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조금 있을 수 있습니다.
범인을 아예 처음부터 공개했는데 말이죠.
따라서 영화를 보실 분은 스포일러에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용하던 마을에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하나같이 여성들이 공격대상이다.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는 대부분이 범인이 누구인지 일러주지 않는다.
누구라고 살작 귀뜀을 하더라도 감독은 막바지에 가면 반전을 보여주어 관객을 기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애초에 누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더구나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라고 아예 까놓고 이야기한다.
삼류 소설가 경주와 '어린 왕자'라는 이름의 문방구를 운영하는 효이가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경주의 친구이자 경찰인 재신은 범인이 잡히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초등학교 철봉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후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거기에 몇 개의 빌라를 거느리면서 세입자들에게 밀린 집세를 받아내던 한 여사장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거기에 이제는 그상대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가리지 않고 살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TV 에서는 이상하게도 이선균과 오만석의 얼굴만 나온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류덕환은 토크쇼에서 찾아보기 힘들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영화 리뷰의 또다른 제목을 정하자면 '우리 덕환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닐까 싶다.
이선균이나 오만석은 이미 많은 무대에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고 검증받았기 때문에 두 말할 필요는 없는 배우들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로맨틱 가이 이선균, 그리고 포도밭 주인도 되다가 내시도 되는 오만석의 카멜레온 연기는 더 이상 언급하면 입만 아프다.)
류덕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짧으면 짧은 나이에 산전수전을 벌써 다 겪어봤다는 것이다. 그것도 연기를 통해서 말이다.
물론 류덕환의 연기들은 하나같이 순수함이라는 공통점이 있엇다.
'내 나이키'(장면 '묻지마 패밀리' 중 단편 애피소드)의 순진한 소년, '웰컴 투 동막골'의 순수한 어린 인민군, 그리고 '아들'에서 보여준 따뜻한 인간미를 통해 류덕환은 정말 유승호, 박지빈 등과 더불어 국민 남동생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배우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던 그가 칼을 들고 살인을 저지르다니 말이다. 정말 놀라운 변신이다.
차가운 눈매와 싸이코 패스들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름끼리는 웃음소리와 움직임까지...
류덕환은 정말 주목해야 할 배우임이 분명하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첫데뷔를 한 정길영 감독은 두 싸이코패스의 살인 충동을 통해 이 사회에 문제점들을 꼬집고 있는 듯 싶다.
(황정민이 주연을 한 '검은집' 이후 이런 사이코패스에 관한 영화는 더 늘것으로 보이는데 그 두번째가 아마도 '우리 동네'가 아니었을까 싶다.)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대범함과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라는 설정, 거기에 모방범죄와 두 살인자가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트라우마를 전면에 깔아주는 점은 놀라운 솜씨의 연출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수 십변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니 때로는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헛갈릴 정도로 너무 영화가 무리하게 가속 폐달을 밟고 움직이는 자동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 속의 살인사건의 순서는 우선 경주가 자신의 집안이 기울어진 원인이 사체업을 하던 효이의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무차별하게 그녀를 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장면을 맨 나중에 삽입한다. 트릭이자 약간의 반전으로 삽입된 경우이다.
이후에 불안정하게 성장한 효이는 발레복을 입은 초등학생을 시작으로 부녀자와 한 명과 젊은 여성 한 명, 그리고 자기 자신을 버림받게 만들었던 애인을 상대로 복수극을 감행하게 된다.
한 편 살인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던 경주는 집세 독촉을 하던 여사장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그 이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다름아닌 경주의 상상속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보신 관객들은 아시겠지만 그 장면 조차도 리얼하게 그려졌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그리고 다시 경주의 살인은 멈추게 된다. 그러나 효이는 자신이 점점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자 작정하고 순찰중인 형사 둘을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버리게 만들었던 그 여자친구, 그 여자친구의 옛 예인이었던 수의사 친구를 역시 살해한다.
이 영화가 다른 스릴러 보다도 살인 장면이 많은 것은 아마도 범인은 두 명이라서 생기는 부담감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효이와 경주만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인 재신 역시 어렸을 때 자신을 무시하였던 경주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다.
물론 화재 사고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 사고로 인해 경주는 부모님을 모두 잃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된다. 지포 라이터가 결정적인 증거물로 발견되었지만 경주는 재신을 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수를 감행할 생각도 없었으며 오히려 성인으로 성장하여서도 친하게 지내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 친구이더라도 복수심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이 영화의 옥의 티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재신은 연쇄살인 사건에 경주가 끼어있음을 알고 나서 고뇌하게 되고 그가 범인이 아닐것이라고 부정아닌 부정을 하게 된다.)
'우리 동네'는 범죄 스릴러에 또다른 한 획을 그린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살인 과정과 뒤죽박죽 역시 엉켜있는 그들 개개인의 트라우마를 복잡하게 그려냈다는 점은 참으로 아쉬운 점으로 생각된다. 복잡하게 만든 설정은 물론 그 뒤에 반전을 때려 관객을 놀라게 하는 효과도 있게 있지만 오히려 관객에게는 혼란만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길영 감독의 앞으로의 신작도 기대해보게 된다.
아울러 앞에도 이야기했듯 류덕환의 앞으로의 변신도 기대해보게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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