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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영사기사, 진짜 영사기사를 만나다!

송씨네 2007. 9. 23. 18:30

 

#2. 초보 영사기사... 진짜 영사기사를 만나다!

 

얼마전 목포를 다녀왔습니다.

'목포는 항구다', '목포의 눈물'이란 제목의 노래나 영화로 알려진 바다가 있는 도시 목포...

2 주 전쯤에 다녀온 부산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바다가 있는 도시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멀리 유달산 정상근처에 올라 그 끝을 바라보니 수많은 건물과 빌딩이 한쪽에 가득하고 또 한쪽에는 크고 작은 섬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것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쌩뚱맞게 왜 목포를 다녀왔냐고 물어보실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제 일 주일 밖에 안된 초보 영사기사입니다.

더구나 아무것도 모르기에 지금은 영사기사라는 타이틀도 쓰기에는 좀 민망하죠.

그러던 저에게 목포에 사시는 한 영사기사 님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글을 제 미니 홈피에 남기셨던 것이죠.

 

배워야 하는 입장에서 저는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목포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쉬는 날이 이틀 연속으로 붙어 있어서 목포를 가기에는 참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제가 간 곳은 목포의 한 멀티플렉스입니다.

그렇게 큰 곳은 아니지만 4개관 정도를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이지요.

사실 목포에는 크고 작은 극장들이 널려 있는 편인데 이 곳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연락을 하신 분은 이 극장의 영사실장으로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사기 하면 (전문가 분들은 당연히 아시겠지만...) 제가 일하는 극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노톤(Kinoton)이라는 상표의 영사기가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가본 극장에는 크리스티(Christie)라는 영사기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외에도 다섯개 정도의 영사기를 만드는 회사가 존재한다고 하시더군요.

 

영사실 안에는 4개의 영사기가 정신없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자동화된 곳이라면 이 곳은 일부 작업이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인데 몇 몇을 생각하면 제가 일하는 방식과 별 차이는 없어보였습니다. 단지 필름을 감는 방식이나 필름을 끼우는 도르레 방식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할까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실 제가 앞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정말 맞는 말이더군요, 제가 워낙 배우는 속도도 느리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지라 아무리 간단한 기계라도 겁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열심히 들이대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디지털 방식의 영사기에 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10 개가 조금 넘는 상영관을 갖은 극장인데 이 곳에 디지털 영사기는 한 대 정도입니다. 얼마전 디지털로 광고를 전송할 수 있는 기계와 시스템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디지털 영화를 얼마나 틀게 될지는 의문이더군요.

 

디지털 영사는 어떻게 보면 관객을 입장에서는 보다 깨끗한 화질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름 영사기보다는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영사기의 최대 단점은 유지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는 것이지요. 필름 영사기에 들어가는 특수 전구가 하나 있는데 이것의 수명도 그렇게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디지털의 경우도 만만치가 않다고 합니다. 더구나 지방의 멀티플렉스에서 디지털 영사기를 사용한다고 하면 그 영사기 대수에 따른 가격과 유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극장 측에서는 이득보다는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디지털 상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유지비와 시설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을 저는 그 날 처음 알았던 것이죠. 지방에 디지털 영사기가 들어오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사기사들 입장에서는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지방쪽에 신도시가 들어서는 곳에 극장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그 수요(관객수)는 많지 않기에 디지털 영사기가 쓰여지는 것은 돈낭비라는 것입니다.

 

 

 

 

4 개의 상영관이지만 두 명의 영사기사 분들이(원래 세 분 정도가 일하시는데 한 분은 다른 시간대에 오시는 분이라서 만나뵐 수 없었습니다.) 영화를 트는데는 무리는 아니었고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제가 일하는 곳은 좀 많은 인원이 돌아야 하고 무전기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정신이 없는 편입니다.

 

그 분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입니다.

자신들이 맡은바 일을 책임을 다해 일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었고 저에게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내년에 영사기사 시험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저는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참고로 영사기사 시험은 일 년에 두 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몇 년전 부터는 1 회로 줄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너무 많아지는 것도 문제가 있는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내요.)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 드렸듯이 노력과 끈기, 열정만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됩니다.

 

 

 

토토와 알프레도는 지금 없습니다.

그런 낭만을 기대하기에는 지금 영사기사 분들의 모습은 매우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환상을 향해 달려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들어와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가는 그 순간까지 그들은 이 자리를 함께할 것입니다.

 

목포에 다녀온 저는 그 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갔습니다.

다시한번 두 분의 영사기사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따뜻한 밥 한끼의 대접과 자그마한 껌 한 통에 저는 매우 행복했습니다.

언제 한 번 시간이 되면 또 방문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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