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화려한 휴가-그 분의 방침, 그리고 광주...

송씨네 2007. 7. 29. 00:46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1981년 12월 생이다.

81년도 아니고 82년도 아닌 어쩡쩡한 시대에 태어난 해에는 그 분께서 권력을 잡으시고 그 분 덕분에 88 서울 올림픽을 했다.

하지만 그 분은 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는 주범이 되었다.

그 분의 비자금들은 다 거두어들였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그 분은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계시고 그럼에도 그 분은 29 만원으로 골프도 치시고 해외여행도 다니신다...

그리고 그 분을 위해 공원까지 만드신 개념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의 대표분도 계신다.

 

 

 

그 분으로 인해 혼란을 겪은 1980년 5월 광주...

택시기사 민우는 평범한 사내이다.

동생 진우와 단 둘이 살지만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그는 단지 소원이 있다면 진우가 사법고시 시험에 합격하는 것과 성당에서 알게된 신애와 사랑을 나누고픈 것이 소망이다.

야유회로 가까워지고 이주일의 영화 '뭔가 보여드리겠읍니다'(1980)를 보러 광주의 한 극장을 찾았던 세 사람은 공수부대원들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게 된다.

 

전두환 보완 사령관의 구테타로 대한민국 전 도시는 마비되었고 광주의 학생들은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다.

5월 18일... 철수하기로 한 군인들이 약속을 어기고 전남도청에서 시민들을 향해 마구 총을 쏘기 시작한다. 군인들은 피해를 입었는데 시민들은 아무런 사상자가 없었다고 한다.

진우는 친구들을 잃었고 민우는 사랑하는 동생 진우를 잃었다.

간호사인 신애는 얼덜결에 군인을 죽였고 그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신애의 아버지이자 민우가 일하는 택시회사 사장인 흥수는 과거 군 장교출신인 경험을 살려 시민군을 이끌게 된다.

 

 

 

내가 태어나기 1 년 전 광주는 그렇게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했고 군내부는 시민들을 모두 빨갱이, 반란을 일으키는 주동자들로 단정짓고 그들에게 총을 쏘고 있다.

대학살이지만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한다.

강풀의 원작 만화 '26 년'도 영화화를 준비하는 마당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이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역사들이 하나하나 조명되고 있다. 그리고 영화화되고 있다.

 

 

 

'화려한 휴가'는 드라마이지만 맬로이자 엑션이자, 스릴러이다.

'괴물'에서의 한강 괴물보다도 잔인한 진짜 괴물은 폭군이라고 몰아붙이던 전두환 정권이었다.

이 어이없는 모습들은 다른 엑션영화들보다도 사실적이며, 그 어떤 맬로 영화보다도 더 슬프다.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의 열연이 돋보임은 물론이요, 박원상과 박철민이 영화에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주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5. 18에 관련된 자료들에 비하면 덜 자극적이고 여전히 젊은이들이 느끼기에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은 영화에서는 매우 약하게 나온 것며 실제로 그들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하며, 매우 잔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오히려 좀 더 자극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어야 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만행에 관한 이야기는 씨네 21 613호에 소개되어 있다. 읽고나면 더 놀랐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아왔던 잔인한 조폭영화들은 실제 우리와 마주칠 기회도 없지만 일부는 상상력으로 만든 하나의 허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는 어쩌면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더 잔인하고 처참하게 그려져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어야 옮다.

관람등급을 올려서라도 그래야만 한다. 관람등급을 조금 조정해서라도 아주 어린 청소년들보다는 영화를 좀 이해할 수 있는 중고등학생들과 80년 광주를 살았던 이들과의 토론(혹은 토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극장을 나오면서 누군가는 눈물을 보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 날의 상황 그날의 이야기를 모른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금 29 만원으로 1 년 이상을 버티고 계시는 그 분의 놀라운 능력(?)을 우리가 배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말로 나는 그 분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본다.

(물론 자기는 보통사람이라고 우기는 다른 그 분도 같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정말 묻고 싶다.

전두환 씨, 당신은 정말 이 영화를 보셨나요?

보셨다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광주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십시오.

 

 

PS. 이 작품은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적절한 코미디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감독인 김지훈 감독은 영화 '목포는 항구다'로 화제를 모은 감독이다.

전작에서 박철민이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라는 대사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화려한 휴가'에서 영화 '록키'를 언급하면서 이 대사가 한 번 더 등장한다.

김지훈 감독이나 박철민의 센스가 모두 돋보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