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애니메이션 개봉... 꼭 더빙판만 봐야하나요?

송씨네 2008. 4. 18. 13:32

 

 

 

#사례 1

올해 1월에 개봉된 '꿀벌 대소동'은 대부분의 극장이 더빙판이 개봉되었다.

물론 유재석 씨의 목소리야 좋았지만 원래 헐리웃 판은 제리 세인펠드, 르네 젤위거, 스팅, 오프라 윈프리 등이 목소리를 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더빙판이 주로 상영되었다.

디지털 자막은 서울의 경우 4~5개 관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 (스테판 님 의견 감사합니다~!)

 

#사례 2

역시 올해 개봉되는 영화 '호튼'...

그러나 이 영화 역시 오리지날 짐 케리와 스티브 카렐이 참여한 버전은 볼 가능성은 적어졌다.

대신 개그맨 유세윤과 배우 차태현이 맡은 더빙판이 주로 상영이 되어 질 것 같다.

4월 18일자 한 예매사이트에 올라오기로는 대부분의 상영관은 우리말 더빙판을 상영하며 우리말 자막(오리지날 더빙)은 한 곳 정도이다. 물론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이다.

 

 

 

우리는 영화를 본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 그것을 볼 권리는 관객에게 있다.

물론 여전히 수입사나 배급사에서 그 최종결정을 내리곤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에 언제부터인가 오리지날 더빙 버전이 빠진 국내 더빙판만 상영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우리나라 더빙판을 물론 선호하시는 분들 있다. 분명 있다.

한글 자막이 보기 싫으시거나 혹은 아이들을 동반한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지날 목소리에 기대를 하고 극장으로 나섰는데 오리지날 더빙판을 상영하는 극장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꼭 애들만 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2005년 개봉한 '빨간 모자의 진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그 어느 극장에서도 오리지날 더빙판을 상영한 극장은 없었다.

물론 나 역시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노홍철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선택권은 달랑 하나로 만들어놓았다. 클렌 클로즈와 앤 헤더웨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지 말라는 식이다.

 

2004년 CGV에서 단독개봉한 '스폰지 밥'의 극장판은 더빙판과 오리지날판 모두 사랑받는 작품이다.

(국내 더빙판으로 등장한 '스폰지 밥' 역의 김승준 씨의 목소리도 좋지만...) 하지만 국내 개봉에서는 스폰지 밥으로 등장한 톰 케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전격 Z 작전'의 추억의 배우 데이빗 핫셀로프의 목소리도 있었고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도 나오는데도 역시 오리지날 더빙판은 상영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극장은 언제부터인가 선택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어떤 애니메이션은 '디지털 우리말 더빙', '디지털 우리말 자막', '필름판 우리말 더빙', '필름판 우리말 자막' 등의 다양한 버전으로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늘려준 경우도 있다.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작년에 개봉된 '베오울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아이멕스로 볼 사람은 아이멕스로 볼 수도 있었으니 정말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되는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우리말  더빙판이다.

그렇다고 훌륭한 성우들을 투입해서 하는 경우도 아니고 인지도 높은 배우나 개그맨을 섭외하여 더빙판에 집어넣는 판국이다.

2006년 개봉된 '햇지'의 신동엽의 경우처럼 더빙이 어울리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황정민의 경우 역시 연기가 그의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빙 연기는 약간 어색했다. (황정민 씨의 더빙에 대한 생각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황정민 씨 팬들은 분개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황정민 씨를 좋아하는 같은 팬으로 하는 충고이다. 참고로 헐리웃 판에서는 브루스 윌리스와 게리 센들링이 이들 역할을 맡았다.) 

 

 

 

 

반대로 '심슨가족 더 무비'처럼 오리지날 더빙판(오리지날판은 현재 투니버스에서 방송중이다.)과 EBS(교육방송)에서 등장했던 우리말 더빙판이 모두 좋았긴 하지만 극장에서는 오리지날 더빙판만 선택해야 해야했다는 점도 아쉽고 역시 우리말 더빙이 큰 사랑을 받았던 '원피스'의 극장판인 '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도 국내 개봉시에는 국내 더빙판만 개봉되었는데 일본 성우의 오리지날 더빙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오리지날 더빙판이 없었다는 것이 원피스 마니아들에게는 좀 아쉬운 점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면에서 한 가지 버전으로만 개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필름 한 벌을 제작하는 비용이 엄청난데 그것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하겠다고 하면 필름의 제작비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버전만 상영하겠다는 것은 관객의 선택의 권리를 무시한 태도이다.

그런점에서 국내 더빙판과 우리말 자막(오리지날 더빙)을 적절히 사용한 '슈렉' 시리즈의 개봉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가지 버전 모두 상영되어 마이클 마이어스나 에디 머피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분들에게도 선택권을 주었던 것이다.

 

 

헐리웃(혹은 일본) 오리지날 출연진의 더빙이 듣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그냥 닥치고 더빙판이나 보시지'라는 생각 밖애는 들지 않는다.

관객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버전의 필름으로 개봉되는 것이 옮다는 생각을 갖아본다.

사실 '호튼'의 경우나 역시 최근 개봉된 '미운오리새끼와 랫소의 모험'(이 작품은 영국 애니메이션이라는 것과 인지도가 적은 출연진 때문에 아예 국내 더빙판만 개봉된다. 국내 더빙판의 주인공은 '웃찾사'의 '웅이 아버지' 코너의 주역들...) 외에도 곧 개봉될 드림웍스의 '쿵푸팬더'의 경우 이런 우려가 살짝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루시 리우, 성룡, 잭 블랙,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먼 등의 배우들의 목소리를 국내에서는 들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더빙판으로 등장한 배우를 두고 미스 케스팅이라는 우려도 역시 국내 더빙판을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왕 하신다면 두 가지 버전으로 모험을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과 다양한 버전으로 영화를 볼 권리는 관객에게 있다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