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영화평론가와 네티즌... 그들은 왜?

송씨네 2007. 8. 3. 13:43

 

 

최근 '디 워'에 대한 평가를 두고 네티즌과 영화평론가 사이의 다른 의견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이 좋은 점수를 준 영화에는 네티즌들은 그와 반대로 악평, 좋지 않은 점수를 주고 있는 반면 영화가 별로였다고 영화평론가들이 평가한 작품들에 오히려 네티즌들은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영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별 점수의 허와 실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영화포탈이나 영화잡지, 그리고 네티즌들의 평가방식에 자주 사용되는 이 별점 평가는 누가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일까?

영화평론가 레너드 말틴(Leonard Maltin)은 1969년 부터 이 방식을 사용했으며 해마다 업데이트 된 내용을 책으로 발간하고 있다.  물론 그의 홈페이지도 있다.(http://www.leonardmaltin.com)

그리고 IMDB(http://www.imdb.com)에서도 그의 별점 평가를 서비스했지만 그의 홈페이지도, IMDB도 별점 점수를 소개하지 않는다.

 

 

 

 

별점 점수는 별 반 개(☆)부터 별 다섯(★★★★★)까지 다양한 점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도입된 것이 로저 에버트(Roger Joseph Ebert)의 엄지 평가 제도이다.(http://rogerebert.suntimes.com)

엄지를 드느냐, 내리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단순한 방식으로 별점수가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그리고 이런저런 설명없이 바로 보고 싶어하는 화끈한 사람들(?)이 좋아할 방식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지금 로저 에버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로저 에버트 조차도 엄지를 내리고 올리고를 하지 않고 별점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별 넷 만점에, 에버트의 점수와 네티즌들의 점수로 나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주간지 FILM 2.0이 유일하게 하고 있는 방식이 바로 '엄지들고, 내려'방식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점수 제도는 상당히 화끈하고 간단하지만 세세한, 정밀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블로거 박형준 님이 얼마전 FILM 2.0와 쇼박스의 보이지 않는 싸움과 '디 워'의 엄지점수와 관련한 논란을 이야기하면서 쇼박스의 기사 제공 중단으로 인해 FILM 2.0과의 논쟁이 시작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물론 보시다시피 위에 한 분의 평론가를 제외하고 모두 엄지를 내려준 것을 보면 상당히 '디 워'에 대한 평가가 냉정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무비위크와 씨네 21에도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냉정하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다음 영화, 네이버 영화의 평점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입장이 틀린 이유는 관객이 보는 느낌과 평론가(혹은 기자)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는 세력을 두고 '심빠'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이 단어는 상당히 좋지 못하다. 이 단어를 쓰고 있는 나도 솔직히 찝찝하긴 마찬가지... '황빠', '노빠' 등의 신조어는 그 들을 좋아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다시 보면 그들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의미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영화평가를 두고 네티즌들과 영화평론가들의 의견이 일치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영화계에는 사실 알게 모르게 영화인들과 평론가(기자)간의 보이지 않는 인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나는 몇 년 전 한 영화평론가와 친하게 지냈던 적이 있었다.

그의 평론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당찬 모습이 돋보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평론가를 만나면 만날 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친하게 지내거나 술자리를 함께한 영화인들과 그 영화는 별 점수가 좋게 나온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영화평론가들이 좋은 점수(예술적 가치)를 주면 그 영화평론가는 이상하게 심술을 부리는 듯 악평과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이었다.

 

충무로의 인맥에 관하여 한 네티즌들이 쓴 글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살다보니까 충무로과 관련된 인간들을 몇 몇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만난 영화계인사들을 한 말디로 표현하자면...
문제 많습니다.
촬영관련 인간들도 보면 어찌 인맥으로 해서 일 좀 해볼까...
하고 계속 기웃거립니다.
이 사람들은 절대 노력이란 것을 할 줄 모릅니다.
오직 인맥이 충무로에서 최고의 노력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연출쪽이 다 그렇습니다.
자기 밑에서 큰 사람이나... 또는 근처 아는 사람에게서 큰 사람만 인정하고...
어디서 혼자 배웠다는 둥... 이런건 그냥 내칩니다.
김기덕 감독 왕따당하는거 잘 봤을겁니다.
김감독이 혼자배웠거든요. 누구 스승도 없어요.
충무로에서 개취급받습니다.
외국에서 실력있는 아티스트들... 미술 소품, 무대장치 등등... 이런 사람들도 실력이 아무리 있어도... 감독한테 뭐 갖다주지 않으면 일자리 안들어옵니다.
또 실력만 있는 이런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타도의 대상이며 질투의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곧 잘 실력있고 잘하는 사람들도 어느날 갑자기 다시 외국으로 갑니다.
왜냐면... 충무로는 인맥이니까요.
충무로 왕따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감독부터 시작해서 작가진, 그리고 평론가집단까지 뭔가의 이익을 위해서 하나로 똘똘 뭉처있습니다.
그게 뭐냐구요? 바로... 밥그릇입니다.
예를들어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쌓아올려온
모든 고정화 된 풀롯들에 치명타를 날릴 작품이 나타나면...
온갖 꼬투리를 잡아서 내칩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별 노력 안하고 잘살아왔는데... 지금 정형화 된 풀롯들로도 얼마든지 향후 10년간 먹고살기 편한데...
지금까지 조폭, 짜라시, 핫바지, 풀롯으로 잘 버텨왔고, 앞으로 이 안에서 얼마든지 잘먹고 잘 살 수 있는데...
그런 충무로에서...
투자금 500억을 끌어모았다는 것은...
충무로가 자금줄을 압박하는 것이고...
지금도 힘든데... 앞으로 더 힘들어진다는 이야기죠.
스크린 쿼터를 사수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충무로 안에서 경쟁이란 없습니다.
아는 얘이에요.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알아요.
그 안에서 무슨 경쟁을 해요? 다 아는놈끼리 그냥 서로 서로 비슷비슷하게 다 해처먹는거죠.
근데 또 이상한건요... 서로서로 아는 사이인데도... 또 의리는 없어요.
참... 돈 쪼금에 금방 확 돌아버리는 곳이 충무로거든요.
암튼...
충무로 영화를 완전 죽여야... 인재들이 또 다른 조직군을 만들고 또 만들고... 해서 서로 경쟁하게 되고... 치열하게 되는 거죠.
지금의 충무로는 완전... 쓰레기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공정하고 정확한 별점수와 평가를 영화평론가(혹은 기자)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힘든일이다.

더구나 최근 신작 영화에 관련된 기사는 영화에 관한 기사 보다는 그 영화의 출연자에 대한 신변잡기를 주종으로 하다가 결국 맨 마지막에는 'OOO이 출연하는 영화 'ㅇㅇㅇㅇㅇ'은 8월 15일 개봉 예정이다'라는 홍보성 맨트로 끝을 맺는 것이 요즘 기사의 포멧이 되어버렸다.

 

최근 그런 점에서 네티즌들의 평가가 중요시 되고 있고 영화포탈이나 영화주간지에서 평론가를 모집하는 까닭도 이런 이유이다. 하지만 그들도 상업화에 적응하다보면 이들 기존 기존 평론가나 기자처럼 될 것이 뻔하기에 항상 경계하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네티즌들 평가도 충분히 조작되고 있고 그래서 '영화 알바'는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고 그것을 이야기하려는 일부 양심있는 언론사와 배급사(혹은 제작사, 홍보사)간의 전쟁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 몇 줄로 악평을 하고 낮은 점수를 주는 영화평론가나 '이 영화 쓰레기야, 돈이 아까워'라는 뻔한 맨트로 단 몇줄로 그 영화를 펌하는 일부 네티즌들... 다를바가 없는 사람들이다.

논쟁은 중요하지만 항상 우리는 논쟁보다는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

영화 평론이나 평가에 대한 영화평론가나 기자들, 네티즌들간의 충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