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추격자, 도망자 그리고 노인!

송씨네 2008. 3. 1. 12:24

 

 

※영화의 줄거리상 스포일러 유출이 불가피한 리뷰입니다. 주의 바랍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항상 살벌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항상 웃겼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항상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항상 난해했다.

 

전작 '레이디 킬러'에서의 코엔 형제는 톰 행크스의 굴욕을 이야기했고 그렇듯이 블랙 코미디와 살벌한 살육 현장(?)을 관객에게 선사하였다. 아쉽게도 '파고'나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등의 전작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후 나는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나 '레이디 킬러'를 통해 코엔 형제의 독특한 영화 이야기를 선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아카데미는 그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4개 부분에 이 영화의 손을 들어주었다.

난해함 속에 풍자와 코미디, 진지함을 잃지 않는 코엔 형제의 이번 작품... 그런데 유머가 줄어든게 아닌가 싶은데...

 

이 작품은 아는 분들은 잘 알다시피 코맥 맥카시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최근 영화계는 소재의 고갈로 좋은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의 입맛, 감독(제작진)의 입맛을 모두 충족시키는 시나리오를 찾는다는 것 역시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코엔 형제가 이 작품을 고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다.

 

중년의 남자 모스는 사냥이 취미인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님에도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수 많은 시체와 마약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액수를 따지기 힘든 달러 뭉치의 돈가방이었다.

그러나 손에 넣은 그 후로 그는 다른 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그 뒤에는 킬러인 쉬거라는 인물도 있게 된다. 눈에 띄면 인정사정 없이 가스통으로 머리를 박살내는 물론이요, 집열쇠도 문제없이 �어대는 그야말로 만능이다. 한편 잇다른 차량 화제와 살인사건에 곤역스러운 노장의 보안관 벨은 곧 퇴임인지라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이다.

세 사람의 쫓고 쫓기는 상황... 과연 이 사태는 진정될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 제목을 보고 영화를 보면 내용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은 영화를 본 뒤로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라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벨이 자신의 밑의 까마득한 후배 보안관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노인을 살해한 비정한 사람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 자신의 삼촌에게 괴로움을 토로하고 자문을 구하는 장면에서도 늙어가는 것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관객에게도 던져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꿈이야기까지 등장하면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인가라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늙어간다는 것에 고민보다는 왜 그들은 얽히고 �혀가면서 추격자와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는가라는 의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추격자'와 약간의 공통점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줄곧 봐왔던 액션 스릴러의 스타일을 보기좋게 피해가고 있다.

 

우선 세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모스와 쉬거는 자주 마주치고 총격전까지 펼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안관 벨은 모스와도, 혹은 쉬거와도 만나는 장면은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들의 쫓고 쫓기는 현장을 간접적으로 중계하는 역할이며 더구나 나이가 들어 그들을 쫓아가보려고 해도 오히려 두 사람보다도 늦게 도착해 뒷북을 치고야 마는 상황까지 보여주고 만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정의는 언제나 이기는 것일테니 악당은 어떻게든 죽을 것이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죽거나 혹은 악당과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쉬거와 벨은 마주치지도 않으며 오히려 쉬거는 목숨이 위태로운(?) 교통사고까지 나고 만다.

결론에 이르러서는 벨은 자신의 불길한 꿈이야기를 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맺어진다.

돈가방의 행방도 알 수 없으며 쉬거는 이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으며 모스의 부인은 쉬거의 동전 내기에서 이겼는지(다시말하면 내기에서 이겨 죽음을 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참으로 불친절한 결말인 것이다.

물론 이 결말은 열린 결말로 관객에 따라 판단은 자유일 것이자만 솔직히 결론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만 보다가 결론 없는 영화를 보니 관객들이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쫓고 쫓기는 추격자들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의 삶은 그게 보안관이 되건 그리고 킬러들 중의 최고 킬러라고 손꼽히는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음을 보여준다.

쉬거가 사고를 당하면서 인근 꼬마 아이들에게 그 아이들이 입고 있던 옷을 돈주고 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그 앞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모스가 총격전에서 심한 부상을 입고 멕시코 국경 초소 앞에서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입고 있던 옷과 마시고 있던 맥주를 구입하는 장면은 세상만사가 그렇게 뜻대로 이루어지 않는다는 단순하고 뻔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런 진리는 알고 있지만 잘 시행에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살인사건과 총격전을 통해 이 영화는 산다는 것과 반대로 죽음에 관한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의미를 쉽게 풀이하기 보다는 빙빙 돌려서 관객들이 직접 깨닫게 하고 싶었는지도 ... 항상 그랬던 것이 코엔 형제의 스타일이었으니깐...

돈이 많아도 권력이 있어도 어차피 우리는 인생을 살면 곧 죽는다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전작 '레이디 킬러'와도 겹쳐보이기도 하는데 일당들이 어처구니 없게 죽음을 맞이하고 쓰레기가 잔뜩 모여있는 섬으로 실려가는 장면은 인생의 부질 없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도 닮아있는 듯 싶다.

 

나이를 들면서 진정한 내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토미 리 존스나 조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주연만큼 많은 분량을 차지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훌륭했다. 본인 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일명 '헬멧 머리'을 무난히 소화해 낸 하비에르 바르뎀의 인상깊은 연기가 특히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그 어떠한 의미로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영화이다.

하지만 전작들을 살펴보고 곱씹어 보면 코엔 형제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 보이는 듯 싶다.

그것은 순리대로 진실되게 살자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