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조선일보에 발목잡힌 예술극장!

송씨네 2007. 11. 26. 01:30

 
우선 이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첫째, 나는 조선일보를 싫어한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우리집 식구들은 조선일보를 구독한다는 것...

셋째, 과거 문화부 이동진 기자 때문에 조선일보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가 프리랜서가 된 이상 조선일보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는 것. (나는 진작에 그가 프리선언을 하길 바랬던 사람이다.)

 

제목을 보면 '낚였다'고 하시는 분들 분명히 나오지만 이른바 이 '조선일보 울렁증'은 본인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걸린 증상일 것이다.

아울러 조선일보와 더불어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역시 사람들이 반감을 갖는 신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반대로 진보적인 한겨레 신문을 본인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겨레 역시 영화주간지인 '씨네 21' 을 사서 읽는 것 외에는 한 번도 한겨레 관련 신문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참으로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는 사태가 얼마전 발생되었다.

영화사 진진(하이퍼텍 나다)와 더불어 최근 예술영화 수입/배급/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예술영화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영화사 스폰지가 압구정동과 명동에 이어 3 호점을 개관하기로 되어 있다. (12월 1일 개관예정인 극장은 준공문제로 인해 개관시기가 늦춰질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장소가 조선일보 측에서 새로 짓고 있는 '조선일보 미디어 센터'에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이하 '광폰지')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물론 초반에는 이 새로운 장소에 대해 스폰지 측에서도 공개를 하지 않았고 스폰지 하우스의 골수팬과 스폰지 영화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좋은 소식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사실...

그러나 새로운 개관 장소로 조선일보 건물안에 극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일부 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문제에 의견을 올린 한 인터넷 포탈 카페 회원의 글이다.

 

 

광폰지 입주 건물이 극우신문인 조선일보 건물 같은데요.

혹시 그 건물에 입주하시는데 심리적, 정치적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그런 부담이 없었다면 정말 그것은 문제라고 생각하구요['문제'란 뜻은, 해당 신문사가 남한 제 세력 사이의 정치적, 문화적 헤게모니 다툼 안에서 깊은 상관성을 갖고 있음이 고려되지 않은 채 입주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적어도 저 같은 스폰지 영화 주 고객 수용자에게 상당한 실망['실망'의 의미는 political correctedness 따위에 대한 의외성 같은 것일 수 있음]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광폰지의 조선일보 관련건물 입주는 저는 한국 독립영화, 인디영화와 그 세력들의 지향성이랄까, 또는 그 저변에 공유된 문화적 정체성과 많이 상치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판단이 없었다고 해도 그 행위는 정치적 행위입니다. 왜냐하면 몰트만 류의 시각에서 보자면, 정치적 무감성은 있을 수 있지만 비정치적 선택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모든 선택은 정치적입니다.

만약 일정 정도 부담을 가지셨다면, 어떤 이유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재정적 문제 뭐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겠구요. 감히 추측해 보건데, 어쩌면 실용적인 선택을 하신 것 같은데, 실용적인 선택을 했다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아니면 조선일보 전시 공간과의 연동 같은 전략적 선택인 건지요. 혹은 이유가 그것들 전부 다인지... 궁금...

뭐 외람된 질문이지만, 스폰지하우스의 주 관객으로서 저변에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어떤 정치적 가치관이랄까, 소수자, 다양성, 약자 등의 가치와 저는 그 신문사와 딱히 어떤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럽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당혹스러워서요. 만약 이게 프랑스나 그런 곳에서 있었던 결정이라면 굉장히 큰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외람되게 제 정치적 입장을 약간이나마 밝히고 토론하자면 저는 안티조선의 입장이고, 조선일보의 게이트키핑 행위의 정치성에 대해서, 그리고 그 신문의 수용자 집단의 사대성, 문화적 보수성, 억압성에 대해서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과거 이동진 기자 이래 보여줬던 해당 신문사의 영화 산업의 다양성에 대한 우호적 태도 또한 헤게모니적이며 신문 정치 면의 보수성의 희석시키는 도구라는 저간의 의구심에 동의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올라온 후 카페 회원들간에는 찬반양론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 스폰지 하우스를 맡고 있고 영화사 스폰지의 대표인 조성규 씨는 이런 답변을 하였다.

 

넵, 그 건물이 조선일보 소유라는 것 외에는 스폰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 역시 그 건물에 입주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심리적 부담은 전혀 없었습니다..만일 제가 조선일보의 돈을 받아서 어떠한 사업행위를 하는 문제라면 여러가지 부분들을 같이 고려해 보았겠지만 그런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어떤 분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이전에도 여러차례 조선일보에 글을 쓴 적이 있고, 그건 제가 조선일보에 대한 어떤 노선에 동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제 생각을 쓸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제게 있어 조선일보는 그냥 여러 언론 매체 중에 하나일 뿐이고, 제가 어떤 의견을 견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 역시 그 매체의 성향과는 전혀 상관없이 저의 생각을 쓸 뿐입니다. 만일 그쪽이 원하는 방향의 글을 써야 한다면 당연히 그건 저의 정치적 성향을 당연히 고려해서 결정을 했을 거고요...

 

조성규 대표가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 사태는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앞으로도 이 문제는 당분간 많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곳이 일부 회원들이 도시락을 싸서라도(?) 말리고 싶었던 조선일보 미디어 센터 부지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나 역시 이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른 생각이다.

조선일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개인의 기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영화 산업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광화문에 광폰지가 들어서면서 재미있게도 광화문에는 세 곳의 예술영화 상영관이 생기는 결과가 된다.

광화문 흥국생명 지하에 위치한 씨네큐브 광화문과 바로 길건너에 다시 부활한 미로 스페이스가 그것이며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점이 들어서면 예술극장이 세 곳이 생기는 결과를 갖게 된다. 바야흐로 예술영화관 트라이앵글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선일보인데 현재 충무로, 명동에는 극장들이 포화 상태이다.

더 이상 극장들이 신설되면 어느 극장은 망하거나 축소운영이 불가피하다.

드림시네마가 '더티 댄싱'을 앙코르 상영하고 폐관하는 것도, 허리우드 극장이 30년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고 필름포럼에게 바톤 터치를 하는 것도, 명보 시네마가 상업영화관을 포기하고 예술영화관으로 유턴을 하는 것도, 그리고 최근 시네코아가 결국 문을 닫고 스폰지 하우스가 명동의 중앙시네마로 이사를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비단 예술영화관이나 덩치 작은 극장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카디리는 결국 프리머스 체인으로 들어갔고 명동에는 씨너스, CGV, 롯데시네마의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명동 아바타가 전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CGV 수익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얼마전 씨너스가 입점한 하이페리움도 지은지 얼마 안되어 리모델링을 다시하기도 했고...) 

 

이런 가운데에서 최선책은 아마도 광화문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광화문 부근에는 시네마 정동(구 스타식스)외에는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기에 경쟁력도 있고 부근의 시네큐브 광화문과 미로 스페이스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폰지 측에서는 특단의 결과로 광화문을 선택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게 왜 조선일보냐는 의문일 것이다.

이번에 들어가는 곳은 조선일보가 새로 문을 여는 미디어 센터 건물 1층이다.

더 이상 광화문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는 이상 복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스폰지 측은 조선일보를 선택했다고 보여진다. 광폰지는 기존의 압구정과 명동점과 달리 그림전시라던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같이 운영하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하이퍼텍 나다가 있는 대학로 동숭 아트센터나 홍대앞 거리의 KT&G가 운영하는 상상마당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보이기도 하다. 이들 역시 연극, 콘서트, 전시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점이 과연 이런 일부 마니아들의 우려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좋은 장소를 물색하기가 그렇게 힘든가라는 의문도 든다.

아무쪼록 우익신문, 보수언론으로 평가받는 언론사의 건물에 있는 극장이라는 생각보다는 별개로 운영되는 문화시설이라고 생각해주고 새로운 문화공간의 앞날에 축복을 내려주는 것이 옮은 일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