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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 주식회사-형제들의 무한도전!

송씨네 2007. 12. 16. 14:53

 

인도에는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KTX요, 인도 철도청의 관광열차이다.

인도나라는 나라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엄숙함과 더불어 웅장함을 자랑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여기 세 명의 형제가 한 자리에 모였다.

중년의 사내를 밀어내고(그 남자는 참고로 이 영화의 카메오인 빌 머레이이다.) 허겁지겁 이 특급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나서 삼형제는 뿔뿔히 흩어져서 살았다.

큰 형 프린세스는 그저 그렇게 살다가 얼마전 오토바이 사고로 얼굴 꼴이 말이 아니다. (그나마 살아있는게 기적일지도...) 둘째 피터는 이혼을 결심하고 있는 와중에 그의 부인은 출산을 앞두고 있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인도로 왔다.) 셋째 잭은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하지만 플레이보이 기질도 엿보인다. (그나마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여기까지 왔으며 가장 편안해 보인다.)

큰 형의 제안으로 왔다지만 큰 형은 형제의 우애를 강조하려고만 인도행 열차에 나머지 형제를 데려오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사실은 그들의 어머니가 인도에서 수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 이처럼 형제의 기나긴 인도 여행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웨드 앤더슨 감독은 참 젊은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흥행성을 염두하지 않은 영화들보다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 웃음을 주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그의 작품을 하나도 챙겨보지 않다가 이 작품 '다슬링 주식회사'를 고르게 되었다. 그의 전작인 '스티븐 지소와의 해저 생활'이나 '로얄 테넌바움' 같은 작품을 보면 명배우, 유명한 스타들을 모셔와 작업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그와 정반대로 과감하다기 보다는 뭔가 소극적인 일상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역할들을 그들에게 배정한다. 진 핵크만, 빌 머레이, 벤 스틸러, 기네스 펠트로, 오웬 웰슨 등의 배우들에게 말이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흔한 로드 무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여행이 아닌 기차 여행이 대부분이며 영화속 삼형제도 대부분을 열차에서 시간을 할애하며 이 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서로의 일에 쓸대없이 관여하며 입들은 어찌나 가벼운지 비밀이라는 것도 없다.

인도에서 신성한 동물이지만 열차에서는 위험한 뱀을 몰래 반입함은 물론이요, 형제의 얼굴에 주먹이 가해짐은 물론이요 최루가스까지 등장한다.  거기에 객실 여승무원에게 작업도 서슴없이 건다.

어떻게 보면 엄숙하고 고요하며 웅장한 인도에서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행위들을 그들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변화되는 계기를 맞이하는 것은 인도의 어느 한 마을에서 벌어진 큰 사건 때문이었다.

급류에 휩쓸린 세 명의 소년을 형제들이 구하게 되고 안타깝게도 한 명은 세상을 떠난다.

마을 사람들은 엄숙함 속에서 이 들 세 형제들을 전통 장례식장에 초대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만든다.

 

장례식장에서 세 명의 모습은 그런데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사망 시점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이 때 당시 콧수염도 기르지 않았으며 얼굴들도 온전한 상태였다.

아버지의 유품인 자동차와 'J.L.W'라고 적힌 1번 부터 몇 번까지 도무지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짐가방들이 그들의 손에 쥐어졌다.

(그들의 손가방 중 일부은 이 영화의 상영전에 등장한 단편 '호텔 슈발리에'에서도 등장한다.)

어머니를 만난 후 그들은 다시 열차를 타지만 애지중지한 손가방들을 모조리 버리고 탑승한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인도에서 벌어진 한 소년의 죽음과 어머니와의 재회에서 드러나는 장면들이 아닐까 싶다.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인들과 어머니와 일부 주민들이 믿는 카톨릭은 비록 종교는 다르더라도 인간의 삶과 생명을 소중이 여긴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호랑이의 습격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그곳에 남아 선교활동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도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어머니에게 형제들은 감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형제들이 손가방을 버린 이유도 어찌면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이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라는 철학을 관객들에게 심어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이 작품 '다즐링 주식회사'를 보기 위해서는 그 앞전의 첫번째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호텔 슈발리에'를 봐야 한다. 헤어진 애인(나탈리 포트만)과 삼형제 중 막내인 잭(제이슨 슈왈츠먼)의 짧은 사랑이야기가 그 내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잭이 시종일관 들고 다니는 괴상한 기계이다. 다름 아닌 '아이팟'되겠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아이팟'은 후에 등장하는 '다즐링 주식회사'에서도 인상적인 PPL이자 소품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바로 작업을 걸기 위해 음악을 틀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이는 헤어진 애인에게도, 그리고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여승무원(일명 '스위트 타임'...)인 리타에게도 이 도구가 이용되었다.

단편 '호텔 슈발리에'가 공개된 곳도 아이팟을 서비스하는 사이트 '아이툰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영화가 상업적이고 혹은 정반대로 예술성을 띄는 영화라도 상업화와는 절대로 뗄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식시켜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상에 찌든 요즘 어디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통하지 않아 힘들고 곤란하더라도 아무 걱정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만 있더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게 이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의 배경인 인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