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아임 낫 데어'-밥 딜런은 거기에 있었다...

송씨네 2008. 6. 1. 23:35

 

밥 딜런의 음악...

솔직히 말해서 그의 음악을 아는 것이라고는 'Knockin` on Heaven`s Door'(1973)이 전부이다.

그런 가운데에 그의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밥 딜런은 현존하는 포크 락 음악계의 대부이다.

자유분방하다 못해 온갖 사고를 몰고다니던 밥 딜런은 하지만 자신의 음악철학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괴뇌한다.

 

 

 

'벨벳 골드마인'에서 글램 락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된 음악영화를 선보였던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번에는 밥 딜런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데이빗 보위(1947~)와 이기 팝(1947~)처럼 글램 락의 황태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그는 전작이 가공된 인물을 이야기했다면 이 영화는 가공된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의 전기영화가 그 사람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과연 실존하는 인물을 어떻게 이야기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더구나 밥 딜런은 자신의 전기 영화 제의가 몇차레 있었지만 이것을 단번에 거절한 경력도 있다.

그런 가운데 과연 그의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느냐의 문제가 있다.

토드 헤인즈는 그의 일대기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무려 여섯 명의 밥 딜런을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다가 밥 딜런을 직접 묘사하는 방식보다는 밥 딜런이 영향을 받은 사람들 혹은 밥 딜런과 연관지을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인물들을 형상화 했다는 것이다.

 

밥 딜런의 정신적 지주인 우디 거스리(1912~1967)를 시작으로 해서 시인인 아르튀르 랭보(1854~1891) 등의 인물을 밥 딜런에 대입시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는 매우 영리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의 전기 영화가 일대기를 이야기하는데 벗어내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보여준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밥 딜런이 참여했던 영화 '관계의 종말'(1973) 속 주인공인 빌리 더 키드까지 등장하는 장면까지 연출하니 밥 딜런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면서 그를 존경하는 의미로 담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바로 여기 있다.

바로 여자도 밥 딜런을 연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밥 딜런과 외모가 비슷했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오히려 나머지 다섯 명의 밥 딜런보다도 더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여성스러운 케릭터로 영화에서 변형을 가했다면 그것도 아니다.

여성이지만 여성 버전의 밥딜런이 아닌 그냥 남자 밥 딜런을 연기한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 모습과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토드 헤인즈는 여섯 명(영화상에서는 일곱명인)의 밥 딜런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그의 인생에 관해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전기 영화, 그것도 실존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칭찬일색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밥 딜런의 밝은 부분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밥 딜런은 지금도 미국인이 사랑하는 포크 락 가수이다.

사실 밥 딜런을 보면서 한대수 씨나 조영남 씨 같은 사람이 떠오른 것은 아무래도 이들의 음악적 장르가 밥 딜런과 겹쳐진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들 모두 자유로운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들 뮤지션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남을 모방하고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어던 밥 딜런은 지금 예순일곱의 나이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리라고 본다.

한대수 씨가 그랬고 신중현 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보고 그의 음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 질러야 할 음악과 뮤지션이 한 명 늘어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