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러시아워 3-성룡... 이제는 크리스 터커!

송씨네 2007. 10. 12. 14:39

 

성룡 영화는 항상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해마다 나타나는 공식 행사와 같은 영화들이었다.

TV와 극장가에는 항상 한 두 편씩 올라가는게 보통이지만 이제는 명절을 피하는 것이 당연시 된 것 같다. '러시 아워' 시리즈는 이른바 '성룡표 코믹 액션'이 헐리웃에서 얼마나 잘 먹히는가를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이제는 액션을 그만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온몸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새 영화를 찍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발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면 성룡은 영락 없는 '액션 머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콩과 미국 등을 거치던 이들의 모습은 이제는 프랑스 파리로 그 배경이 옮겨간다.

두 파트너는 전 편에서 이어지지만 스토리는 크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러시아워' 시리즈는 전편을 몰라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중국 대사 '한'을 경호하는 형사 '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그를 경호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 평화 회의에서 '한' 대사는 홍콩의 대표적인 조직인 삼합회의 비밀을 폭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암살로 인해 '한' 대사는 피해를 입는다.

삼합회가 이 사건과 관련됨을 직감한 '리'는 형사에서 교통경찰로 강등조치 당한 카터와 손잡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나라의 배우들이 고루 출연하는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룡과 크리스 커터는 그렇다치더라도 켄지 역의 사나타 히로유키나 엽기 택시기사 조지 역을 맡은 이반 이탈처럼 프랑스, 중국, 일본, 미국 등의 다양한 국적을 갖은, 다양한 인종을 갖은 배우들이 출연하여 자신의 개성을 뽐냈다.

더구나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이국적인 모습을 배경으로 한 액션들은 성룡 마니아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성룡이 몸으로 악당과 싸운다면 크리스 터커는 입으로 악당과 혈전(?)을 벌이는 것이 '러시아워' 시리즈의 큰 재미일 것이다.

 

성룡이 헐리웃에 진출한 것도 그러고 보니 좀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성룡이 골든 하베스트사의 영화들을 주로 출연하며 많은 여배우들과도 연기를 펼쳤고 동표나 홍금보와 같은 배우들과도 나란히 연기를 펼쳤다. 사람들은 주성치에 오맹달이 들어가는 것처럼 성룡 영화에는 홍금보를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랜덤으로 성룡 작품들을 검색해보면 오히려 홍금보와 같이 연기한 작품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찰서장 역 단골로 출연한 동표와는 성룡이 더 친해보이기까지 한 것 같다.

 

그러나 헐리웃으로 넘어가면서 성룡은 많은 영화에 출연하는데 시리즈는 홍콩에서 만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뽑자면 '상하이의 눈'과 '상하이 나이츠', 그러니깐 상하이 시리즈에 나왔던 오웬 웰스가 최근까지 같이 한 파트너로 기억된다. 물론 크리스 터커도 있었지만 러시아워의 세번째를 찍기 전까지는 이들은 똑같이 성룡과 두 번의 파트너로 출연했다. 하지만 3 편에 출연하면서 크리스 터커와 성룡은 앞으로도 자주 새로운 영화나 시리즈에서 마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액션은 그만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수다쟁이 크리스 터커와 4 편을 찍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상당히 아쉽다.

크리스 터커의 즉흥적일 수도 있는 에드립이 자칫 영화의 잔재미를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전작을 들먹이는 그의 개그는 상당히 유쾌하지만 이 영화는 아쉽게도 컬트영화가 아니라 코믹 액션이다.

따라서 전작의 제목을 그대로 언급하면서 에드립을 한 그의 모습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부 관객사이에서는 이 영화의 번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인을 '짱께'라고 표현한 것이 그 예인데 영화의 재미를 위해 약간 비속어로 변형을 한 번역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짱께'는 우리나라에서는 중화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나 중화요리집 배달원을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사실 '장쾌'라고 읽는 것이 정답이며 이 뜻도 원래는 '주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번역가가 설마 그것을 모를까 싶지만 모를 가능성도 높다.)

최근 웃고 넘어가자는 의미로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나, 통신언어를 자막으로 번역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이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성룡과 크리스 터커는 웬지 잘 어울린다.

영화 속 대사에서 카터가 자신의 절반은 중국인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하고 '리' 역시 절반은 흑인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유대감을 나타내는 대목처럼 영화에서, 현실에서 인종의 벽과 지역의 벽, 국가간의 벽이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4 편에서도 유쾌한 그들의 발차기와 수다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