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연말특집 1. 2007 영화계 결산

송씨네 2007. 12. 24. 16:00

 

 

올해 2007년이 서서히 넘어간다.

영화계는 올해도 조용한가 싶더니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인수가 감소하였고 예상외의 변수들도 작용했던 한 해이다.

영화계 뉴스 일곱개만 정해봤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10대 뉴스식의 발표는 식상하고 겹쳐지는 뉴스가 많기에 일곱개로 간추려본다.)

 

 

 

1. 인디 영화의 강세, 인디 전용관의 증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인디 영화계는 작지만 많은 수확을 올렸다. 주로 영화사 진진이 배급한 '우리학교'와 '원스'가 대표적이며 스폰지와 미로 스페이스, 무비꼴라쥬(CGV/CJ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작품의 일부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또한 올해의 인디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스타탄생이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와 '은하해방전선'의 임지규는 올해 인디계의 대표적인 스타로 발돋음했다.

인디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상영관 수도 늘어났다. 명동 중앙시네마 자리에는 스폰지 하우스와 인디 스페이스가 입점을 하였고 광화문에도 스폰지하우스는 새 지점의 문을 열었다.

KT&G가 운영하는 '상상마당'은 영화뿐만 아니라 공연과 전시등의 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CGV 인디영화관은 '무비꼴라쥬'라는 자체 인디 전용관 브랜드를 신설했다.

이외에도 매가박스는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 상영관인 '무비 온 스타일'을, 씨너스는 '입술은 안돼요', '왕립우주군' 같은 마니아 영화들의 상영은 물론이요 '애니 충격전'을 비롯해 대학교의 졸업발표회 등의 상영공간 제공을 약속하였다. 프리머스도 아트플러스 상영관 두 곳의 상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색화동', '원스' 등의 인디작품 상영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지방의 경우 인천에는 지방자치 단체가 운영하는 인디전용관인 '영화공간 주안'이 첫가동을 시작한 해이기도 하며. 천안의 야우리 멀티플렉스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인디영화 상영에 앞장서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인디영화를 위한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2. 불법다운로드, 관객 감소... 그리고 극장 관람요금 인상!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뉴스지만 이 것을 묶어버리면 하나의 뉴스가 되어버린다.

올해 영화계의 고민이라면 잇다른 개봉작의 참패와 더불어 극장 관객동원 숫자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 조사결과이다. 이는 작년에 폐지된 이동통신사 할인 제도의 문제점도 있지만 매년 증가하고 있는 불법다운로드 (이하 'P2P')문제도 같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에 영화인들은 P2P를 반대하는 집회와 영상물을 제작하여 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일부관객들과 영화마니아들은 '그렇다면 질좋은 영화를 만들어라'라는 의견으로 여전히 팽행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던 와중 올해 연말 영화 요금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화 마니아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종전 7,000 원에서 8,000 원의 요금에서(일부 극장의 조조는 4,000원) 9,000원에서 최고 10,000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같은 극장업을 하는 곳들끼리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잇단 악재(여기서 그 악재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영화발전 기금이 그 대표적, 영화관람요금에 붙던 부가세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에 영화 요금을 더 올리면 관객을 더 빼앗긴다는 이야기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 영화관람 요금은 저렴한 편이며 극장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지라 영화 관람요금 인상 논란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야기 될 것으로 보인다.

 

 

 

3. 그들은 정말 '디빠' 였을까? 영화 '디 워' 논란...

올해의 최고 흥행작은 헐리웃 블록버스터도 아니요, 국내의 잘나가는 배급사와 영화사에서 만든 영화도 아니다. 또한 올해 영화계의 키워드에 빠지지 않는 인물들을 이야기하라면 김조광수, 이송희일, 심형래... 그리고 진중권일 것이다. 이처럼 한 코미디언이 만든 블록버스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유는 이른바 영화 평론가(혹은 영화전문가)와 네티즌(관객)과의 대립인데 그 시발점은 사실 의외의 곳에서 출발했다. 

그 시발점을 재공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 영화의 배급사인 쇼박스와 영화 주간지 FILM 2.0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이렇다. 올해 7월...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일명 '놈놈놈')의 배급사가 자사 쇼박스에서 CJ 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간 것인데 그것에 대한 질문에 노코맨트를 했고 그 작품을 투자한 바른손 영화사 사업부에 물어봐서 진실여부를 알아본 것이 이유였다. 쇼박스는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고 FILM 2.0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쇼박스는 FILM 2.0에만 '디 워'의 지면광고를 하지 않았고 미국의 프리미어 시사회에도 이들 기자만 제외시켰다.

사실 이 사건은 이번 '디 워'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지능적(?)으로 '디 워'와 쇼박스를 깔아뭉갠 FILM 2.0이나 애들처럼 이 잡지에만 보이콧을 선언한 쇼박스나 똑같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사건과 더불어 영화 제작자인 김조광수(청년 필름 대표)와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이 '디 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밝히면서 네티즌들과 평론가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거기에 휘발유를 뿌린 사람은 다름아닌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 '100 분 토론'에 출연해 누구보다도 '디 워' 논란에 쓴 소리를 하던 사람은 김조광수 대표가 아닌 진중권이었다. 이후 진중권의 블로그에는 악플로 도배가 되었고 진중권 역시 의도적으로 네티즌을 비난하는 포스팅으로 맞써버리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어쨌든 ' 디 워'는 이런 우려 속에 흥행에 성공하였으며 심형래 감독은 처음으로 개그맨이라는 이름이 아닌 제작자,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낳았다.

 

 

 

 

4. 영화사, 이제는 절대 못 부려먹는다... 영화 노사 출범과 그 파장

작년 씨네 21의 남동철 편집장과의 이 메일 인터뷰에서 영화계에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영화 노사 출범이라고 대답하였다. 뜻밖의 뉴스라고 생각되었지만 이 뉴스는 사실 영화 마니아들들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 않는 뉴스이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들과 영화계 언론에서는 큰 뉴스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영화인들, 특히 스텝들에 대한 대우는 그렇게 좋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철야 작업은 물론 기약없는 보충촬영으로 인해 심신이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텝들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4월 8일 영화 산업 임금단체협약 조인식을 갖으므로써 영화를 만드는 스텝들은 더욱더 좋은 조건, 유리한 조건에서 영화 제작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7월 1일 효력이 발휘된 이후 앞으로도 이 협약에 맞게 영화제작을 해야하는 영화사로써는 더 부려먹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울지도 모르지만 서로 서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어떻게 보면 이 시스템이 잘되고 있는가의 판가름은 내년을 기점으로 알 수 있기에 그 결과가 주목된다.

 

 

 

5. OST는 사랑을 싣고... 음악 영화의 강세!

올해 음악 영화 정말 많았다.

뮤지컬 영화를 포함하여 음악이 들어간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헤어 스프레이', '라비앙 로즈', '원스', '어거스트 러쉬', '드림걸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의 작품들이 쏟아졌다. 국내에서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즐거운 인생'과 같은 음악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음악 영화들의 반응이었다. 이는 이들 영화의 OST 판매량이 그것을 입증해 주었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원스'는 저예산 영화라는 점과 음악 영화라는 두가지 핸디캡을 아주 가볍게 이기고 OST 판매량에서도 최고를 보여주었다.

마리아 칼레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곧 개봉을 대기하고 있고 얼마전 세상을 떠난 테너 파바로티의 일대기도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앞으로 이런 음악 영화 신드룸은 내년에도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6. '밀양'의 쾌거, 전도연의 인기 상승!

이창동 전 장관이 이렇게 화려하게 컴백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는지도 모른다.

문화부 장관에서 다시 영화계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톱스타를 내세워서 '밀양'을 촬영하였다.

내면 연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전도연 역시 고생을 많이 했고, 송강호 역시 부드러움과 코믹함을 동시에 선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다.

칸 영화에에서 전도연의 이름이 호명되었고 이후 각종 영화제에서 영화 '밀양'과 전도연은 러브콜의 대상 1 호였다. 국내의 모든 영화제에서도 '밀양'은 일부 상을 수상했으며 전도연은 대부분의 여우주연상 모두를 싹슬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밀양'은 이명세 감독의 'M'과 더불어 올해 참으로 어려운, 난해한 영화로 손꼽혔다.

그래서 그런지 두 영화는 그렇게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밀양 역시 관광으로 찾는이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 모두 차기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 영화제들의 정체성, 그리고 숫자들...

올해 부산영화제는 부산영화제 답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영화제 개막 한 달전 부산을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부산은 공사중이라는 푯말이 더 많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올해 기습적인 폭우를 대처하지 못해 해운대 파빌리온 천장에 물이 세는 상황이 생기는가 하면 영화음악계의 거장인 엔리오 모리꼬네가 찬밥 신세를 겼었다는 소식은 많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낳게 하였다. 더구나 초대하지도 않았음에도 무작정 찾아와 한 표를 부탁한 올해 대선 후보들에게도 일침이 가해짐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지나친 스폰서의 간섭도 올해 부산영화제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또한 올해 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놓을 수 없는 점이다. 부천영화제와 광주영화제가 이미 그 후유증을 맛보았으며 고양 어린이 영화제는 인천으로 무대가 옮겨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안산 넥스트 영화제는 아예 영화제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지는 몰라도 올해에는 3 개의 영화제가 신설되었지만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식적으로 집계한 우리나라의 영화제 수가 40 여개가 된다고 하니 정리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2007 년 영화계는 어떻게 보면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작년부터 시작된 스크린 쿼터와 할인카드 중단, 불법 경로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아졌으며 이러함에 따라 여전히 제작되는 한국영화는 늘고 있음에도 난해해서 실패하거나 말도 안되는 작품성으로 인해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의 두드러진 특징은 입소문은 결국 흥행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는 것과 평론가의 의견으로만 흥행파워를 좌지우지 하던 것에서 네티즌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힘으로 인해 영화의 흥행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올해 알게 되었다.

 

내년 2008년은 올해 2007년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여전히 영화는 쏟아질 것이고 관객은 주머니 사정때문에 영화보기를 신중히 선택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는 2008년에는 문화관련 정책, 특히 영화관련 정책에 얼마나 많은 파워를 보여줄지는 주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