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개그맨 문세윤을 다시보다!

송씨네 2008. 2. 10. 13:20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접하면서 이상하게 자주 보는 인물이있다.

과거에는 개그맨 임하룡이 대표적이었다면 지금 영화나 드라마에서 틀면 나오고, 극장가면 보이는 개그맨이라면 문세윤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개그맨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거기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에 동시에 출연하는, 거기에 자신의 주직업인 개그맨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은 근래에는 보기 힘든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미녀는 괴로워'와 '막대먹은 영애씨'의 김현숙이 대표적인 경우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출산드라'로 인기를 끌때는 당시와는 달리 그녀의 개그맨 활동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그런데 문세윤을 보면서 느낀 것은 TV와 영화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고 TV의 경우라도 개그맨 뿐만아니라 드라마와 시트콤까지 골고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며 체널(방송국)의 구분을 하지 않고 적절히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SBS의 '웃찾사'에서는 '퐁퐁퐁'과 같은 코너에서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고, MBC에서 얼마전 첫방송된 시트콤 '코끼리'에서는 백수 아들로 자신의 특기인 코미디와 정극연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KBS의 '쾌도 홍길동'에서는 활빈당의 일원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웃음의 강도는 줄이는 대신 강지환과 성유리와 같은 주인공들의 옆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는 약간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이 드라마가 코믹 활극임에도 이상하게 문세윤은 작정하고(?) 웃기지 않는다.) 이는 과거 이재포 씨나 지금의 지상렬 씨가 연기하는 드라마(주로 사극이지만...)에서 심각함보다는 웃음을 주는 감초 개그맨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으로 넘어가면 문세윤은 이해영, 이해준 감독의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류덕환 같은 배우의 곁에서 감초연기로 웃음을 주었지만 오버(그나마 렉시의 '애송이'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정도... 이 장면은 애교 아니겠는가?)를 하면서 웃기려고는 하지는 않았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 후보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그맨이 영화제에 후보로 올라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임하룡 씨 이후에 오랜만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두번째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러던 문세윤은 최근 류승범 주연의 영화 '라듸오 데이즈'에서 독립군 역할로 등장을 하게 되는데 특유의 웃음도, 혹은 개그맨들의 연기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오버 액션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이 영화 앞과 끝을 장식하는 개그맨 안상태, 김병만이 더 튀어보일 정도이다. 이는 문세윤이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에서는 열심히 웃기되 영화나 드라마(시트콤을 제외하고는...)에서는 웃기기 보다는 주인공들을 받쳐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에, 뒤에 계속 언급한 선배 코미디언인 임하룡의 노선과 비슷하게 움직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하룡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그는 과거 KBS의 '도시의 천사들'(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어던 '쇼 비디오 자키')이나 '청춘을 돌려다오', '추억의 책가방'(이상 '유머 일번지')등에서 개성강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었던 분이었다.

그러던 그가 영화로 넘어가면서 임하룡 연기에는 조금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범죄의 재구성', '맨발의 기봉이' 등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었던 그 였기 때문이다. 물론 '웰컴 투 동막골'로 넘어가면서 그는 주연같은 조연으로 활약했고 '원탁의 천사' 같은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하기도 했다. 이후 임하룡 씨는 '폴 몬티'와 같은 뮤지컬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다양한 정극에 도전하게 된다.

아마도 문세윤은 이런 대선배인 임하룡에게 힌트를 얻지 않았나 싶다.

 

 

물론 개그맨이 개그를 해야지 정극을 왜 하는가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것은 훌륭한 연기자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과거로 넘어가면 원로 코미디언인 구봉서 씨도 그리고 고인이 된 이주일 씨도 코미디만 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도 간간히 출연하면서 때로은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개그맨)이 개그(코미디)만 해야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자, 조형기나 김흥국과 같이 개그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들도 버라이어티 쇼에서 주요 패널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특히 조형기 같은 경우는 대표적인 '탈개맨'(텔런트+개그맨)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것 역시 영역확장의 결과이다. 서로 자신만의 밥그릇만 챙기다가는 그나마 챙기고 있던 자신의 밥그릇도 누군가에게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배우(혹은 가수가 되었건 그 어떤 연기자나 방송인이 되었던 간에...)가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 수 없는 일이고, 오히려 그것을 장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문세윤의 도전은 그런 면에서 비판 받을일지만 한 편으로는 같이 축복해 주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문세윤이 정말로 임하룡과 같은 선배연기자의 영향을 받았을지는 의문이지만 임하룡이 모델이 된 만큼 많은 개그맨들이 코미디와 드라마, 영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을 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갖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