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꿀벌대소동-드림웍스의 끝없는 도발!

송씨네 2008. 1. 8. 00:22

 

극장에서 영사기사로 잠시 일하고 있을 때 황당한 예고편을 한 편 보았다.

한 남자가 꿀벌 모양의 탈을 쓰고 와이어 액션(?)을 펼치고 있는 어이없는 장면이었다.

마치 자신이 진짜 벌이 된 것처럼 '윙~ 윙~'을 연발하던 그는 무게와 중악감(?)을 견디지 못해 와이어에서 떨어진다.

불만이 가득찬 그 사내는 한 남자를 불러 항의하기 시작했지만 그 항의 받은 남자는 오히려 그만의 여유를 부리더니만 그냥 아무렇지 않듯 말을 내 뱉는다.

'그거,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하지...'

 

꿀벌 탈을 쓰던 그 남자는 미국의 코미디 배우인 제리 세인필드이고 여유를 부리던 그 남자는 헐리웃의 거장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이다.

이 황당한 예고편은 실제 제리 세인필드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출연하여 만든 티저 예고편이다.

또한 이 작품은 실제로도 제리 세인필드가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제작진에게 건의하여 만든 아이디어였고 그 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으로 실제로 탄생하게된 계기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아이디어 제공자인 제리 세인필드는 주인공 베리 역을 맡았고 르네 젤위거는 바네사 역을 맡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MC 유... 유재석이 베리 역을 맡았다.

 

 

 

'슈렉' 시리즈를 비롯하여 허를 찌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던 드림웍스는 이번에도 엽기적인 내용의 작품인 바로 '꿀벌 대소동'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디즈니가 점차 성인물(디즈니의 자회사인 브에나비스타가 만든 '내셔널 트레져'와 같은 작품들...)로 눈길을 돌리는 것처럼 드림웍스의 경우 이렇게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짠 아이디어가 즉석에서 당첨(?!)을 받을 정도로 아이디어 고갈에 허덕인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꿀벌 대소동'은 의외로 논리적이며 교육적이며 풍자적이며,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임에는 틀림없다.

 

꿀벌 베리는 꿈이 많지만 다른 꿀벌처럼 꿀만 나르다가 여생을 마치거나 혹은 자신을 위협하는 자들에게 독침을 놓고 그것으로 생명을 마감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꽃가루 특공대를 따라간 베리는 인간들의 장난감에 잠시 정신을 잃게 된다.

그것은 테니스라는 운동이었고 그러던 중 자연을 사랑하는 꽃집 여주인 바네사를 만나게 된다.

인간과 친해진 베리는 대형 매장을 거닐던 도중 자신들이 만든 꿀이 아무런 댓가도 없이 인간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인간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천대미문의 사건을 벌이게 된다.

결국 승소는 했지만 베리와 바네사에게는 더욱더 험난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육각형의 작은 공간에 벌들은 꿀을 저장한다.

인간들은 양봉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꿀을 가져가고 시중에 팔게 된다.

아무런 감정이 없을 것 같은 꿀벌들에게 감정이 생긴다면이라는 만약의 상황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거기에 작지만 큰 공간을 사람처럼 의인화 시킨 것은 최근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물에서 보여주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 되어버렸다. (하긴... '트렌스포머'처럼 자동차를 의인화 시킨 작품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정도는 애교가 아니겠는가?)

 

꽃가루로 수정을 하고 꽃은 생기를 되찾고 꿀벌들은 여기서 꿀을 수집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욕심으로 아무런 댓가를 지불받지 못한 상태에서 노동을 한 꿀벌들은 결국 베리와 동참하여 소송을 걸게 되고 승리한다.

또한 덕분에 꿀벌들은 휴가 아닌 휴가를 즐기게 되었고 그들은 행복한 것 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수정을 하지 못한 꽃을 비롯한 식물들이 말라 주고 어이없게도 그것을 장사로 하고 있는 바네사 역시 쪽박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다시 자아찾기에서 정상으로 돌아온 베리와 그의 친구들은 꽃들을 되살리고 마을에는, 이 도시에는 다시 생기가 돌게 된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자아에 고민한다.

그건 어쩌면 (만약이지만...) 감정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꿀벌들에게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분명 재미도 주지만 더불어 아이들에게도 얻어가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환경의 소중함과 우리가 살고 있음을 느끼는 생명의 소중함을 같이 느끼게 될 것이다.

더불어 벌들이 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그린 점은 무섭게만 보여지는 벌들의 이미지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의 음악들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악들을 재창조한 경우가 많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더 아치스(The Archies)의 히트곡인 'Sugar Sugar'를 비롯하여 비틀즈의 원곡으로 알려져 있는 'Here Comes The Sun'등과 같은 어린이 영화에는 맞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올드 팝이 삽입되었다. (알만한 사람은 잘 알겠지만 비틀즈의 곡은 워낙 귀하신 몸(특히 저작권에 민감)이라서 이 영화에서는 쉐릴 크로우(Sheryl Crow)의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어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기를 희망한 것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그리고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의 애니메이션...

바로 '꿀벌 대소동'이다.

 

 

PS. 본 리뷰는 당연히 더빙버전의 작품으로 본 리뷰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유재석 버전의 더빙버전을 보게 된다면 제리 세인필드, 르네 젤위거...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와 스팅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자막버전을 포기해야 한다.

참으로 이래서 더빙버전과 자막버전 중 선택하는 것은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이냐의 고민만큼이나 골치아픈 고민꺼리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