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스카우트-사랑, 혹은 이데올로기?

송씨네 2007. 11. 19. 13:23

 

얼마전에 '화려한 휴가'가 개봉되었을 때 사람들은 의외로 광주 5. 18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더울어 전제산 29 만원이신(?) 그 분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또한 오히려 그 분을 감싸주시는 인정많은(?) 분들(한편으로는 그 분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지는...)도 있었다.

 

김현석 감독은 또 다시 야구 영화를 들고 왔다.

'YMCA 야구단' 이후 두 번째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각본을 섰었고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아예 카메오로 등장했다. 이렇듯 김현석 감독은 야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감독이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야구심판을 맡았던 임창정이 이 영화에서 대학 야구팀 스카웃을 담당하는 관계자인 호창 역을 맡은 이유도 아마 같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호창은 백 부장의 지시로 광주에 내려가게 된다.

거기에는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투수 선동렬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경쟁 대학교에서 선동렬을 모시기로(?) 한 상태이니 호창은 답답하기만 하다.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선동렬의 부모에게 설득하는 한편 광주에 살고 있는 대학 후배였던  세영을 찾아간다.

세영과는 이미 오래전 첫사랑이었지만 이 두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멀어지게 되었다.

광주에서 YMCA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세영에게 호창 대신 나타난 사람은 건달 곤태...

곤태의 협박에 호창은 당황스럽지만 선동렬 스카웃 작전에 얼떨결에 그를 합류시키면서 상황은 재미있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과는 달리 광주에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YMCA 야구단'이 야구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 배경을 약간의 픽션으로 그려냈다면 '스카우트'는 괴물투수 선동렬(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스카웃 하는 과정을 픽션으로 영화화 했다. (영화 초반부에 90% 픽션이라고 분명히 나와 있다.) 

거기에 5. 18 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첨가하여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YMCA 야구단'이 잘만든 야구영화라면 '스카우트'는 김현석 감독이 말한 것처럼 100% 야구영화가 아니다. 야구는 그저 소재이며, 선동렬이라는 인물은 호창과 세영, 그리고 5. 18을 엮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야구, 사랑, 격동의 시기(5. 18)의 세 가지 요소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룬 것은 김현석 감독의 깔끔한 시나리오 덕분이었다고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화려한 휴가'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한 박철민은 이번에도 광주 5. 18을 소재로한 이 작품에 또 한번 출연하는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화려한 휴가' 광주 세트를 다른 영화로 밟아본 것도 아마 그가 유일할 것이다.)

엄지원은 독립투사 같은 분위기로 시종일관 호창과 대립하지만 초반 풋풋한 젊은 시절에서는 대학생 새내기에서 엿볼 수 있는 청순함도 같이 선사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호창(임창정)에게 '뚝~!'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에서도 동수(김상경)에게도 '뚝~!'하고 외치는 엄지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반가운 얼굴은 선동렬 역을 맡은 이건주이다.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로 우리에게 각인된 그는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의외로 선동렬 역의 비중은 높지 않지만 젊었을 때 선동렬을 닮은 덕분에 인지는 몰라도 실감나는 사투리와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역 출신 배우들이 괜히 과대평가 받는게 아니다.)

 

 

'스카우트' 야구보다도 사랑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때 이 영화는 5. 18을 집중적으로 다룬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는 세영과 호창의 대립관계를 볼 수 있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세영이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YMCA에 온 이유, 그리고 호창과 헤어진 이유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첫째는 자신의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고 또 한번은 대학시절 호창에게 보았던 실망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영화 후반에 드러나는 야구부 폭행 사건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어떤 상황인지는 영화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이 정도만 이야기하겠다.) 폭행사건과 5. 18은 어찌보면 시대의 이데올로기 속에 휘말린 두 주인공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주는 예이다.

호창이 선동렬을 포기하고 세영을 구한 이유는 어쩌면 그 이데올로기 속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호창의 반성이라고 보여진다. 영화의 끝에 선동렬의 성공한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는 성인(주부)이 된 세영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는 것도 어찌보면 같은 맥락일 것이다. (호창은 용서를 받았고 그 용서는 역시 성인으로 성장한 선동렬 감독을 봄으로써 더 확실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분명 '스카우트'는 '화려한 휴가'와 같은 지점에 서 있지만 그 결과는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두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희생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진리라고 생각되어진다.

 

 

PS. 김현석 감독이 만든 영화들의 주제가는 상당히 중독성이 강했다.

YG 패밀리가 부른 'YMCA 야구단'의 주제가나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식이 동생 광태, 광식이 동생 광태...'를 연발하는 특이한 주제가도 중독성이 강했다.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비광송'역시 매우 인상적인 주제가이다.

극중 곤태(박철민)이 '나는 비광...'이라면서 자신을 질책하는 내용의 시를 낭송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일명 '비광송'은 영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엔딩크레딧을 놓치고 그냥 가신 관객분들이 대부분인데 주제가까지 꼭 들어보길 권한다... 역시 중독성이 강한 주제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