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왜 이송희일 감독은 틀렸는가?

송씨네 2007. 8. 4. 22:30

 

 

참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얼마전 쇼박스와 FILM 2.0의 기사 문제로 그렇게 싸우고 그 희생량으로 '디 워'가 된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영화 '디 워'를 만든 심형래 감독과 '후회하지 않아', '동백꽃'으로 퀴어 영화 장르를 선보였던 이송희일 감독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디 워'는 동네 북이 아니라는 것이다.

쇼박스가 기사 문제를 걸고 '디 워'의 미국 프리미어 시사회를 FILM 2.0 측에는 제공하지 않았는가도 문제였지만 이번 이송희일 감독이 심형래 감독을 꼬집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실 나도 작년 2006 년에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를 극장에서 보았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시기에 '브로크 백 마운틴'과 '메종 드 히미코'가 흥행에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서 '후회하지 않아' 역시 동반상승을 하는 효과를 입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후회하지 않아'가 상업성이 첨가된 첫번째 퀴어 영화라는 점이다. (청년필름과 CJ 엔터테인먼트의 제작비 조달과 배급 파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 이송희일 감독의 작품들은 큰 제작비가 아닌 적은 제작비로 영화를 했었다. 이는 대부분의 인디 영화가 그랬고 지금도 제작비에 시달리는 영화들은 매우 많다.

 

여기서 이송희일 감독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심형래 감독을 걸고 넘어지면서 심 감독의 제작비로는 자신은 수백편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맞다, 틀린 이야긴 아니다. 그러나 이송희일 감독이 모르고 있는게 있다.

심형래 감독도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고 이송희일 감독 역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지난주 8월 8일 방송된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를 보았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그의 전작에 대한 프로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는지도 묻고 싶다.

피아노 줄로 와이어 액션을 대신하던 '우뢰매' 시절부터 시작해서 영구 시리즈를 지나 엉성했던 공룡 탈을 쓰고 연기했던 심 감독만의 특활물들을 보았는가라는 의문도 든다.

 

이송희일 감독은 퀴어 영화를 통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동성애자들의 인권 찾기에 주력한 감독이다.

따라서 이송희일 감독은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었고 본인은 동성애자라고 용기있는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감독이 되었다.

심형래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특활물을 제작하고 직접 출연하면서 실패도 하고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았다. 국내 감독도 힘든 LA 시내를 막고 찍는 것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송희일 감독도 힘들었고 심형래 감독도 힘들었다.

심 감독은 혹시 나중에 그런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지만 아쉽게도 이송희일 감독 본인은 과거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고 남 헐뜯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블로그에 본인의 의견을 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송희일 감독의 이번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틀려버렸다는 점이 문제이다.

박정희 시절 산업 역군으로 비아냥 거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벌거숭이 아이들이라는 표현도 상당히 거슬린다. 욕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거의 욕설에 가깝다.

 

비평이라기 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그의 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긍정을 할지는 의문이다.

이 감독도 영화를 만들고 심 감독도 영화를 만든다.

나는 이송희일 감독이 충무로 대표는 아니라고 본다.

충무로 대표임을 자청하고 섰더라면 이송희일 감독은 더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번 글은 충무로 대표의 의견으로 보기 쉽다.

그는 그런 함정을 그가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글을 쓰기 전에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고 나서 다시 심 감독에게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심형래 감독에게도 미리 말하지만 몇 년 후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잊고 자만하거나 영화 제작에 소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정말 올챙이적 과거 생각 하지 않고 자만하는 사람들은 정말 정 떨어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PS. (2010년 10월 3일 덧붙임) 이 글을 쓰고 수 년이 지났네요. 재미있게도 저는 이송희일 감독과 트위터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뉴스는 이송희일 감독과 심형래 감독의 싸움이었으며 당시 100분 토론을 보신 분이라면 한편으로는 문화평론가 진중권 님과 심형래 씨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심형래 감독은 보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개그맨이자 영화인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송희일 감독을 비롯한 감독들은 진보적인 성향의 감독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의 싸움을 본다는 것은 유쾌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두 분 나름대로 영화시장에서 나름대로의 개척자분들이니깐요. 누군가를 두둔한다는 것은 좀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