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다음에서 출발한 만화들이 최근 속속히 드라마와 영화로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 매체의 힘이 얼마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임은 분명하다.
강풀의 원작 만화 '바보'는 순정만화 시즌 2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풍납동에 살았을 법한 어느 순지한 바보 이야기이다.
승룡이는 거기에 살았었다.
토성 언덕에 올라 밤하늘에 별을 보는 것은 그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는 누군가를 또 기다리는 듯하다.
지호는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한국으로 귀국을 했다.
승룡이와 지호의 첫대면... 승룡이는 부끄러워 그녀에게 낡은 신발을 남기고 도망쳤다.
마치 자정 12 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말이다.
승룡이에게는 이쁜 여동생 지인이도 있었고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 상수도 있다.
힘들지만 각자 행복한 꿈을 꿈꾸는 그들...
그들에게 행복은 찾아오는 것인가?
김정권 감독은 '동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감독이다.
그러나 이후 '화성으로 간 사나이' 같은 작품을 내놓았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더라도 영화제목을 이야기하면 기억나는 감독들의 영화 간혹 있는데 김정권 감독이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김정권 감독은 원작자인 강풀(강도영)과 끊임없이 의논을 한 끝에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와 원작은 아주 작은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원작의 지호는 원작만화의 대부분의 분량에서 안경을 쓰고 다니지만 영화로 옮겨오면서는 하지원에게는 안경을 씌우지 않았다. 또한 지호의 집에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 식구가 사는 것을 이야기되어 있지만 영화로 옮기면서 어머니 대신 고모(정경순)가 어머니 역할을 대신한다. 그 외에는 원작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사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각색을 하면서 영화의 극적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건간에 어느 쪽도 만족을 하긴 힘든게 사실이니깐....
강풀이 쓴 '바보'에 대한 제작 뒷 이야기를 담은 '바보'의 번회편 만화에서 차태현은 별로 내키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촬영장에서 승룡이 분장을 하고 나타나자 원작의 승룡이가 살아 돌아온 기분이었다고 호평했다. 그 외에도 원작의 분위기와 인물 스타일에 맞게 배역을 선택한 것이 인상적인데 역시나 상수 역을 맡은 박희순은 최고의 케스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박희순 본인에게는 한 편으로는 불명예(악역 전문, 건달 전문...)일 수도 있겠지만 개성강한 역할로 그 우려를 잠재웠다.
문소리 주연의 '사과' 만큼이나 이 영화는 정말 오랫동안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2년의 공백에 대해 차태현은 '총각 시절에 영화 찍어서 장가간 뒤 개봉한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이 영화의 개봉시기가 늦어짐에 한 편으로는 아쉬워했다.
좋은 영화가 오랫동안 묵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돈 문제가 그 첫째이고, 극장잡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 두번째이다. 전에는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쪽에서 이런 볼맨소리가 나왔지만 지금은 상업영화도 상황이 좋지 못한 듯 싶다. 좋은 영화냐, 아니냐라는 평가는 관객이 내리는 이상 관객은 좋은 영화를 볼 권리가 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원작을 얼마만큼 죽이느냐, 혹은 살리느냐가 원작 소설이나 만화의 영화화에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안병기 감독이 강풀의 원작인 만화 '아파트'를 본인의 스타일로 바꾸다가 본전도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를 보더라도 원작을 얼마나 살리고 죽이냐는 앞으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26 년'을 준비중이고 드라마 혹은 영화로 '순정만화 시즌 3-그대를 사랑합니다'도 고려중인 만큼 강풀의 원작은 시나리오의 가치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결국에는 그 원작을 어떻게 가공하느냐는 각색자와 감독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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