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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PB 제품, 과연 약일까?

송씨네 2007. 10. 21. 08:21

 

 

 

돈도 없는 주제(?)에 나는 최근 할인매장을 자주 가는 편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5개 업체가 난립하던 할인매장 시장은 3 개로 압축되었고(홈에버나 농협 하나로마트도 있지만 일단 BIG 3로 본다면...) 시장은 점차 과열 현상을 보인다.

(마치 이동통신 업계의 전쟁을 보는 듯 하다. 역시 5개 업체로 시작해서 지금 3개 업체로 남은 것을 보면 말이다.) 

 

 

 

 

 

나도 PB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 식품 매장에 눈길이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싶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하기에 더 발길이 그 곳으로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이마트가 얼마전 PB 상품 자체 브랜드를 대거 추가시키거나 신설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싼 가격에 소비자와 만나겠다니 반가운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내가 과거 일했던 두 공장(중소기업)이 공교롭게도 PB 상품들도 만들던 곳이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자체 브랜드 상품'이라고 풀이하는게 가장 쉬울 것이다.

가령 A라는 과자가 새로 나왔다면 A라는 과자를 만든 B 회사는 그 과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C 할인매장에 납품을 하는데 B 회사의 브랜드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C 할인매장의 자체 브랜드로 나가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보통 말하는 PB 상품이다.

(이마트의 경우 제조사가 직접판매하는 'NB 상품'외에도 'PB 상품'과 비슷한 개념인 'PL 상품'이라는 것이 있는데 'PB'와 'PL'은 같은 개념으로 간주한다. 혹시 이마트 관계자나 중소기업 업체 분들 중에서 이렇게 분류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댓글로 이의제기 부탁드린다.)

 

 

 

 

 

PB 상품은 보통 식품(과자, 차 등등)이나 공산품 위주로 진행이 되던 것을 이번에 이마트는 신선식품(체소, 과일) 쪽을 더욱 강화한 모습이 더 주목된다. PB 상품은 싸서 좋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과 소비자들도 약간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식품을 이야기 해보자.

최근 PB가 아닌 일반 식품(과자류)에도 OEM 방식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가전 제품이나 공산품 등에만 이루어지던 OEM 방식은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쪽의 자본이라던가 임금이 저렴하기에 그 나라 현지 인원으로 제품을 만들고 국내에 역 수입하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식품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과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제조원이라던가 국가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인 경우도 많다.

판매하는 곳이 국내 유명 제과 업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제조원과 판매원이 틀리다는 것을 확인한 당신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PB 상품의 위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판매중인 한 할인매장 PB 상품 중에 '카스타드' 제품의 경우 6개 짜리 한 세트가 다른 일반 국내 업체의 '카스타드'보다 더 저렴하다. 더구나 여러가지 맛을 판매하고 있으니 처음에도 나 역시 구미가 땡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PB 제품을 판매하는(말하자면 실제 제조를 담당하는) 곳은 국내 제과 업체인데 생산지가 동남아나 중국 쪽의 원산지로 기록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쇼핑키트에 넣으려는 것을 다시 빼버리고 발았다.

아무래도 그 쪽 상품에 대한 품질이 의심되던 것이라 그럴 것이다.

오죽 했으면 한 업체는 자신의 '카스타드' 제품에 국내에서 만들었다고 강조를 하는 것을 보면 이런 PB 상품이 가격이 싸다고 해서 꼭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공산품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일하던 회사는 주방의 식기 용품을 만드는 곳인데 스텐레스 철사로 뼈대를 이루어 만드는 제품들이 대부분으로 컵걸이, 선반 등을 주로 만들어서 생산하는 업체였다.

이마트나 롯데마트를 비롯한 업체에 납품을 하는 우리는 그 쪽에 PB 상품도 납품하는데 그렇게 판매량은 썩~ 좋지 못한 편이다.

판매량도 늘지 않고 스텐레스 철사의 원가도 올라가는 바람에 내가 다니던 회사는 결국 조금 더 질이 낮은 재료로(그러나 육안으로는 거의 판단 불가능할 정도로 품질은 비슷하다.) 제품을 만들었다.

사실 이런 이유는 할인업체들의 압력도 부정할 수만은 없다.

싸게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 인건비를 줄여야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료의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제 2의 IMF까지 겹쳐(지금이 오히려 IMF 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임금은 몇 년째 동결될 정도였다.

 

 

 

 

 

이렇게 PB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나오는 것 같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을 얻으면서 탄생하게 된다.

싸다고 좋을 것 없고, 반대로 비싸다고 꼭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PB 상품의 등장이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중소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키는데는 주요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마트의 이번 정책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분명 대거로 PB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PB 상품이 가격내리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품질과 더불어 PB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사기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아본다.

그렇기 위해서는 할인매장들의 이익 감소는 각오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이익을 중소기업과 소비자에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후속보도 ☞ 이 이야기도 한 번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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