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색, 계-이안 감독의 유턴! 어떻게 이야기할까?

송씨네 2007. 11. 15. 14:41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동성애 문제를 다루었던 이안 감독이 오랜만에 다시 중국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와호장룡' 이후이니깐 7년 만에 중국의 이야기를 이야기한 것이다.

사실 그가 만든 작품들은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헐크'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연출해 이안 감독 답지 않다는 악평을 얻기도 했다.

가족의 소중함이나 동성애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가 들고온 화두는 다름아닌 시대의 이데올로기이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사랑과 성에 대한 의문도 같이 곁들여졌다.

 

때는 1938년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중국은 일본의 지배하에 나라가 운영되고 있었고 그나마 홍콩은 옛 식민지였던 영국으로 인해 어느 정도 자유로왔던 시기이다.

왕차이즈는 홍콩의 대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피난으로 인해 중국에서 거주한 학생들이 모두 모이게 된 홍콩의 대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연극부 제의를 받게된 왕차이즈는 그것을 수락하게 된다. 애국주위를 강조한 연극으로 명성을 얻게 된 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친일행각을 벌이는 자를 처단하기로 맘먹는다.

그 첫번째 표적은 바로 '이'라는 인물로 이들은 각각 운전기사, 수출입업자와 그의 부인 등으로 가장하고 '이'에게 접근한다. 왕차이즈는 수출입업자 막 사장의 부인으로 위장하게 된다. '막 부인'으로 위장하게 된 것...

그러나 예상처럼 쉽게 이 일은 진행이 되지 않았고 3년 뒤 이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진짜 친일행동을 일삼는자를 처단하기 위한 단체에 활동하게 된다.

왕차이즈도 다시 이 곳에서 활동을 하면서 다시 '막 부인'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달라진게 있다면 '이'는 '막 부인'에 대한 애정,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그녀와 관계를 갖게 된다.

왕차이즈는 이제 고민에 시달린다.

배신자를 처단할 것인가, 그를 사랑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말이다.

 

 

이 작품은 앞에서 이야기했듯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잘 활용한 작품이다.

거기에 이중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긴장감을 유도한다.

양조휘는 이제는 중년의 신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신사적인 인상이 강한 배우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악날한 '이' 역할을 하면서 그의 이미지를 깨려는 노력을 하였다.

물론 이 작품에서 주목할 사람은 왕차이즈 역을 맡은 신인 탕웨이다.

미인대회 출신이지만 그녀는 대학에서 감독론을 공부할 정도로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오디션에서 수많은 이들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양조휘의 여인이 된 것은 주목할 점이다.

 

사실 이 작품이 안타까운 것은 지나치게 국내의 배급사에서 이 작품을 상당히 '야한 영화'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맞다. 물론 이 영화는 매우 야하다.

관계를 맺는 장면도 2~3회 정도 있고 그들의 몸이 적나라하게 등장하기도 했으니깐...

하지만 이 영화를 야한 영화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영화는 선정적인 장면보다도 이데올로기에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한 영화라고 포장된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역시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일제의 침략을 당하고 중국과 마찬가지로 온갖 굴욕과 핍박을 받으며 살아갔다.

그러나 그러면서 지금과 같이 국가를 이륙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색, 계'의 이데올로기는 그런 점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친일적인 행동을 일삼은 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식이 꼭 그들과 관계를 맺어야만 했던 것인지는 나 역시 의문이다. '색, 계'는 그런 점에서 전작인 '브로크백 마운틴'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찬반양론을 일으키며 토론할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본다.

 

지금 다시 둘로 나뉘어진 대한민국...

과연 진정한 애국은 무엇인지를 이 작품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PS. 이 작품에 대한 마케팅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기대 이하이다.

무삭제라는 표현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솔직히 남녀의 몸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은 아무래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이었다.

이 작품도 어렵게 심의에 통과한 작품인데 아직 이 작품을 능가하는 선정수위의 영화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이 영화가 선정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는 관객 판단의 몫이다.

배급사나 홍보사가 결정지을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