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거 기자단을 했을 때 첫번째로 인물 인터뷰를 했던 사람은 바로 장수명 씨 였다.
★나그네 매표소 장수명 씨 이야기 원문 읽기
그는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렵게 버스 가판대(이하 매표소) 운영권을 갖게 되었다.
7 년 여년의 기간을 이 곳에서 생활했고 많은 이들과 부딪치며 살아갔다.
1년 정도가 흘렀는데 그는 여전히 그 곳에 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을 출간해서 많은 이들이 알아본다는 것이다.
책도 그럭저럭 잘 나가는 편이라고...
나는 직장을 옮기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수명 씨를 요즘들어 수명 씨 매표소를 자주 들린다.
그에게 세상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에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두 남자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던 수명 씨가 요즘 나에게 두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첫번째는 매표소가 과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고, 또 하나는 아파트 주민들의 이기주의로 공중전화 박스 하나 설치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 언제부터 매표소가 노점상이 된 건가요?
서울시는 얼마전 정책을 발표했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의 매표소와 구두 수선점과 같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미니 점포를 모두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더구나 이들 점포를 노점상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상당히 아이러니 하다.
불과 올해 2월까지는 서울시에서는 가판대 상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칙을 내놓았다.
왜냐하면 밑에 기사에서도 나오겠지만 억대의 부자가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극히 일부이다...
서울 가판대 상인 10억대 부자 7명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A(46)씨는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가로(街路) 판매대에서 신문과 복권을 팔고 교통카드를 충전하면서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의 대치동 집은 공시가격 8억6000만원짜리 32평 아파트로 작년에 수백만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냈다.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공시가격 2억9200만원)와 강남구 세곡동·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땅을 합하면 12억9700만원의 ‘자산가’다.
서울시내 거리에서 신문·복권 등을 팔거나 구두 수선을 하는 사람 중 종합부동산세 납부 기준인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28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0억원 이상의 ‘부동산 부자’는 7명, 6억~10억원대는 21명이었다.
서울시가 26일 시내 가로 판매대, 구두 수선대, 교통카드 판매대 운영자 3625명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4억~6억원대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93명, 2억~4억원대는 390명이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도 116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들 ‘자산가’ 중 일부는 “강남 지역에 수십년 눌러 살다 보니 최근 재건축사업 추진으로 집값이 폭등했을 뿐 먹고 살기는 여전히 힘들다”고 항변했다고 시는 전했다.
가판대 운영자에 중·상층 이상 생활 수준의 자산가들이 포함된 것은 시가 1980·90년대 불법 노점상을 정비하면서 별다른 기준 없이 가판대 운영권을 주고 매년 갱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가판대 중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운영하는 곳은 736곳(20.3%)에 불과하다,
서울시내 가판대는 1.5~2평 내외로 월 임대료는 14만~51만8000원이지만 지하철역 인근 등 요지 가판대는 월 수백만원 이상의 순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방태원 건설행정과장은 “장애인·독립유공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운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 내용도 사실 수명 씨가 나에게 스크랩하면서 보여준 자료의 일부이다.
그 이후로도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밑에 링크한 자료 역시 수명 씨가 스크랩 한 기사들의 일부이다.
동아일보 인터넷판 (2007.2.27) '가판대 운영자 알고보니…서울 28명이 6억이상 부동산부자 '
경향신문 인터넷판 (2007.2.27) [여적] 가판대의 진화 (칼럼)
서울신문 인터넷판 (2007.2.27) [사설] 가판대는 사회적 약자에 돌아가야
링크된 기사를 읽어보시고 뭘 느꼈는가?
같은 날 올라온 이들 기사는 결론은 똑같다.
어려운 약자들에게 가판대가 설치된 것이고 그들이 운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일부 억대의 부자 가판대들로 인해 정말 가난한 가판대 상인들이 피해를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그래서 이들 억대의 부자 가판대 상인들의 입점권을 박탈시키고 그 대신 소외된 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던 서울시가 6 개월만에 방침을 전면 수정했다.
몽땅, 싸그리~(?) 이들 매표소와 구두 수선집을 비롯한 가판대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머니투데이 인터넷판 (2007.9.20) 서울시내 가판대 2009년말까지 사라져
고뉴스 동영상 뉴스(판도라 TV/2007.10.17) ‘보유재산 2억’ 서울 가판대 영업 못해
그렇다면 이후 서울시 계획이 있냐고? 당연히 없다.
정말 그렇다면 버스카드는 앞으로 지하철과 일부 편의점에서만 충전하라는 소리인데 아직 그렇기에는 많지 않은 숫자이다.
그렇다고 무인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1억원이 넘는 상인들의 경우부터 입점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글쎄, 1 억원에 요즘 내집 마련 가능할까?
(이후 2 억원으로 조정햇지만 여전히 납득이 안가기는 마찬가지...)
수명 씨도 나에게 되물었지만 나 역시 서울시에 되물어보고 싶다.
수명 씨의 걱정은 여기서 시작된다.
서울시가 실시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는 우려이다.
(물론 너무 앞써가는 걱정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겠다. 하지만...)
따라서 수명 씨나 내가 살고 있는 부천이 속한 경기도도 에외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어렵게 매표소 입점권을 따낸 수명 씨는 이 일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IMF 때 정리해고 당하고, 힘든 몸을 이끌고 힘들게 따낸 입점권인데 말이다.
그는 아울러 그 불똥이 가판대를 운영하는 수명 씨 자신을 비롯한 일부 장애인들과 정말 힘든 생활을 하는 가판대 상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하고 있었다.
# 공중전화 박스 설치도 막는 무서운 아파트 치맛바람...
수명 씨의 두 번째 고민은 수명 씨의 매표소 옆에 세우려고 했던 공중전화 박스 설치가 인근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수명 씨가 있는 매표소에는 인근 초/중/고등학교가 밀집되어 있다.
학생들이 핸드폰을 많이 가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핸드폰 없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친한 수명 씨는 매표소 안의 전화기나 자신의 휴대폰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그들에게 무료로 전화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매표소 전화기는 다른 업무 때문에 사용해야 하고 휴대폰도 이런 식으로 가면 그 요금을 감당할 수 없기에 수명 씨가 생각해낸 방법은 공중전화 박스 설치였다.
수명 씨는 KT의 공중전화 사업회사인 KT 링커스(이하 'KT')측에 문의를 하여 부랴부랴 공중전화 설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중전화 박스도 들어왔고 전화선만 연결하면 되는데 연결을 할만한 곳이 없엇다.
자신의 매표소 전화기로는 선을 연결할 수 없기에 인근 아파트 전화선을 가져오기로 KT 측과 합의를 보았다.
수명 씨의 매표소와 아파트 담장 사이의 거리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
다음날 수명 씨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아파트에서 전화선을 연결하는데 반대를 하고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KT 측은 힘들게 가져온 전화박스를 다시 철거하고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수명 씨가 있는 동네는 중동 신도시 쪽으로 아무래도 땅값에 민감한 동네이다.
그러나 공중전화 박스 설치 무산 이유가 나는 땅값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아마도 그 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명 씨가 처음 이곳 매표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도 동네 주민과 마찰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시설이기에 주민들은 혐오시설 정도로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명 씨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항상 아침마다 자신의 매표소 및 거리를 청소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건내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그의 일상이자 그가 행복해하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수명 씨는 공중전화 박스를 다시 원위치 함으로써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불과 몇 미터 앞에 아파트 인근 주민의 협조만 얻는다면 아이들은 불편하게 조금 먼 공중전화 박스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다.
동전 전화, 아니... 콜랙트콜이라도 쓸 수 있게 해주려고 했던 수명 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수명 씨는 오늘도 자신이 맡은 바 일을 하고 있다.
좁은 가판대이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
세상이 아무리 그를 괴롭게 만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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