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디 워-심형래의 고집? 심형래의 뚝심!

송씨네 2007. 8. 2. 01:02

 

심형래...

서영춘(1928~1986)과 이주일(1940~2002)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바보연기 전문 코미디언이자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

우리는 그를 그렇게 기억하지만 한 편으로는 미련을 못버리고 영화제작을 만드는 영화인 아닌 영화인으로 생각한다.

 

몇 분 만에 웃길 수 있는 레파토리 중에서 '나, 박명수 CD 샀다!'는 이야기와 '나, 이경규의 복수혈전 보고 왔다'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스겟 소리이지만 개그맨(혹은 코미디언)이 가수나 영화를 한다는 것은 불분율의 법칙이 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서세원이 '조폭마누라' 시리즈로 성공하고 이경규도 '복면달호'로 성공하였다. 박명수나 조혜련 같은 개그맨들도 본인이 좋아서 꾸준히 음반을 낸다.

 

심형래는 바로 이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보연기만 하던 그이지만 어린이 영화와 SF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때문에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에 출연도 하고 심지어는 본인이 직접 메가폰도 잡고야 만다. 그의 영화는 일반 상영관이 아닌 시민회관이나 이름없는 극장들에 걸리기 일쑤였고 그래서 그런지 한간에는 그의 영화를 '시민회관용 영화'라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참 정말로 길게도 준비했던 이 영화 '디 워'가 8월 1일 개봉을 하였다.

과거 상영관도 못잡고 힘겹게 준비를 했던 것과는 달리 거대 배급망인 쇼박스의 도움을 받아 개봉하였다. 어찌보면 이 것이 이 영화가 갖는 첫번째 의미일지도 모른다. 또한 '디 워' 개봉에 대한 두번째 특징이라면 전작 '용가리'와 달리 CG에 신경을 쓰고 대사전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헐리웃에서 주목받는 배우들을 적극 기용하였다.

 

영화내용은 참으로 단순하다.

방송국 기자 이든은 취재를 하던 도중 이상한 파충류 비늘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과거 자신이 골동품 가게 주인인 잭에게 받은 물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 물건과 정체모를 파충류에는 세라라는 여인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게된다. 과거 이든과 세라는 조선시대때 운명을 같이한 사람들이었고 환생하여 푸른눈의 미국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인연은 이 곳에서도 이루어지게 된다.(이는 골동품 가게 주인 잭도 마찬가지이다!)

이무기의 전설을 듣게 되고 그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서는 여의주가 필요한데 그 여의주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세라라는 것이다. 한편 '부라퀴' 일행은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이들을 공격하고 온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자, 그러면 이 영화의 개봉이전에 이야기 되었던 이슈들을 살펴보자.

 

1. '디 워'는 시나리오가 빈약하다?

 

물론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그리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동서양을 크로스오버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많은 관객들이 이야기하듯 조선시대는 좀 쌩뚱맞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얼마전 재일동포 구수연 감독의 '불고기' 리뷰를 쓰면서 한국문화도 중요하지만 타문화의 융합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 점이 매우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관련 기사-영화 '불고기' 리뷰 : 일본에서 느끼는 구수한 불고기 냄새~!

 

그런면에서 따지자면 '디 워'는 동서양 문화를 혼합하고 교차시켜는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물론 그 일부장면에는 어색한 장면은 지울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디 워'는 동양의 이무기 전설과 더불어 이들 파충류의 미국 침공을 적절히 배합하는 모험을 하였다. 그 배합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듯 하다.

 

 

 

2. CG는 최고다!

 

그 말은 나 역시 공감한다.

심형래 감독이 자신있게 우리기술로 만들었다고 하는 장면 장면 하나하나에 매우 큰 공을 들인 것이 엿보인다. 더구나 이 영화를 배급한 쇼박스 쪽에서도 어색하거나 문제가 될만한 장면은 적당히 편집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영화에서 CG의 엉성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CG 장면들의 엑기스(좋은 내용들을 고르고 고른 것들)로만 하다보니 러닝타임이 매우 짧다는 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자회사인 메가박스를 비롯해서 다른 멀티플렉스의 경우 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3. 엔딩크레딧의 심감독의 에필로그와 아리랑은?

 

주인공 일부가 최후를 맞이하고 영화의 막을 내리는 음악은 우리 민요 '아리랑'이다.

심형래 감독은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교향곡만 엔딩크레딧에 쓸 필요는 없다. 우리 음악도 나름대로 가공하면 괜찮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나쁘지 않다. 의외로 영화에 어울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다만 심형래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야기를 간단히 자막으로 소개한 에필로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 역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전 공간을 활용하면서까지 '용가리'를 만들고 '디 워'를 만들면서까지의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옮지 못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것에 대한 평가는 분명 관객의 몫이다.

이 경우 엔딩크레딧의 스텝진 소개에 좌측 혹은 우측에 작은 글씨로나마 감독의 변(연출 의도)를 이야기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든다.

큰 공간에 글을 남기는 것은 어찌보면 낭비일 수도 있겠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는 없다.

어찌보면 작품을 보고 실망한 관객들도 많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심감독의 이런 도전에 딴지를 거는 이들에게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당신들은 이런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았는가?'라고 말이다.

도전하지도 않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뭔가 모순이 아닐까 싶다.

앞에 잠시 말했듯이 심형래나 이경규가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 모두들 비웃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식함으로 무장하고 그것이 오히려 많은 것은 깨닫게 되고 알게 되니깐 말이다.

비평은 좋지만 비난은 하지말자.(적어도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심형래 감독의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영구 없다~!'가 아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영구이자 명감독이 되길 바란다.

 

 

PS. 심형래 식 개그가 영화에 많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되는데 가령 동물원 직원이 거대한 이무기를 보았던 장면에서 그가 일했던 곳이 '심씨네 동물원'(물론 번역한 자막의 경우가 그렇지만...)이라던가 부라퀴 군을 이끄는 대장이 같은 자리에서 두번씩이나 차에 치이는 장면은 심형래 식 슬랩스틱 개그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잭의 골동품 가게에 입구 철조망을 통과하려는 할머니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

 

일부 시사회에서 이야기한 세라의 집에 걸려있는 부적들 중 하나인 '천지신명'(天地神明)의 경우도 심형래 식 개그를 볼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은데 사실 이 '천지신명'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천지의 여러 신'을 의미하므로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부적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