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송씨네의 이런 뉴스, 저런 뉴스

미디어와 모방범죄... 우려스러운 것은...

송씨네 2008. 3. 15. 10:34

 

 

 

우선 이 글을 쓰기 전에 이혜진 양과 더불어 세상을 떠난 김 모씨 모녀분들에게 명복을 빕니다.

사실 두 사건을 접하면서 상당히 화가 났습니다.

무슨 죄가 있다고 4명을 연달아 살해하는 일이 생기며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 아이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야 하는가라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들이 무슨 죄일까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영화 블로거이다보니 영화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한 스포츠 신문에서 네 모녀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자 역시 사망한 전직 야구선수 이호성 씨를  두고 얼마전 개봉한 영화 '추격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를 쓰신 기자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를 제대로 보셨는지라고 말이죠.

영화 속 살해당한 여성들과 이번 사건과는 제가 볼 때는 연관성은 없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영민(하정우)의 범죄는 대부분이 우발적인 범죄였습니다.

또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유영철의 부녀자, 여성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사건 역시 어느 정도 우발적인 심리로 인한 살해사건으로 알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사건과 이호성 씨 사건을 억지로 껴맞추어 똑같다고 우기는 기자 분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네티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말 기자 해먹기 정말 쉬운가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영화 '추격자'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을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는 제가 얼마전에 쓴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을껍니다.

 

★관련글(리뷰) 추격자-잘 만든 스릴러, 약간의 부족함!

 

 

 

바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요.

살해 방법에 대한 재연은 크게 나오지 않았지만 어떻게 토막살해를 하면 된다는 영화 속 영민의 대사를 기억하실 껍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신 여성분들은 그 대사를 듣고 소름이 돋으셨을 것입니다.

남자인 제가 들어도 상당히 불쾌했으니깐요.

그런데 제가 우려했던 일들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상당히 화가 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모방범죄를 일으키게 만드는 요소가 다름아닌 영화나 뉴스를 비롯한 이 영상매체라는 것입니다. 몇 년전 방송된 '경찰청 사람들'이나 지금 방송되고 있는 '특명 공개수배' 같은 재연 프로그램은 그런 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물론 '특명 공개수배' 같은 프로그램은 실제로 검거율이 높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살펴보니 KBS가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범죄 동기나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목격자를 찾는데 이들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그 재연이 모방범죄로 이어진다는 생각때문에 쉽게 생각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 이야기한 영화 '추격자'의 성공 이후 이런 범죄 심리를 이야기하는 재연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습니다.  tvN의 경우 '나는 형사다'와 '범죄의 재구성'이, OBS(경인방송)  '최종분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재연+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TV 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속 스릴러의 대부분은 몸이 절단되는 토막 살해를 다룬 영화가 대부분이며 헐리웃 영화의 대부분도 이런 신체 절단이 대부분입니다.

(요즘은 시체장면 또한 진짜 처럼 만들어서 보고 나면 소름이 끼칠 정도죠! 라텍스나 석고를 이용해서 이런 시체 장면을 만드는데 너무 진짜 같죠.)

그런 점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염려스러운 것이 이런 이야기가 영화화 될 것이고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살해 장면이나 살해 방식이 그대로 낱낱히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유영철 사건을 소개한 영화 '추격자'와 tvN의'범죄의 재구성' 같은 프로그램을 좋게 볼 수 없는 이유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것은 유독 살인사건만 그럴까요?  역시 얼마전 쓴 '추격자' 리뷰에서 밝혔듯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개봉 이후 실제로 주유소 강도 사건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드렸을 것입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얼마전 미국에서 벌어진 조승희 씨의  버지니아 공대 총격 난사 사건의 경우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그랬더라라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로 모방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리얼리티도 중요하고 범죄 사건을 통해 경각심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방범죄를 막는 것입니다.

감각적인 영상을 위해 살해 장면을 자세히 설명한다던가 아예 그 장면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정말 훌륭한 감독이나 연출자라면 감각적인 영상 대신 머리를 써서 이들 장면을 덜 자극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우려스럽습니다.

이번 두 사건 이후 다시 토막살해 사건에 대한 모방범죄가 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더불어 '추격자' 같이 잘 만든 영화가 이런 사건 때문에 불똥이 튀는 것이 염려스럽습니다.

그리고 또 나중에 이혜진 양 사건 보도에서도 어떤 정신나간 기자(?)가 또 영화 '추격자'나 혹은 다른 영화를 들먹이면서 모방범죄니, 이런 점에서 닮았느니 이야기하는 것도 걱정됩니다. 그건 그 영화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또한 이런 보도야 말로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 되니깐요.)

 

아울러 드라마나 재연 다큐를 연출하시는 PD 분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 제작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모방범죄의 심각성을 유념해 주시고 자극적인 영상보다는 시청자와 관객이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 그런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TV와 영화 한 번 편안하게 보기 힘든 세상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