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인터뷰-기자와 스타의 살벌한(?) 두뇌게임!

송씨네 2008. 3. 25. 01:29

 

스티브 부세미는 그냥 배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배우들은 연기만 잘하는게 아니라 연출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스티브 부세미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북치고 장구치는 1인 2역 시스템이다.

스티브 부세미 역시 감독과 출연을 동시에 함으로써 그 위험성을 줄였다.

 

 

 

잘나가는... 그럭저럭 유명한 배우 카티아...

정치부 기자인 피에르는 요즘 취재 실적이 좋지 않다. 그래서 실적을 올려야만 한다.

그렇기에 카티아를 만나 꼭 인터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성격 어디간다고 피에르도 그렇고 카티아 역시 한 성격한다.

캠코더로 이루어진 인터뷰는 서로의 성질만 돋군 상태에서 끝이 난다.

차라리 죽어버리라는 저주가 통했는지 피에르는 진짜로 카티아의 저주(?)에 의해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를 계기로 카티아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피에르...

하지만 서로의 진실을 알고 싶은 그들에게 캠코더를 들이대며 시작된 진실게임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작품 '인터뷰'는 알고보면 상당히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테오 반 고흐라는 감독이 있는데 이 감독은 네덜란드의 알려진 감독이다.

2004년 '굴복'이란 작품을 촬영하고 나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하고 사망한 후 그의 작품을 다시보기 운동이 벌어졌고 스티브 부세미가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 '인터뷰' 역시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티브 부세미의 이 작품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저비용 고비율'에 걸맞는 영화이다.

본인이 주연을 한 것은 물론이요 또 한 명의 주연인 시에나 밀러를 제외하면 두 사람이 달랑 주연이자 주요 등장인물이며 러닝타임 83분을 그대로 때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주요 무대는 카티아의 집으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야외 촬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

정말로, 정말로 '저비용, 고비율'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카티아의 집으로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모두들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장소가 바뀌지 않으니 롱테이크로 끊기지 않고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하지만 스티브 부세미는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롱테이크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싹뚝하면서 변하는 곳도 여전히 카티아의 집이니깐...

 

두 사람의 진실게임은 어쩌면 스타와 기자라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병에 걸리고 코카인 같은 마약을 소지하고 있으며 거기에 남친과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거짓 사랑을 이야기하는 카티아와  종군기자 시절 힘들고 괴로웠던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피에르...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 두사람은 마치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기 바쁘다.

피에르의 노력(?) 끝에 인터뷰를 끝마쳤지만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도가 센 반전을 기다리는 분들이라면 이 반전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니깐 스포일러이다!)

 

 

이 영화는 심리전을 다룬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 임에도 분명하고 흥미가 있었던 것은 이들의 말빨이 쉴세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등공신은 당연 감독과 주연을 맡은 스티브 부세미이지만 시에나 밀러의 공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시에나 밀러는 참 도도해 보이면서도 색시함을 갖춘 배우이다.

카티아가 사는 집은 그런데 웬지 모를 익숙한 모습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시에나 밀러의 전작이었던 '팩토리 걸'에서 보았던 넓은 엔디 워홀의 작업실 같은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넓은 거실겸 침실은 엔디 워홀의 운동장만한(?) 작업실과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에서도 시에나 밀러는 무진장 까칠한 정치부 기자와의 말빨에서도 결코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시에나 밀러의 당당함을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이 '저비용 고효율'에 도움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어떤 면에서는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우진 못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싼티나는 영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으로 할 것이라면 앞에 이야기 했듯이 롱테이크 시도도 해보면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는 류승완 감독이 만든 '다섯개의 시선-남자니가 아시잖아요'에서도 사용된 듯한 기법이다. (물론 일부는 이 영화에서 롱테이크는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게 된것은 아마도 영화속에서 포장마차라는 한정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끊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집중성을 높여주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공간을 그냥 표현하는 것보다 기교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와 기자의 고도의 재미있는 심리전을 볼 수 있는 영화, '인터뷰'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