을 맡은 배우가 배우가 아니라 진짜 이 작품의 원작자인 카리코 나나난이 출연을 한다는 것이다.

 

네 명의 여성들은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토코와 아키요가 한 쌍을 이루며 만나고 있고 나머지 두 여성 치히로와 토코는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서로를 의지한다.

이 작품은 만화를 원작을 했지만 그들의 주거구조라던가 성격들을 보더라도 독특한 형태의 삶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돌인지 운석인지도 모르는 것에 집착하면서 소원을 비는 사토코는 사면이 다 보이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미시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아키요는 평상시에는 안경을 쓰고 마치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성처럼 보이지만 일을 하게 될 때에는 마치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그녀의 운명이지만 돈을 많이 벌어 5층 빌딩에 살고, 치매에 걸리기 전에 자살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그녀의 약간 엽기적인 꿈은 허무하게 들리지만 서비스 센터의 지점장인 모리요의 죽음에서와 같이 진짜 관에서 한 줌의 가루로 변하는 것만큼이나 더 허무하고 더 슬픈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치히로는 한 남자만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지만 남자는 그런 그녀에게 질려버리고 헤어지자고 요구한다.

그를 위해 저녁을 해주고 싶지만 거절당하면서 그를 위해 준비한 음식재료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생일이 되어서도 혼자 자신의 생일선물을 사고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치히로는 외로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보여주기 식의 삶을 말이다.

외로운 것은 토코역시 마찬가지이다.

외로움은 폭식으로 이어지고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헤어진 남친에게 모두 되돌려 버린다. 사랑에 대한 무감각으로 신경은 예민해지고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일러스트 그림이 출판사 직원의 실수로 분실하자 까칠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항의를 한다.

(참고로 그 그림의 행방은 중반에 확연히 드러난다!)

 

 

 

이들의 궁상맞은 삶은 사랑을 갈망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케익처럼 달콤한 삶을 원하지만 삶은 절대 현실처럼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별의 슬픔을 맛보고, 누군가는 그 만큼의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깐 말이다.

영화 말미에 아키요는 아이를 지우는 대신 혼자서라도 키우기로 마음을 먹는다.

 

몇 년전 개봉된 영화 '싱글즈'에서 동미(엄정화)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먹는 장면과 이 장면은 매우 비슷해보인다. (물론 이 작품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토시오 가마타의 베스트셀러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영화화한 것이다.)

삶은 지루하고 괴롭지만 그게 운명이라는 것을 그들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케익처럼 달콤함보다는 약처럼 쓴 맛을 그들은 선택한다.

하지만 그게 후회없는 삶이라면 그들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어도 나름대로 희망찬 미래가 그들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