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택시 블루스-2 년만에 돌아온 택시!

송씨네 2007. 12. 20. 01:51

 

 

2년전(2005 년) 본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전에 쓰던 블로그 내용을 뒤적거려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 CJ 인디영화제에서는 독특한 다큐가 하나 상영되었는데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라는 작품이었다.

감독은 실제 택시 운전을 통하여 돈을 벌었고 또한 손님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사실 이 당시 몰카가 말도 많았던 시절이지만 또한 우리에게는 페이크 다큐가 익숙치 못한 시절에 선보인 작품이다. 그러니깐 다큐는 다큐인데 재연이 들어간 다큐이다.

 

이런 페이크 다큐는 사람을 기만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케이블 체널인 tvN에서 선보였던 '스켄들'이 대표적인 페이크 다큐이니깐...

그러나 그 이전인 2005년 페이크 다큐 기법을 들고 나온 최하동하 감독은 당시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영화의 명대사는 사실 바로 이거다.

택시 운전기사의 일생 혹은 일상에 관한 문장들이다.

 
서울에는 2만여대의 법인택시와 4만여대의 개인택시, 도합 7만여대의 택시가 시내를 누빈다. 보통 12시간 근무,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20-30회 승객을 태워야만 8-10만원대인 사납금을 채우고 잔돈푼을 가져간다. 그렇게 그들은 서울 구석구석을 달리고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옆자리 혹은 뒷자리에 앉힌다. 2003년 8월, 난 그 7만여대의 택시 중 한 대를 몰기 시작했다. 나는 남한의 수도 서울의 택시 운전사다. 하루 12시간 근무하고 하루 평균 200km 운행을 하고 20회 가량 승객을 목적지로 나른다.


 

감독은 수많은 승객과 마주치게 되고 그 상황도 웃지 못할 상황의 연속들이다.
사람들은 목적지를 대고 택시에 탑승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세상에 대한 불만과 증오로 가득차 있다.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무진장 두둘거 맞고 도망나온 한 여인도 있고, 무능력한 남편때문에 못살겠다는 여자도 있다.
 
영화를 찍기 이전에 그도 돈을 벌어야 하는지라 수많은 취객과 상대하며 이성을 잃을 때도 있으며 상대 택시운전기사와 쌍욕이 오고가는 상황도 발생한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불법도 감행해야하며 재수없으면 수십만개의 벌금 스티커 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최하동하 감독 역시 예외없다.)

카메라는 택시 좌석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는 택시회사에도 들이대고 여러 곳을 들이대고 있다.

심지어는 자살을 하려고 뛰어드는 한강에도 가서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비추어대고 있다.

 

 


택시운전기사도 인성검사를 받는데 결과는 침착성이 요구된다.
사납금에 벌벌 떠는지라 택시 미터기에 정확히 올라오는 시간과 그것이 데이터로 바뀌어 그들에게 나눠지는 그레프는 항상 불안감과 초조함을 보인다. 개인택시도 아닌데 회사택시에서 그것도 기사가 교대도 하지 않고 사납금을 혼자 채우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동감하며 지금 개인택시를 운영하시는 나의 아버지 역시 동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운전기사는(특히 회사 택시들은) 그 미친 짓(?)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당시 2005년의 상황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다.

미순이와 효순이, 김선일 씨, 그리고 택시 강도를 비롯해 온갖 파렴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의 입과 라디오를 통해 계속 울려퍼지고 있다
시민들의 입에서는 이런 저런 말이 오르내리며 택시는 바쁘게 돌고 또 돌고 있다.
영화는 그런 라디오 속의 방송내용을 뜬금없이 내보내고 있다.  관련성이 있는 것 같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냥 일상이기 때문에...

'여성시대' 로고송과 지금은 고인이 된 '정은임의 영화음악' 등등...
 밤에는 취객과 전쟁을 치루고 나면 아침에는 화장하기에 정신없는 여성승객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기사는 그 손님에게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아보인다.
영화는 이런 모습들을 순서없이(순서가 없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계절과 순리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고 있다.
 
줄거리는 기대할 필요없다. 이 작품은 어차피 다큐들의 특징인 그냥 독특한 일상과 사람들을 꾸밈없이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니깐 ... 

특히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술에 취한 취객이었는데 끌어내고 태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 취객의 집까지 들어가게되었는데 이른바 노가다(건설현장 잡부)를 하는 한 남자였는데 그의 집에는 수많은 그림이 걸려있었다. 스케치북으로 한장 쭈~욱 찢은 듯한 그의 그림들은 일류화가 만큼이나 훌륭했다. 하지만 궁핍한 생활 때문에 술로 나날을 보내는 일도 많고 그만큼 홀로 있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는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에서는 재연 장면이 많았지만 최하동하 감독은 지금도 이 거리의 화가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라고 한다.

 
영화는 겨울로 접어들면서 막장을 향해 달려간다.

결국 정은임 아나운서는 세상을 뜨고 그나마 그에게 위안이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최하동하 감독의 이 작품이 2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빛을 본 것도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시 첫선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 곳 상영관 이외에도 여러 상영공간에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택시에 대한 오해가 많았던 이들도, 그리고 택시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시는 기사분들도 보신다면 같이 공감을 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 이 작품은 일부장면의 경우 재연이 많다. 따라서 영화속에 보이는 것을 모두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어쩌면 정말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2005 년에서 2년이 지난 지금... 기사들에게도 승객들에게도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취객들로 택시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그나마 대리운전이 생겼다는 점이 다른 점이지만...) 그리고 여전히 일부 기사들은 사람을 태우지 않는다.(승차거부....)  서울에서는 콜택시를 만든다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택시를 만든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역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이 작품이 기사님들과 승객들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 한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는 지혜도 이 작품을 통해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