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프라이스리스'-꽃뱀, 사랑에 빠지다!

송씨네 2008. 5. 4. 18:43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게 없다고 한다.

오늘 소개할 이 두 커플은 그렇게 당하고도 서로 사랑을 나누려고 한다.

프랑스의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작품, '프라이리스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이란 뜻이란다.

과거 모 신용카드 CF에서 등산장비 얼마, 뭐뭐 얼마 식으로 가격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아들과 나선 첫 산행은 값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가격에 '0'(제로...)라고 쓰여져 있던 것을 기억한다.

 

영화의 시작은 각기 두 남녀의 모습을 비추어주면서 시작된다.

호텔 직원 '장'은 어리버리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로맨티스트이자 바텐더이다.

한편 이렌느라는 여인은 오늘도 불철주야 카드로 열심히 늙은 남자들의 돈을 쭉쭉~ 뽑아내고 있다.

사치로 치자면 '섹스 & 시티'의 네 여인내들 부럽지 않으며, '신상'에 목마른 서인영 버금가는(?!) 된장녀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결국에는 잠까지 청하는 '장'에게 이렌느가 바에 나타난다.

바텐터인 그이지만 얼떨결에 그는 호텔의 손님이 되었고 정성스럽게 칵테일을 대접한다.

머리에 수많은 꽃, 아니... 우산(칵테일 장식 우산) 달아줄 정도로 술에 떡이 되신 이렌느는 이렇게 친해지나 싶었지만 그가 호텔 바텐더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이렌느는 그와 헤어진다.

이렌느을 잊지 못해 그녀 곁에 따라온 '장'은 그녀를 위해 펀드, 주식, 예금 털고 털어서 그녀에게 바치고 또 받쳤지만 결국 빈털털이 알거지가 되고 만다. 호텔 요금까지 못내는 상황을 겪던 도중 한 중년의 여인이 나타나 '장'과 하룻밤을 제안하면서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이렇게 '장'은 이렌느 처럼 꽃뱀남이 되어 살아가야 할 판이다.

 

 

 

 

씨네 21의 13주년 기념 시사회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영화의 시사회는 3~4일 일찍 우리에게 선을 보이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는 프랑스 식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멜리에'나 '히 러브스 미'를 통해 발랄함과 귀여움을 보여준 오드리 토투는 '다빈치 코드'를 통해 섬세한 연기로 다가와 결국에는 물이 오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어찌보면 이 작품 '프라이스리스'는 '아멜리에'와 '다빈치 코드'사이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오드리 토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FILM 2.0에는 오드리 토투를 두고 많은 프랑스 여배우가 프랑스를 박차고 헐리웃에 진출하더라도 그녀만큼은 티켓파워가 있더라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니깐...) 거기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능가하는 다양한 패션들이 총출동되니 보는 즐거움도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남자주인공인 가드 엘마레는 다작에 출연한 배우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많은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배우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는 이 작품에서 슬랩스틱을 능가하는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봅으라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호텔에서 이루어진 장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장'이 호텔에서 일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거기서 일어나는 헤프닝은 웃음을 준다.

직업병처럼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중도 아닌데도 웨이터를 부르면 달려간다던가 짐이 보이면 무조건 들고 나가려고 하는 등의 장면은 익살스러운 그의 직업병(?)을 재미있게 표현한 대목이다. 또한 자신의 직업을 잘 이용하는 대목도 있는데 이렌느가 작업을 걸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룸서비스라고 전화를 걸면서 약을 올리는 장면 역시 그의 직업병을 유감없이 발휘한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는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비추는데 이 역시도 '장'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그 역시 평범한 남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정말 재미있는 점이 발견되었다.

주인공이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하는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렌느 그녀가 알파벳 순으로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앞에 갖다대고 작업남들을 전화로 꼬시려는 장면에서 휴대전화가 등장했지만 이후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현대문명을 이야기할 때 핸드폰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영화가 호텔을 중심으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굳이 전화라는 매개체는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이들은 쉽게 만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도 특별한 매개체 없이 우연이라는 장치만으로 이야기를 이끈다는 점은 한 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인상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에 대한 재치넘치는 해석이 돋보이는 영화... '프라이스리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