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에반 올마이티-신께서 에반 집에 가시어서 말씀하시길...

송씨네 2007. 7. 30. 22:08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너는 전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

그 방주에 작은 방들을 만들고, 안과 밖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창세기 6장 14절 中에서...

 

성경(혹은 성서)를 공부하는 이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것은 바로 이 창세기이다.

창세기 중에서도 노아가 부인과 세 아들을 데리고 방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암수 한쌍 동물이 모두 모여 방주에 탑승했고 하나님은 폭우를 내려 인간들을 벌한 뒤 노아의 자손들로만 체워진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를 읽게 된다.

 

이 이야기가 만약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헐리웃은 가능하다, 그렇다고 헐리웃이 신(하느님)은 아니다.

'브루스 올마이티'로 종교와 코미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했던 톰 새디악 감독은 짐 케리 대신에 이번에는 스티브 카렐을 선택하였다.

 

그 사람이 누구더라...

기억이 잘 안난다면 전작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잘나가는 리포터 브루스 롤란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방송국 앵커를 떠올려 보시길...

그를 말더듬이로 만들고 심지어 현장에서 볼일을 보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여주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영화속 에반 박스터이자 배우 스티브 카렐이다.

많은 코미디 영화로 출연했지만 주연보다는 조연이었고 양념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배우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미스 리틀 션샤인'에서 단계별 성공 요인이니 뭐니에 집착하는 고개 숙인 가장 역할을 했었고 이 작품으로 그의 이름이 더욱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전편의 주무대가 되었던 방송국에서 시작된다.

에반은 꿈에도 그리던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마지막 방송을 준비중이다.

그리고 새로운 차와 새로운 집이 이들 가족 내외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 속에 선거운동을 했던 것을 신께서는 귀담아 들으시고 정말로 그에게 세상을 바꿀 기회를 준다. 당장 방주를 만들라는 것이다.

의정활동 하느리라, 아버지 노릇하느리라 바쁜 사람에게 방주나 만들라니...

하지만 동물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수염은 길어지고 지팡이에 옷까지...

정말 노아가 된 기분이다...

 

가족들도 의원들도, 주민들도 모두 그를 똘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게 신이 뜻인 것을 어찌하면 좋으란 말인가?

그러나 영화는 성서의 내용과 달리 비를 내려 홍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댐을 무너뜨려 홍수를 일으키는 것으로 내용이 다르다. 이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지만 너무 웃다보니 그 메시지를 잊어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헐리웃에서는 이 작품의 반응이 매우 냉정했으니 정말 그 속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역대(역대는 좀 오버일지도 모르지만...) 코미디 영화 중에서 많은 제작비를 섰다는 이야기들 중 대형 방주 세트나 동물들의 등장, CG 등이 대량으로 투입되었다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코미디 영화를 봤다고 하는 것은 결코 과언은 아닌 것 같다.

 

 

 

1편의 '부르스 올마이티'가 행복하게 사는법을 이야기한 것은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방주를 동원해서라도 환경오염이라던가 사회적 이슈를 정면적으로 다루려고 했던 것은 코미디 영화로써는 위험한 모험이다.

그게 헐리웃에서 먹히지 않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재미로만 보자면 이 작품은 최고이지만 메시지까지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매우 부담스러운 영화라고 본다. 

그러나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턱수염을 기르신 그 할아버지보다도 스티븐 카렐이 연기한 짝퉁(?) 노아연기는 최고라고 본다. 또한 스티븐 카렐의 엽기 댄스라던가 정교한 CG 기술은 이 영화가 보고픈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되어진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스티븐 카렐을 비롯한 스텝진들의 춤 장면이라던가 세트장 뒷편의 장면이 영화만큼이나 재미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수도...

 

어쨌든 신께서는 부르스 집에 이어 에반 집에 놀러가시어 재미있게 놀다(?) 가셨다.

다음번에는 누구네 집에 방문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까칠한 보좌관 리타(완다 사이키스) 집에 놀러가시어 한바탕 그 분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심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