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도 많은 영화를 뽑으라면 나홍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추격자' 일것이다.
영화주간지를 보더라도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로 도배가 됨은 물론이요 이 영화는 좋은 영화라고 평론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일색이다.
요즘 들어 보기 힘든 잘 만든 스릴러라는 것, 시나리오가 튼튼하다는 것, 배우들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것 등등... 사실 그런 영화에 나 역시 거부감도 많은지라 정작 뚜껑을 열고나면 실망감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본 나의 생각은 이들 평론가들과 일치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허접스럽게 대충 만들지 않은 나름대로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영화 속 세 사람은 약 2박 3일 동안 사건에 휘말리고 그 중점이 되는 시간은 중호가 미진을 찾기 위해 벌이는 시간의 거의 마지막 날이자 수사가 종결되기 하루 전날의 24시간이 주 활동시간이다. 또한 중호가 영민이 진범임을 밝혀야 되는 시간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판 '24'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 작품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호는 전직 형사이다. 한참 잘 나갔지만 비리 사건에 연류되어 옷을 벗은 몸이다.
그는 이제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며서 성인 안마 시술소를 맡고 있는 사장님이다.
그런데 중호가 맡고 있는 여성들 가운데 두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되면서 중호는 이 두 여자들이 도망을 갔거나 상대편 안마 시술소나 술집에 팔아넘겼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던 와중 미진까지 실종되면서 미진을 찾기 위해 중호는 동문서주하게 된다.
그런데 나름대로 수사(?)를 하고 있던 도중 영민의 행실을 수상히 여기게 되고 경찰 지구대까지 끌고 온 끝에 그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미진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영민이 말하면서 중호는 더욱 더 미진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비리 경찰에 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먼 나라로 넘어가면 '레옹'에서 마약에 찌든 게리 올드만(스탠드 필드 형사 역)도 있고 어느 나라의 어느 영화를 봐도 비리 경찰은 몇 명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 시리즈를 통해 비리 경찰의 개과천선 이야기를 다루었고 이후 '공공의 적' 1편에서 강철중(설경구)가 왜 비리경찰이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경찰이라는 이미지는 언제부터인가 민중의 지팡이에서 비리의 온상 혹은 무능력한 존재로 그려졌다. 전자의 경우가 비리의 온상으로 경찰을 표현했다면 무능력한 사람들이라는 부분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도 약간 겹쳐있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강우석과 봉준호 감독의 불랙 코미디와 스릴러를 적절히 짬뽕시킨 영화이며 그것에 나홍진 감독식의 스릴러를 덧입힌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경찰들이 싫어할 영화(안좋게 말하면 경찰들을 물먹이고, 엿먹이는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홍진 감독 역시 이러한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칫 이 영화는 경찰은 바보 집단으로 그려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경찰들 중에는 정말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들도 있을테니깐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보기에 약간은 거북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강우석 영화와 나홍진 감독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의 경우 경찰들을 비하시킨다는 우려때문인지 경찰들을 상대로 한 시사회를 갖고 경찰들의 오해를 푸는데 애를 섰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그런 방식없이 있는 그대로(?) 경찰을 표현했다. 그 방식은 자칫 위험해보이는 도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이 영화가 잘 만들었음에도 보기가 거북했던 이유는 모방범죄의 우려이다.
영민이 여성을 살인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도 토막살해 방법인데 이 장면에서 영민은 어떻게 하면 토막살해 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자칫 또다른 범죄를 꿈꾸는 이들에게 오히려 도움을 주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주유소 습격사건' 같은 작품이 잘 만든 코미디임에도 뒤에 비판을 받은 이유는 이후 실제로 이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진짜로 대책없이 주유소를 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칭찬하는 영화들은 언젠가는 또다른 이름으로 이제는 오히려 비판의 대상으로 마치 어딘가에서 다시 날라와 나에게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한국형 르와르로 초반에는 많은 칭찬을 받았으나 이후 날라온 것은 조폭을 양산하는 영화라는 비평뿐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초반에는 칭찬일색이던 것이 후반에 들어오면서 정치적 색깔이 강하다는 비판도 받게 된다.
물론 영화라는 것이 칭찬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비평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칭찬받다가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사람들 때문에 영화평론이라는 것을 할 때 모두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영화평론을 하는 영화평론가들이나 혹은 정말 글 잘쓰는 네티즌 논객(네티즌 평론가들) 모두 해당된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이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만 내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은 이런 비판과 칭찬을 골고루 받아들여 다음 작품에는 더 나은 발전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아본다.
정말 좋은, 잘 만든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뭔가 아쉬운 영화... 바로 '추격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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