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화 예고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화 상영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영화 필름에서는 잊지 말고 삽입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광고와 영화 예고편이지요.
광고는 아무래도 극장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지만 과거에는 그래도 필름에 삽입되어서 관리했다면 요즘은 광고나 예고편도 깨끗한 화면의 디지털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극장은 아직 광고만 몇 곳의 상영관에서 디지털로 방영을 하고 있는데 필름으로 보이는 광고보다 광고 개수도 많이 붙고 앞에도 이야기 드렸듯이 상당히 선명합니다.
광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예고편입니다.
오죽하면 영사실로 날라오는 공문에는 '배급사들이 매우 민감해 하는 시기입니다. 예고편 상영에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씌여 있을 정도이니깐요. 배급사들에서 보내온 따끈따끈한 예고편이 들어오면 영사기사 분들은 그것을 다시 편집하여 상영필름에 끼워 넣습니다. 곧 상영할 영화의 예고편을 교체하고 아직 개봉일이 남아 있는 신작 영화의 예고편으로 교체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초보라서 이런 교체 작업조차 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영화 예고편을 보다 보면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베드씬이나 총격전 등의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의 예고편이 아무런 규제없이 보여진다는 문제점입니다.
'권분순 여사 납치 사건'이 개봉되었을 때인데 이 작품은 아시다시피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따라서 초등학생은 혼자 영화를 볼 수 없지만 어른을 동반할 경우(혹은 15세 이상이 아이와 동반할 경우)는 관람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한 어머니와 아들(모자지간)로 보이는 두 명이 극장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상영하던 예고편은 닐 조던 감독의 신작인 '브레이브 원'이라는 작품과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었습니다.
우선 '행복'의 예고편이 보여지는데 황정민 씨와 임수정 씨의 베드씬이 자주 예고편에 노출이 되더군요.
저를 비롯한 영사기사분들은 늘 예고편을 접하면서 필름 상태를 봐야하기 때문에 보기 싫어도 봐야하는 것들입니다. (물론 그 정반대도 있지만요.)
어머니로 보이는 분은 아이의 눈을 손으로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오자 어머니는 아들 눈을 가리느리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편의 예고편이 끝나고 '브레이브 원'의 예고편이 나왔는데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남자 친구(애인)을 복수하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데 역시 베드씬은 물론이요, 총격전이라던가 칼부림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올때 마다 그 어머니는 역시 아들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계셨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저로써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래야 할 정도로 영화 예고편에 부모들이 민감해야 할까라는 생각말입니다.
물론 한 편으로는 15세 이상 영화에 초등학생을 데려간 것 부터가 그 어머니는 큰 잘못(?)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15세 영화라면 어쩌면 그 정도는 각오해야 될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깐요.
우리나라에는 영화 예고편도 심의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노출수위나 폭력성만 심의를 할 뿐이지 어느 영화의 어느 관람등급에는 이 관람등급의 예고편만 상영 할 수 있다는 식의 규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배급사에서 보내오는 예고편이 이 상영관에는 이 예고편을 꼭 써 줄 것을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충분히 배급사들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예고편에 대한 배분을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습니다.
가령 새 영화 A, B, C가 개봉을 했는데 A는 전체 관람가, B는 12세 관람가, C는 15세 관람가의 영화라고 예를 든다면 이 들 중에서 청소년 관람불가의 등급을 가지는 영화의 예고편을 틀 수 있는 상영관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니깐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에는 관람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예고편만 틀어야 하는데 만약 그 시기에 개봉된 작품중에서 청소년 관람불가의 영화가 하나도 없다면 배급사도 난감하고 그 예고편을 틀고 편집해야할 영사실도 난감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극장 역시 예고편 배분을 하는데 난감함을 보이겠지요.)
예고편 교체 시기가 왔고 이번에는 새로운 영화들의 예고편으로 대폭 물갈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의 두 영화 보다도 선정 수위가 높은 작품의 예고편이 올라왔는데 이미연, 이태란 씨 주연의 '어깨너머의 연인'입니다.
이 영화의 보도자료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의 '섹스 & 씨티'를 표방한다는 내용을 읽어보셨다면, 그리고 한 번이라도 예고편을 보셨다면 짐작하실 것입니다.
이 작품의 예고편을 청소년이 봤다고 생각하면 역시 부모님들은 아이들 눈 가리기에 바쁘고, 혹은 부모와 자식간에는 이상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끼리 왔다면 '얼씨구나~' 하고 좋아들 할 것이고요...
물론 외국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아예 외국에 계신 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영화 예고편이 존재하는지, 물론 당연히 존재하겠지만요. 그리고 어떻게 그 위험수위를 조절할지도 궁금합니다. 댓글이나 트랙백 달아주신다면 좋겠죠.)
배급사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위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부모님들의 심정도 이해 갑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간다면 비난의 화살은 정작 예고편을 틀고 있는 극장과 영사기사들에게 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고편에 대한 심의 기준이나 규칙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갖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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