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풍성한, 그러나 3분의 한계

송씨네 2008. 5. 16. 03:04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옴니버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많은 위험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른다.

감독이나 애피소드를 최대한 줄이고 만든다면 그런 위험성은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시선' 시리즈가 잘 만든 옴니버스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작품 편 수나 시간 배분을 잘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몇 년 전 '사랑해 파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아이디어는 뛰어나고 다양한 감독의 스타일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시간의 제한으로 인해 집중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되어 다음 애피소드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칸 영화제 60 주년을 맞이하여 세계의 내놓라 하는 감독들이 총 출동하였다.

원래는 두 편 정도가 있었지만 감독들이 원치 않아 두 작품은 칸 영화제 버전과 달리 실제 정식 상영에서는 빠져버렸다.

서른 두 편이라... 항상 표지용으로 스틸 컷에 감독 이름을 나열하는데 보시다시피 감독이름이 너무 많아 글씨를 작게 써야 할 판이다. 더구나 각 작품은 모두 3 분 안에 끝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더구나 이들 감독에게는 3분이라는 시간동안 극장, 영화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있고, 멀티플렉스의 풍경부터 시작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의 소규모 극장의 모습까지 담겨져 있다.

다큐는 물론이요, 다양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서른 두 편 소개한다는 것이 이 얼마나 힘들겠지만 '사랑해 파리' 리뷰 때 만큼은 써야 하지 않을까?

 

 

 

 레이몽 드파르동 감독의 '야외 상영관'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이란(인도 쪽일 수도 있는...) 쪽으로 보이는 한 야외 극장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웃고 떠들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흥겹게 영화가 시작되는 모습을 솔직하게 다큐형식으로 담아낸다. 안드레이 콘찰로스키의 '어둠속의 그들'에서는 낡은 영화관에서 커플과 매표소 직원, 영사기사 겸 설비공 달랑 4 명이 벌이는 작은 소동을 이야기하였다. 기타노 다케시의 '어느 좋은 날'은 자신의 작품 '키즈 리턴'을 인용하며 마을에 낡은 의자와 영사기 속에서 홀로 영화를 보는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이모의 '영화 보는 날'은 마치 산간마을에 찾아간 무료 영화 봉사단의 모습처럼 아이들과 오지 마을 주민을 위해 올라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빌 어거스트의 '마지막 데이트'는 언어의 장벽도 영화 관람을 방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준 작품이다. 다큐로 이제는 입지를 굳힌 빔 벤더스는 전쟁에서 잠시 해방된 콩고 지방의 한 마을의 간이 극장을 소개한 '평화 속의 전쟁'을 통해 평화로 인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와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차이밍량의 '꿈'은 어린 시절 보았던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진 꿈과 그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허우 샤오시엔의 '전희 영화관'은 군인으로 보이는 남자와 그의 가족내외가 한가롭게 영화를 보던 극장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 낡고 아무도 오지 않는 폐허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내 로미오는 어디에?'를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동적으로 보고 흐느끼고 있는 이란 여성들의 모습을 계속 클로즈업 하고 있다. 월터 살레스의 '칸느에서 5.557 마일 떨어진 마을'은 칸 영화제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축하 사절단으로 브라질에 사는 두 남성이 칸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만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주조공장'은 첫 장면은 극장과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후에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똑같은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다큐를 보고 있는 이들을 보여준다.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자신의 영화 '비키퍼'를 언급하며 그 당시 주인공인 잔 모로가 나이가 들어 극장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다.

 

 

 

 

 

구스 반 산트의 '첫 키스'는 마치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사가 '라스트 액션 히어로' 속의 주인공을 만나러 스크린으로 돌진하는 깜찍한 로맨스였으며,  아톰 에고미얀의 '아르토 동시상영'은 각기 다른 친구 셋이 각각 다른 영화를 보면서의 감상을 휴대폰 메신저로 주고 받는 모습을 담아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안나'는 앞을 보지 못하는 여인이 남자 친구의 설명 속에 감동스럽게 영화를 보는 모습이 그려지고,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바로 앞의 극장'의 영화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부모님(특히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멀티플렉스에서 벌어지는 정말로 제목 같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올리비에 아샤야스 감독의 작품도 있으며, 영화평론가에 상업적인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에게 일침을 가했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그 남자의 직업'도 있었다. 제임 캠피온은 '무당벌레'라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벌레의 극장에서 나누는 교감(?)을 유쾌하게 그렸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세계 최후의 영화 속 세계 최후의 유대인이 자살하는 곳에서'(제목도 길다...)는 마치 '개콘'의 '리플 중게석'을 보는 착각도 들었다.(이 모든게 박성호 때문이야 ^^; )  로만 폴라스키의 '에로틱 영화관'은 3분간의 긴장의 묘미와 반전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다르덴 형제의 '어둠 속에서'는 극장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려는 소매치기와 바로 옆에서 눈물 흘리는 소녀라는 극과 극의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하였으며, 자신의 성공담을 자신있게 회고한 유세프 샤힌 감독의 '47년 후'도 있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켄 로치는 부자(아버지와 아들)의 극장에서의 행복한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외에도 자전거 폐달을 밟아서라도 찰리 체플린의 영화가 보고 싶었던 소년들의 모습이나 여전히 몽환적이지만 로맨틱한 왕가위의 작품('이걸 주려고 9천킬로미터나 날아왔어요'-영화 '알파빌'의 대사를 인용한 왕가위 영화의 제목이다.)도 있었다.

 

 

 

자, 어떤가?

상다리 휘어지다 못해 이거 잘못먹으면 과식한다.

그래서 그럴까?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옴니버스 영화에 일부 관객들은 울렁거리며 극장 밖을 나간다. 어려운 작품도 있는데다가 3분 씩 스무 편이 넘는 작품을 보면서 이해하라는 것은 어쩌면 강요에 가까운지도 모를 일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극장의 이야기도 알고보면 재미있는데 한국 극장 이야기와 이를 대변할 감독이 없었다는 아쉬운 점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이 한국 편을 연출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자주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

바로 담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극장은 금연 구역이지만 과거 동시상영시절의 극장에서는 우리 역시 담배를 피워대면서 영화를 보던 시절도 있었다. 거기에 조조할인에 목숨(?)걸고 영화를 보던 이들도 있었고,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어떻게든 보려고 애를 쓰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습도 있었다.(이건 요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담배와 두리안 같이 달콤한 과일들... 그리고 이상하게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 팝콘과 탄산음료들...

이것이 영화, 극장을 모두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는 아마도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애필로그는 해피엔딩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어쩌면 그 수 많은 영화의 해피앤딩처럼 아름답길 원한다.

행복하고 싶은가? 그러면 극장에 가보시길...

이왕이면 여러명이서 가보는 것도 좋고, 그것도 싫다면 청승맞지만 혼자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