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은하해방전선-이런 맬로(?)는 처음이야!

송씨네 2007. 12. 5. 16:03

 

이 영화의 카피는 아예 작정하고 우리 영화는 웃기는 영화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멜로가 되고 싶은 코미디'

사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의 올해 화제작 중의 하나이다.

그것도 그럴것이 부산영화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부산이라는 단어는 빠져 있다.

교묘하게(?) 삐리리 소리로 가려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자, 특활물(혹은 특촬물이라고도 이야기한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재라는 여기 촉망받는 신인 감독이 있다.

곧 장편으로 입봉을 준비중인 그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도넛 가게에서 만나 사랑을 이루었던 그의 사랑 은하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그의 목표는 부산에 내려가서 인기 일본배우를 케스팅해야 하며 거기에 제작비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제작진들과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던 와중 그는 시나리오속 주인공처럼 실어증에 걸리고 만다.

자신의 영화를 소개해야하는 마당에 말을 못한다니... 이런 황당함이...

거기에 그의 증상은 호전되기는 커녕 이제는 말대신에 멜로디가 입가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인간 주크박스가 되어버린 영재에게 이 놈의 고민은 첩첩산중이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에게는 많은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후유증들까지 나타난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까지 보내버렸으니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낸 윤성호 감도의 이 작품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적나라한 사회풍자이다.

그의 사회 풍자는 의외로 살짝 감추어져 있어서 대놓고 찾기가 힘들다.

가령 영재가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TV에서는 부산영화제 소식이 나오면서 뉴스가 나오는데 올해 대선의 모 후보가 부산을 다녀간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후보의 이름이 실명 그대로 공개되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윤성호 감독은 그 후보에 대한 불만을 한 잡지 인터뷰에서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 정치 비판은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데 윤성호 감독은 그것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하나 장면은 영재가 친척들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하던 도중 사촌형이 조선일보 기자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이 대목은 어떻게 보면 조선일보에 대한 칭찬으로, 어떻게 보면 조선일보를 비꼬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에는 언론사가 PPL로 등장하는 경우가 없다가 사실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PPL이 등장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가령 최근 개봉된 '세븐데이즈'의 '한겨레 신문'이 인용되거나 '우리동네'의 '경향 신문'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윤성호 감독의 정치관을 물어보기도 그렇고 지금 쓰는 이 글에서 그의 정치관을 이야기하는 것도 관계가 없는 일이기에 일단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는 바이다.

하지만 정치, 사회문화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점에서 윤성호 감독은 깨어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상당히 유쾌하다는 점이다.

우디 엘런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처럼 상당히 많은 수다가 등장하는데 자막으로, 언어로 다양하게 표현이 된다. 특히 그가 실어증에 걸리면서 등장하는 자막의 향연(?)은 예술에 가깝다.

이는 이명세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말풍선이나 자막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디엘런 식 수다와 이명세 감독식의 자막이 어우러져 있는 이 작품은 분명 범상치 않은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이 유쾌함은 자막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디밴드 레이지 본의 1집 '모르겠어요'를 곳곳에 활용하는 장면들이다.

가령 영재가 실어증에 걸린 남자에 관한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장면서 이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오다가 그 전주는 이들의 대사로 가로막힌다. 나올듯 말듯한 전주는 그들의 대화가 끝나면서 부산을 향해 어둠속을 달리는 자동차처럼 시원하게 들려오게 된다.

또한  영재가 영화인의 밤 행사도중의 일본 베우의 케스팅이 무산되자 격분한 마음에 이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역시 이 노래는 그냥 등장하는 것이 아닌 영재의 상황에 맞게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음성으로 이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속 관객과의 대화의 장면처럼 '소통'에 관한 영화이다.

하지만 그 소통에 관하여 부정아닌 부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활물의 배우였던 혁권이 영재가 일러준대로 '소통, 인간'이라는 문장을 이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자신도 민망했는지 '소통'이라는 단어를 계속 연발하다보니 머슥해지는 표정을 짓고야 만다.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소통을 부정하는 것은 그 소통이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는가라는 물음처럼 보인다. 은하와 영재가 그 소통에 실패한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또한 의외로 특촬물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대표적인 특촬물 출신의 배우로 손꼽히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빅터맨'으로 재법 알려진 김성수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속의 혁권 역시 특촬물에서 벗어나 정통연기를 하고픈 남자로 등장한다. (권상우가 등장한 '청춘만화'에서도 이 특촬물에 대한 향수가 조금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면을 늘 쓰고 있기에 아무도 몰라보고 돈으로 팬을 매수(?)해야하는 상황까지 생기지만 혁권의 모습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상당히 당당하게 살아고 있다는 점이다.

특활물에 대한 추억은 우리에게 누구나 남기마련이지만 영화에 막마지에 혁권은 '혁권 더 그레이트'로 다시 돌아온다.

부산에서 같이 술자리를 했던 인기 여배우 은경과 같이 말이다.

 

 

윤성호 감독의 재기발랄한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과 인디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떠오르는 임지규가 등장한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반응이 좋으면서 이 작품 역시 임지규라는 배우를 각인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은하 역의 서영주와 혁권역의 박혁권(실제로도 그의 이름은 혁권이었다.)의 경우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필모그레피를 차곡차곡 쌓은 실력있는 연기자라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하얀거탑', '친구'로 사랑을 받은 김보경과 '얼렁뚱땅 흥신소'와 '다세포 소녀'(극장판)에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관심을 받았던 이은성은 이 영화에서 우정출연으로 등장해 아낌없이 망가져 주었다.

(여기서 망가졌다는 표현은 그녀들이 특촬물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디영화, 예술영화가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최근 인디영화들은 재미있지고 있고 그 속에서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

윤성호 감독의 거침없는 도전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