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기는 일기장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사표를 써라!

송씨네 2007. 9. 5. 23:59

 

우토로마을을살리자 상단 우측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다음주 새로운 직장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집에서 독립하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항상 부담스러운 것이 여간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가끔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하지 않기도 했었다.

 

나는 고졸이다.

요즘 말도 많은 한 공고 이야기처럼 공고 만큼이나 대접 못받는 정산고(정보산업고)를 나왔다.

과거에 이런류의 고등학교는 상고 취급을 받기도 했다.

실업계는 직장 구하기가 정말로 힘들다.

물론 생활정보지에 올라오는 구인광고에는 고졸을 뽑는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기술이 있어야 하고 대부분이 밀링, 선반 같은 대체적으로 공고생들에게 유리한 내용의 광고가 많다.

 

고 3에 접어들 무렵 나는 전기 콘센트나 플러그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나갔고 거기서 3년을 버텼다.

나와 같이 함께하던 같은 학교 취업생들은 오래가지 못해 회사를 박차고 나갔다.

내가 하는 일은 상당히 단순했지만 그런 일도 제대로 못했다.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밤새도록 야근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월급은 고작 몇 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년을 버티고 군대를 갔다.

어리버리한 성격 때문에 보직을 세 번 옮겼다.

PX병과 취사병,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를 쏠 수 있는 보직까지...

 

 

 

군대를 나오니깐 정말 백수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했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쓰고 겨우 한 곳이 되었는데 몇 일 나를 써보고는 시력이 좋지 않다며 다시 퇴짜를 놓았다.

어떤 부속품에 들어가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부품을 밀링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달을 다시 백수가 되었고 2005년 지금의 회사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갈 스텐 재질의 작은 선반들이 내가 만드는 것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적응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2년 하고도 8개월을 버텼다.

적응은 못하지만 버티는 것은 자신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시기 회사는 처음에는 IMF를 벗어나 그럭저럭 야근도 하면서 잘 버텼지만 마트(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대형 할인점...)의 물건들이 타 업체와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우리 회사의 제품은 점점 매장 진열대에 공간에서 사라져갔다. 회사는 PB 상품(대형 할인점에서 자체 브랜드로 판매만 하는 상품들, 편의점 일부 PB 상품의 경우도 이에 해당...)에도 희망을 걸었지만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근속수당은 동결되었다.

여름에 하기 싫을 정도로 해야만 했던 야근도 없어지게 되었다. (그 정도로 일감이 없었다.)

회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지만 나는 떠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쉽게 나갈 수 없었다.

(물론 그런 것에는 나의 게으름도 한 몫 했다.)

 

최근 미디어 다음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IT 업체들의 야근 문제는 공감하지만 어떻게 보면 나같은 말단 노동자에게는 배부른 소리이자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야근을 매일 같이 했을 때는 지겹다고 푸념하고, 반대로 야근이 없으니 통장에 잔액은 자꾸만 줄어들고 내 씀씀이만 늘어나고 있으니 신세 한탄만 하게 된다.

 

 

 

이러면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드디어 내 스스로 일자리를 구하기로 맘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맘 먹고 결국에는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나는 영사기사가 될 생각이다.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할아버지와 같은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이야기 하고 있고, 디지털 상영이 본격화 되면서 영사기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요즘이다.

나는 환상만으로 이 일을 도전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늘 영화를 보던 입장에서 이제는 영화를 틀어보는 입장이 되어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사직서를 방금전 써보았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사직서 무료 다운로드'로 검색하면 쉽게 나오지만 아직 나에게는 상당히 낮선것도 사실이다.

새로 입사할 곳에 대한 기대도 많지만 두려움도 많다.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우울한 이야기만 꺼내는 영사실장으로 보이는 남성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지금도 내 가슴에는 설래임 반, 두려움 반으로 걸려있기도 하다.

 

 

 

 

사직서라는 것을 써보니 상당히 우울해졌다.

분명 새 직장 옮기는 것이라 기뻐해야 옮은 일인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내 성격 때문인가?

 

상당히 나는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나는 희망을 갖아보기로 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들이 청년실업으로 고생하고 있다.

 

수많은 백수와 백조들이 새 희망을 찾는 그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