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안경-사색의 즐거움, 함께하는 즐거움!

송씨네 2007. 12. 3. 13:12

 

우리는 혼자 생각에 잠길 정도로 사색을 즐기지는 못한다.

이 각박한 세상에 뭔가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카모메 식당'으로 각박한 우리들의 삶에 여유를 안겨주었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안경'이라는 작품을 들고 나왔다.

일본어로 '안경'을  '메가네'라고 하는데 이 원제를 그대로 끌고왔다.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에 사는 한 중년의 일본여성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이다. 주인공이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며 이 곳에 관광을 온 일본인들은 모두가 이 곳으로 놀러온 이방인이다. 그런데 반대로 이 영화는 생활하는 사람은 여러명, 그리고 이방인은 두 명이다.

'카모메 식당'의 경우 등장인물이 시간이 경과되면서 한 명 씩 추가되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년의 타에코라는 여인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세상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 섬에 다다르렀는데 분명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섬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다.

민박집 주인 유지는 자신의 민박집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며 코딱지 만한(?) 문패로 이 곳이 민박집을 알리고 있고, 봄이면 찾아온다는 빙수장수 사쿠라는 의문투성이다. 아침마다 타에코를 친절하게 깨우는 것은 물론이요, 메르시 체조라는 들어본 적 없는 괴상한 체조를 아침마다 하고 있다. 거기에 빙수값은 대신에 그녀가 받는 것도 특별하다.

그 뿐인가, 세상 살기 싫다고 죽고 싶다는 말만 되뇌는 고등학교 생물 교사 하루나도 있다.(거기에 유지 민박집에 밥먹는 것도 모자라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교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타에코의 제자로 보이는 사내 요모기가 등장하면서 이 작은 민박집은 더욱더 활기를 띄게 된다.

 

 

최근 개봉된 작은 영화들은 특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악당없는 착한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지금도 괜찮은 흥행을 보이고 있는 '원스'의 경우도, 그리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에도 공톰점은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유토피아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깐 그들의 삶의 비틀즈의 'Let it be'(그냥 내버려둬!)이자 또 다른 팝송의 제목인 'Don t worry be happy'(걱정마 잘 될꺼야~!) 식의 사고 방식이다.

어쨌든 시간은 가고 있고 편안하게 이 여유를, 이 하루를 즐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들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절정에 해당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그럴까?  '안경'의 홍보카피에는 '카모메 식당'을 잇는 두번째 슬로우 라이프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 타에코는 일본 사회(혹은 어느 나라의 도시이건 간에 마찬가지인)를 대표하는 도시인이다.

각박한 세상이 지겨워 작은 섬으로 왔지만 초반에는 전혀 적응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민박집이 맘에 안들어 옮기기를 시도하지만 또다른 민박집은 유지가 운영하는 민박집 보다도 더 심각한, 마치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을 펼치는 듯한 60,70 년대 '주경야독'을 하는 빈박집으로 가게 된 것인데, 이런 황당한 설정과  그 속에서 보여주는 작은 에피소드는 배꼽을 잡고 웃는 것이 아닌 즐겁게 미소를 띄게 만들고야 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특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자꾸만 빙수를 권하는 사쿠라 때문에, 그리고 점점 이 이상한 마을(?)에 적응이 되어가면서 타에코는 사색의 즐거움과 함께하는 즐거움에 동참하게 된다.

이 영화가 단순하지만 따뜻하고 따스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일본의 작은 섬마을이라는 배경과 더블어 바닷가 마을과 농촌 마을의 두가지 색깔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바닷가에서 사쿠라가 만든 빙수를 먹고 사쿠라와 마을 주민들은 아침마다 메르시 체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재미있지만 한 편으로는 아름답게만 보인다.(메르시 체조의 장면은 마치 작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인 '녹차의 맛'의 일명 '야마요 댄스'를 능가하는 중독성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타에코 역을 맡은 고바야시 사토미의 역할 바꾸기이다.

전작 '카모메 식당'에서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식당 주인 사치 역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본인이 그 이방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 '안경'에서 또한 이방인이지만 한 편으로는 이 마을 주민과 다름없는 사쿠라도 등장한 배우 모타이 마사코의 등장도 이색적이었다. '카모메 식당'의 이방인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중견 배우 모타이 마사코의 한 얼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두 가지 모습이다. 바로 무뚝뚝함과 친절함의 두가지 모습이라는 것이다. 무표정과 미소가 모두 하나의 표정에서 모두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점이다.)

또한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는 또 한명의 꽃미남 카세 료의 모습이라던가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치카와 미카코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안경'은 9 월에 개봉되었고 우리나라는 12월에 개봉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이른 봄이며, 더워서 죽을 지경의 여름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하얀 꿀로 마무리를 한 빙수가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오히려 평범함에서 오는 작지만 깊은 진리처럼 평범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그려내고 맛을 더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솜씨가 아닐까 싶다.

'카모메 식당'의 시나몬 롤 빵처럼 군침이 돌게 만드는, 그리고 시원함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 '안경'이다.

 

 

 

PS. '안경'에 등장하는 빙수 제조법은 스폰지하우스를 방문한 관람객에게 레시피 책자로 만들어 배포중이다.

더불어 '카모메 식당'의 시나몬 롤 빵 제조법과 더불어 말이다.

그리고 '안경'의 공식 블로그에서도 소개되었다. (하지만 일본어라는 사실~~!)

극장 혹은 홈페이지로 달려가서 꼭 방문하셔서 레시피 받아가시기실...

 

'안경' 공식 일어 홈페이지 http://www.megane-movie.com

영화 속 '마법의 빙수' 레시피(제조법) 안내 http://www.megane-movie.com/blog/mag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