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홀대받는 좋은 영화들...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송씨네 2007. 8. 28. 21:20

우토로마을을살리자 상단 우측

 

 

 

'디 워' 이야기...

이제 여러분도 지겨우실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디 워'를 옹호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디 워' 뿐만 아니라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에게 짖눌려 홀대 받는 좋은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내 상영관의 반은 '디 워', 반은 '화려한 휴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다음 주를 넘어서면 '디 워' 상영한지 한 달이 되는 기간이다.('화려한 휴가'도 마찬가지다.)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사이에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한 몫 했지만 반대로 배급 파워도 무시 못할 결과였다. '디 워'의 경우 쇼박스가, '화려한 휴가'의 경우 CJ 엔터테인먼트(이하 'CJ ENT')에서 배급을 했고 '디 워'는 쇼박스의 자회사인 메가박스에서, '화려한 휴가'는 CJ ENT의 자회사인 CGV에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두 영화가 선전을 하고 있는 동안 많은 영화들이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왔고 개봉일을 미루기도 하였으며, 교차상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도 겪게 된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의 영화들이다.

얼마전 '기담' 재상영 운동이 네티즌들을 상대로 활발하게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두 영화는 공교롭게도 의학을 소재로 한 영화였고 나름대로 쟁쟁한 출연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흥행공세에 억지로 떠밀려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 두 영화 모두 개봉하고 있는 상영관을 찾는 것이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보다 더 힘들다.

 

이런 이유에는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독과점 형태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때도 안 나오던 독과점 문제를 왜 하필이면 '디 워' 상영시기에 거들먹거리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잘못 알고 있다. (그 분들은 인터넷 검색을 부탁드린다.)

이미 '괴물'을 비롯한 블록버스터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들 영화의 상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런 이야기는 꽤 오래전에도 나온 이야기이다. 그것은 강재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을 때도 그랬고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개봉되었을 때의 시기도 그랬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3'와 '슈랙 3', '스파이더맨 3'(이렇게 '쓰리'가 또한 세 개나 되는...)의 작품들이 전체의 상영관의 약 80%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몸집이 큰 영화들(거대한 자본과 배급사, 제작사, 투자자 등등)로 인해 비교적 몸집은 정상이지만 파워가 없는 뒷배경(제작사, 배급사)으로 인해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몸집은 매우 작지만 나름대로 구석구석 파고드는 예술영화(혹은 인디영화)들과는 또다른 상황이라는 점과 비교된다.

 

최근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몸집이 정상인 영화들(그러니깐 적은 제작비이지만 나름대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이 멀티플렉스에게 쫓겨나면서 이들이 가게 되는 곳은 다름 아닌 예술전용관이라는 사실이다.

상영할 극장이 없으니 결국 뜻있는 영화제작사와 극장이 힘을 모아 상영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담'의 경우 스폰지 하우스 두 개관(시네코아점, 압구정점)과 필름 포럼에서 상영중이라니 본인도 역시 시간나면 가서 볼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어이없는 현상을 만드는 것은 블록버스터들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관객들의 무관심으로 간판을 내리다가 생각 있는 영화인들과 영화 마니아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은 고두심, 공효진, 문소리 등의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간판이 내려가다가 스폰지 하우스 압구정점에서 상영하여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얼마전 한국 영상자료원이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 선보인 '다시보기 Replay' 행사에서도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의 경우는 CGV 일부 지점에서 재개봉을 했고 시트콤으로 시작해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한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은 프리머스 지점들에서 부활하여 상영하기도 했다.

 

이 들 영화의 공통점은 관객의 외면, 납득 안가는 교차상영 방식으로 피해를 본 경우이다.

물론 초반에 관객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영화들도 많았지만 영화들이라는 것이 꾸준히 입소문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극장들도 참을성을 가지고 이들 영화의 행보를 지켜보았다면 좋았을텐데 수익이 수선이라는 현실 때문에 멀티플렉스들은 안되는 영화들은 리스트에서 빼내거나 교차상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이게 만든 것이다.

가령 교차상영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딱 1회 상영인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에만 시간이 내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좋은 영화 다시보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대충 통계를 내본 결과 대부분의 흥행작의 생명(상영기간)은 보통 한 달에서 한 달하고 보름(15 일)정도가 보통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블록버스터들의 대부분은 적게는 한 달에서 많게는 한 달하고도 보름 이상 넘어간 경우도 있는 것이다.

'괴물'의 경우는 2006년 7월 27일 상영을 시작하여 마지막 전남 목포의 한 극장에서 11월 8일 종영을 하였다. 3 개월하고도 보름이나 더 상영한 경우이다.

 

 

 

 

좋은 영화는 오래 상영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영화 몇 편 때문에 또다른 좋은 영화 수 십편이 개봉대기를 하거나 상영을 못하고 몇 년을 먼지 속에서 필름통에 갖혀 지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잔인한 일이다.

지금 현제 상업영화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영화들이 상영일을 미루거나 언제 상영이 될지 미지수인 경우도 있다.

 

2005년 만들어진 강이관 감독, 문소리 주연의 '사과'는 도대체 언제 개봉이냐는 질문이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고 있으며 만화가 강풀의 원작인 '바보'도 현재 개봉일을 저울질 중이다. 더구나 차태현과 하지원이라는 쟁쟁한 스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박진희, 임창정 주연의 '만남의 광장'은 개봉일을 미루면서까지 상영일을 조정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자, 상업영화도 사정이 이런데 예술영화는 오죽하겠는가?

예술영화의 경우는 사정이 더 딱하다.

얼마전에 소개한 여균동 감독의 '비단 구두'는 겨우 겨우 상영일을 잡고 상영했으나 흥행에 실패했으며 '벌이 날다'와 '포도나무를 베어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민병훈 감독의 '괜찮아 울지마'의 경우도 2001년 제작한 영화임에도 이제 비로써 빛을 본 경우이다.

 

 

 

내가 아무리 심형래 씨를 존경하고 '디 워'를 재미있게 보았어도 이런 식으로 일부 영화들로 인해 개봉일이 미뤄지고 상영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옮은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누군가는 스크린 쿼터는 폐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얼마전 다음 측으로부터 'UCC 스타'로 선정되면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스크린 쿼터도 중요하지만 예술영화를 위한 예술영화 쿼터제(마이너 쿼터제)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예술영화가 살아야 나머지 상업영화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정말 우리나라 영화들의 경쟁력이 좋아진다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제작진들과 배급사, 제작사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소리지만 좋은 영화들을 위해 이제는 좀 간판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게 또 다른 한국영화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