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Mr. 후아유-장례식장의 웃음...

송씨네 2007. 12. 13. 12:13

 

바쁘게 지내다보니 이제는 시사회 영화를 보는 것도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영화 홍보사에서 뜻밖의 메일을 접했고 시사회장으로 향했다.

이게 얼마만의 시사회야...

 

'Mr. 후아유'는 영국의 한 부유한 집안에서 벌어진 하룻동안의 장례식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이다.

엄숙한 장례식에서 웬 코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미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통해 영국의 장래식 문화와 결혼 문화를 절묘한 로맨틱 코미디로 엮어내는 영국인들의 솜씨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영국을 배경으로 했다지만 미국영화로 분류되어 있다.

물론 평론가들도 인정한 영화지만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주로 대부분의 관객상을 휩쓴 영화이기도 하다.( 2007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와 2007 전미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모두 관객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감독 프랭크 오즈...

생판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선생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유아교육 프로그램(우리나라의 '뽀뽀뽀'에 해당되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버트와 쿠키 몬스터의 주인공도 바로 그다.  그러던 와중 '스타워즈' 시리즈의 요다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었고 이후 많은 영화를 연출하는 등의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물론 간간히 영화 줄연도 하고...

 

영화의 오프닝은 관 모양을 한 그림기호가 지도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던 그림기호는 한 가정집에 무사히 도착되는데 이 관의 주인(그러니깐 장례식 당사자 가족)인 둘째 아들 다니엘은 아버지 관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벌써 시작부터 조짐이 이상해진다.)

하나 하나 가족들이 다니엘의 집에 도착한다.

뉴욕에서 성공했지만 한 푼도 가족 장례식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던 첫째 아들 로버트, 그의 아내이자 어느정도 현명해 보이는 제인, 애인을 끔찍히 사랑해서 더 괴로운 마사, 약사 공부가 아닌 다른 공부로 인해 이 사건의 발단을 일으킨 마사의 동생 트로이, (그리고 가장 큰 사건을 벌일) 엘리트이지만 약 한번 잘못 먹어서 풍지풍파를 일으킨 변호사이자 마사의 애인 사이먼,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관계를 자꾸만 들먹이는 정체 불명의 난쟁이 사내까지...

 

영화는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지게 된다.

트로이가 안정제 약병에 넣어버린 흥분제에 사이번이 이상한 행동을 벌이게 되고, 마사의 전애인은 자꾸만 마사에게 찝적거리면서 접근한다. 그 친구의 또다른 친구 하워드는 팔뚝의 반점에 흥분을 하고 있고, 성깔있는 나이 많은 외삼촌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작은 사건과 큰 사건이 모이고 모여 웃음을 일으키게 만든다.

(특히 사이먼 역을 맡은 알란 터딕이라는 배우의 광적인(?) 연기를 주목하시길...)

 

사실 프랭크 오즈의 이런 장기는 전작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는데 평범한 한 남자의 게이 극복기를 코믹하게 그린 '인 앤 아웃'과 '인조인간 마누라(부인)들'이라는 이색적인 소재의 '스탭포드 와이프'를 통해 유쾌한 코미디와 더불어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감독으로 우리에게는 어찌보면 친근한 감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름이 여전히 가물가물 해서 그렇지...)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합지졸 가족들이 서로 자신들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과거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되면서 가족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해피하게 끝을 맺지만 한 편으로 이 영화가 씁쓸하게 다가온 것은 오합지졸의 가족사가 현재 많은(혹은 일부일 수도 있는)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찌보면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유산 때문에 싸우고, 서로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해 싸운다. 

자기 식구만 챙기기에 바쁘고 오히려 집안의 전체적인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는 핵가족으로 변화하는  집안일 수록 더 하다는 생각이 든다.

융통성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모두'가 아닌 '우리들만'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가볍게 웃고 넘기는 영화지만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영화라고 본다.

'오합지졸, 가족의 탄생'이 궁금하신 분은 내년 1월에 개봉되는 이 영화를 주목하길 바란다.  

 

 

PS. 이 영화가 코미디라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례문화가 더 코미디가 아닐까?

사람의 죽음을 돈으로 해결하는 일부 상조회사들의 CF나 고급 납골당이나 가족 납골당, 가족 묘지의 모습을 보면서 죽음까지 사치를 조장하는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흙으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는데 죽음을 그냥 쇼나 이벤트가 아닌 그냥 작은 일상으로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