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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라고 불리우는 영화들...

송씨네 2007. 9. 18. 00:57

 

※이 코너는 제 세번째 직장인(?!) 영사실에서 보이는 세상을 이야기하려는 의미로 신설하였습니다.

영사실에 있는 영사기 옆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세상은 의외로 재미있는 일이 많은 것 같거든요.

그러나 원칙이 있습니다.

영사관련 기술을 저는 잘 모르기에, 영사기 시설이나 제가 일하고 있는 극장에 관한 이야기는 되도록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극장 이름도, 그리고 무엇무엇을 영사실에서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도 삼가할 생각입니다.)

어찌보면 얼마전까지 제가 '시네마 카페'라는 코너로 사용된 글의 약간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오늘은 그 첫 이야기로 멀티플렉스 속의 예술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예술영화라고 불리우는 영화들...

 

멀티플렉스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영화들을 보시나요?

제가 일하는 극장은 다양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지금 상영되는 영화들을 보면 '권분순 여사 납치사건'이나 '두 얼굴의 여친' 같은 코미디 영화도 있고 '화려한 휴가'도 아직까지 상영중입니다. 맷 데이먼이 열연하는 '본 얼티메이텀' 같은 화끈한 액션도 있고, '마이 파더'같은 애절한 드라마도 있고요. '즐거운 인생' 같은 신명나는 음악영화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무료 시사가 끝나고 새로운 영화들이 몇 편들어 왔는데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들어왔습니다.

순간 '어머니는 울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처음에는 하길종 감독과 이름이 비슷해서 '별들의 고향'을 만든 감독이 만든 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검색해보니 하명중 감독의 작품이고 그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극장 '뤼미에르'의 대표이시더군요. (감독님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

 

그런데 하명중 감독 역시 1990년 '혼자도는 바람개비' 이후 약 17년 만에 신작을 내놓으셨더군요.

그래서 그럴까요? 저를 포함한 젊은 친구들은 하명중 감독을 얼마나 많이 알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극장 상영관에서 입증되었습니다.

상영관에는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 층의 분들이 이 영화를 찾고 있는다는 것이죠.

그것도 한 두 명이 고작 이 영화를 보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마 이 영화도 '리턴'이나 '기담', 그리고 얼마전 안타까운 입장의 글이 올라왔던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절차를 밟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에는 극장의 상영관 리스트에서 빠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죠.

 

 

 

참 안타까운 점은 오랜만에 컴백한 감독일 수록 이런 장기 상영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를 만들었던 황규덕 감독은 공백 주기가 크긴 했지만 꾸준히 영화를 만들던 감독이었습니다.

그가 올해 내놓았던 '별빛 속으로'는 올해 부천영화제 폐막작이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영화제 개막작과 폐막작은 실제 개봉이 되면 잘 안되나 봅니다.

영화사 스폰지에서 배급한 이 작품도 역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깐요.

더구나 김민선 씨 같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도 나왔는데 말이죠. (무뚝뚝한(?) '김C'는 그렇다고 해도 말이죠.)

 

그들은 몇 년전에는 상업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것조차 힘겨운 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임권택 감독님처럼 예술과 상업성의 무게 중심을 잡으려던 분들도 계셨고 봉준호 감독처럼 잘만든 웰메이드 영화도 많았죠.

하지만 공백이 큰 감독 분들은 지금 다시 돌아오면 예술영화만드는 감독으로 취급을 당하기 쉽상입니다. 이는 얼마전 여균동 감독이 신작을 들고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창동, 허진호, 이명세 등의 상업적이지만 오히려 예술영화 같아보이는 작품들의 영화들은 메이저 배급사에서 알아서 모셔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도 그랬고, 곧 개봉을 앞둔 허진호 감독의 '행복'과 같은 작품들이 그런 예입니다.)

만약 이 분들도 활동이 뜸하다가 신작을 내놓으면 예술영화로 분류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말이죠.

 

그러고 보면 이준익 감독은 참 운이 좋은 감독인 것 같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준익 감독 영화를 좋아합니다.)

'키드 캅'과 같은 아동 영화로 별 빛을 보지 못하다가(이 영화에는 어렸을 때의 김민정 씨를 볼 수 있는 영화죠!)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로 부활을 했으니 말이죠.(하지만 여전히 이준익 감독은 빛이 많으시다죠.)

 

 

이런 오해는 일본 영화들도 마찬가지죠.

일본영화들의 대부분은 예술영화로 분류되어 버립니다.

이는 수입이나 배급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작은 예술영화들을 주로 배급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지요.

물론 일본영화의 대부분이 블록버스터 보다는 적은 제작비로 만든다는 점에서 볼 때 어떤 면으로 보면 이들 영화는 예술영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가 '일본영화=예술영화'라는 공식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했었죠.

 

이번 주 제가 일하는 극장에 걸리는 영화중에는 오다기리 조와 아오이 유우가 주연한 '무시시'가 개봉을 합니다. 앞에 언급한 스폰지가 배급한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스케일이 있는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과거와 달리 예술영화들도 배급망이 많이 확장되어 일반 멀티플렉스에서도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건 바람직한 일이고 잘 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수의 마니아들이 얼마나 멀티플렉스들 찾을지는 의문입니다.

아직 예술전용관이 서울이나 부산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방이나 수도권에 예술전용관 신설을 생각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니깐요.

 

예술영화도, 상업영화도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램은 오랜만에 새 작품을 만든 감독 분들에게도 관심을 갖아달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공부하시는 분들이나 마니아 분들은 히치콕이나 스텐리 큐브릭 같은 감독만이 거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오랜동안 영화를 만든 이들 역시 나름대로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문제 될 것이 없는 그런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난다면 그들의 영화도 한 번 느껴보시고, 더 시간이 되신다면 그들의 예전 연출작을 찾아보시는 것도 그리 나쁜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속에서 또다른 거장들을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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