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공공의 적 1-1:강철중'-돌아온 사고뭉치 형사!

송씨네 2008. 6. 22.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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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마라. 형이 돈이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해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이 나뻐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 오늘 형이 피곤하거든 좋은 기회잖냐? 좋은 말할 때 죄송하다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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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1 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 대사를 모르시는 분들 없으리라 본다.

군 시절 알고 지내던 선임은 매일 이 대사를 줄줄이 외웠고 얼마전에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대사를 여전히 읊어대고 놀랐다. 그는 이 작품을 수십번 봤다고 한다.

 

꼴통, 돌아이, 사고뭉치...

이는 강철중이라는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빠짐없이 이야기되는 단어이다.

강우석 감독이 '투캅스' 시리즈로 재미를 보았고 거기에 풍자라는 요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점점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1 편인 안성기와 박중훈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서울 강동서 강력계 형사가 2편에서는 갑자기 검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공공의 적을 무찌르는데 애를 섰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성질하는 형사가 갑자기 조금 순하다고 볼 수 있는 검사라니...

갑자기 이루어진 유턴에 실망감을 나타낸 사람 많았을 것이다.

강우석 감독은 그래서 그랬을까? 다시 원상복구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강철중을 다시 서울 강동서로 보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인물은 장진 감독이다.

장진을 선택한 강우석은 몇 가지 결정을 내렸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강우석 자신이 아끼는 배우 설경구를 그대로 기용한다면 장진 역시 그래야 할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우리는 장진의 페르소나 하면 떠오르는 배우라면 단연코 정재영을 뽑는다.

그렇다, 또 정재영이다...

그러나 정재영과 설경구는 이미 '실미도'에서 만난 경력이 있는지라 초면은 아니다.

그렇다면 장진은 그의 페르소나 정재영을 어떻게 공공의 적으로 만드냐는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강우석이 강철중이라는 케릭터를 완성했다면 장진은 이원술이라는 악당 케릭터를 완성해야 했다.

1 편에서 부모도 몰라보는 패륜아로 등장한 조규환(이성재), 그리고 2편에서는 악덕 사업주 한상우(정준호)와 싸왔다면 3편(혹은 이 영화의 부제처럼 1-1 편인...)은 그에 못지 않은 악당이어야 했다.

이원술이라는 케릭터는 가정에는 충실하지만 조폭을 양산하는 두 얼굴을 가진 재벌 그릅 회장으로 등장한다. 그에 비해 우리의 강철중은 여전히 꼴통에 무대뽀이며 거기에 경찰직에 환멸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 이원술이 키우는 고등학생 조폭들이 살인사건을 벌이게 되면서 강철중은 좋건, 싫건 간에 그 배후인물인 이원술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2편이 아닌 1편과 이어져 있다.

오히려 2편은 앞의 1편과 지금의 1-1 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외전 성격이 되어버렸다.

(이건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강우석 감독의 큰 실수였다. 끝까지 강철중 형사 이야기였어만 했었다.)

1 편에서는 강철중의 가족에 대한 묘사가 많이 생략되었으나 홀어머니와 딸을 등장시킴으로써 강철중의 가족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또한 1편과 2편의 감초중의 감초였던 유해진과 이문식을 다시 투입하여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물론 이 사람도 빠져서는 안된다. 바로 강철중을 들들 볶았던, 그러나 강철중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 반장역을 맡은 강신일이다. (강신일은 아시다시피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에 임했지만 표가 안날정도로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영화는 장진 스타일로 강철중을 이야기 했지만 1 편의 분위기와 연관성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공공의 적 시리즈의 악당들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시리즈의 이원술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악당 케릭터이다. 조폭과 재벌 그릅이라는 연관성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현실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작품을 보면서 '저... 쳐 죽일 놈...'이란 식의 분노를 느끼기기에는 전편에 비해 설득력이 부족하다. 패륜아와 악질 비리를 저지른 두 편의 시리즈 만큼에 못미치는 분노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장진은 이제(어찌보면...) 정재영을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물론 폐르소나이기에 그를 자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재영의 작품들이 장진 영화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다른 예로 팀 버튼의 폐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조니 뎁의 예를 든다면 그 역시 조니 뎁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긴 하지만 필모그레피를 보면 팀 버튼의 영화에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배우를 들었다, 놨다하는 것은 감독 마음이지만 배우에게도 다양한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시리즈로써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맨 시리즈가 다른 방식으로 외전을 찾고 그 외전이 시리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크리스토퍼 놀란의 베트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좀 시리즈의 연결이 엉망이긴 해도 다시 '강철중 1-2, 1-3...'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몫은 이 영화의 감독인 강우석과 시나리오를 쓴 장진의 몫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