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가네 난사사건-이것이 블랙코미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린다 린다 린다'로 알려진 감독이다.

배두나가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등장하였고 오다기리 조와 결혼하는 카시이 유우가 등장하는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현실을 도피하려고 애를 쓰는 젊은 네명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이야기였는데 이 때 당시에도 CQN에서 우선 상영하여 반응이 좋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그가 들고 온 신작은 전작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소름끼치고 우울하다.

('열흘밤의 꿈'이라는 작품이 '린다 린다 린다' 다음 작품이지만 국내에는 개봉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 스며드는 코미디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멧돼지의 고장인 마츠가네에 한 여성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녀의 이름은 미유키...

그런데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치고는 자신이 다친 것보다는 그냥 빨리 병원에서 퇴원하고 싶어한다.

자신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한 청년과 마주친다.

양계장에서 일을 하는 청년 하카루는 일상을 대충 따분하게 보내는 반은 백수인 사내이다.

그런데 이 청년 하카루는 차를 몰고가다가 얼떨결에 미유키를 치고 달아난 것...

하지만 이를  어쩌나... 미유키의 남친 니시오카 유지는 조폭을 닮은 듯한 인상에...

제대로 임자 만난 하카루...

그러나 유지와 미유키가 마츠가네를 찾은 이유가 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금괴가 들은 가방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졸지에 이들의 하수인이 된 하카루...

한편 동생은 동생인데 동생보다는 형에 가까운 의젓한 동생 코타로는 경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사고뭉치 형 챙기느리라, 가출에 딴살림 차리신(?) 아버지 챙기느리라 여간 바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거기에 파출소 천장에서 난리를 치는 쥐때문에 소탕작전이라도 한번 펼치셔야 한다.

이 지루하고 따분한 세상, 하지만 이 형제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츠가네 난사사건' 범죄 스릴러 구조이지만 한 편으로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이다.

금괴를 찾기 위해 동문서주하는 커플과 달라도 너무 다른 이상한 쌍둥이들과 이들의 아버지는 가출도 모자라 동네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작품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른바 바보 시리즈로 불리우는 '우울한 생활', '바보의 하코선', '리얼리즘 숙소' 등의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의 방황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가볍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보지 않았으니 패스~!)

 

그러고 보면 전작 '린다 린다 린다'는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어도 과언이 아니다.

젊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미래도 불투명한 이들은 돈키호테처럼 정면돌파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츠가네 난사사건'의 하카루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그의 영화속 사람들처럼 방황하는 젊은이이기도 하다. 

 코타로 역시 겉으로는 행복하고 경찰이라는 유능하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족과의 마찰에 늘 고민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다른 쌍둥이들이지만 그들의 고민은 어쩌면 공통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루한 일상에 나아지는 것도 없고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점에서 금괴를 찾으러 온 커플의 등장는 이들 생활에 큰 변화를 준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뽑으라면 역시 경찰서 천장의 쥐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쥐덫을 설치하는 코타로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천장에서만 소리를 낼 뿐 그 정체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쥐가 가면 갈수록 늘어난다고 하소연하는 그는 결국 쥐잡기를 포기하고 맨 땅에 총을 갈구고 다시 파출소 안으로 향한다.

어쩌면 코타로의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고민을 쥐로 대입시킨 것인지도 모르고 한편으로는 코타로의 환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의 배우들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다.

그러나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배우들이다.

코타로 역의 이라히 후로히미의 경우 제일교포 3세로 '피와 뼈'를 비롯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이다.

형 역을 맡은 야마나카 다카시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던 이와이 카즈시 역을 맡아 감초연기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조폭같은 이미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니시오카 유지 역을 맡은 키무라 유이치는 드라마판 '허니와 클로버'에서 넉살에 인심좋은 로마이어 선배 역을 맡기도 했다. 우락부락한 이미지와 달리 코믹 연기에 능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단순하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다!)

하카루는 금괴 커풀에게 쿠테타(?)를 감행한다.

그리고 상황은 갑자기 마츠가네 역앞에 걸려있는 금으로 만든 멧돼지 모양의 악세사리로 바뀐다.

금괴 커플은 결국 금을 팔지도 못하고 그 금을 녹여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앞에 이야기 한 것처럼 코타로는 쥐를 끝내 잡지 못한다.

이 단순한 해피엔딩이 주는 의미는 어쩌면 인생은 순리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 속의 사건은 실화라고 한다.

어쩌면 불안한, 그리고 지금도 불안한 일본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경쾌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