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행복-허진호 감독의 되풀이 되는 질문!

송씨네 2007. 10. 11. 12:33

 

어느 기자가 그랬던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아마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드는 것은 힘들 것이다'라고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임수정과 황정민...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행복'...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허진호 감독은 사랑은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항상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알고 있으면서도 감독은 '봄날은 간다'(참고로 이 작품은 나는 보지 않았다.)를 비롯해서 '외출'에서도 그는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사랑이 변하냐고' 관객에게 되묻는다. 지겹도록 묻고 또 묻는다, 참 바보같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죽음을 기다리는 한 평범한 사진사의 이야기라면 '행복'은 그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떼로 나온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희망의 집'이라는 요양원 환자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되뇌이고 되뇌인다.

간 병련 환자 영수는 술과 담배로 찌든 생활을 살다가 이 곳 요양원까지 왔다. 그러던 와중 은희를 만나는데 그녀는 어쩌면 영수보다도 절박한 삶을 사는 여인인데 의외로 담담하고, 어떨때는 상당히 밝게 살고 있다.

영수의 요양원 기숙사 룸메이트인 석구 아저씨(박인환)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모두들 희망이라는 끈을 잠시 놓치는 듯 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병마와 싸우는 영수와 은희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독립하여 새로운 생활을 하는 듯 했지만 자꾸만 나타나는 수연(공효진)의 그림자를 영수는 잊을 수 없었고 그는 다시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그는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방랑자였다.

다시 은희 곁으로 다가가지만 너무 멀리 와버린지라 되돌아가기는 너무나 늦은 상황이다.

그렇게 사랑은 멀어지는 것 같았다.

 

 

가수 이승환과 더불어 나이를 믿을 수 없는 외모와 연기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임수정은 전작인 '싸이보그이지만 괜찮아'와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신병자 환자에서 이제는 진짜 아픈 환자가 되어서 명 연기를 펼쳤다.

황정민도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황정민의 '행복'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사생결단'의 악질 형사 케릭터와 '너는 내 운명'의 착한 남자 케릭터를 믹스한 느낌이 강했다. 물론 그의 연기에 그 누구도 테클을 달 수 없긴 하지만 웬지 모를 두 영화가 겹쳐지는 이유는 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특별출연과 우정출연으로 등장했던 공효진, 박인환, 신신애 등의 모습은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또다른 매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앞에도 이야기했듯 허진호 감독의 되풀이 되는 질문을 이번에도 관객들이 대답해야 하는 이 난해함이다.

이미 답은 나와 있음에도  그는 묻고 있다, 아니 앞으로도 다음 작품에서도 '사랑이 변하냐'고 또 물을 것이다.

또한 공효진이 맡은 수연의 캐릭터에 대한 의문도 이 영화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헤어지자고 먼저 이별 통보를 한 여자가 어떻게 남자를 유혹하려고 하는가는 생각이다.

병이 나았으니깐, 다른 여자랑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깐... 그것에 대한 질투심과 복수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표현하기에 수연의 케릭터는 상당히 짜증나는 케릭터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이 허진호 감독이 정말 사랑이 변할 수 있는가라는 변수를 일부러 만들어주는 계기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래도 수연의 케릭터도 그렇고 영수와 은희의 케릭터가 답답하게 보이면서 안타까운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면서도 또 묻고 있는 허진호 감독은 관객과의 인내력 테스트를 하고 있거나 혹은 허진호 감독 자신이 그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분은 그게 허진호 감독의 전략이라고도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랑은 변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변한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유지하고 변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죽음이 갈라 놓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고 해도 진정한 사랑의 그 초심을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랑이란 단순한 두 글자는 앞으로도 우리에게 풀지 못할 숙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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