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플래닛 테러'-동시상영의 쾌감, 그 끝은 어디인가?

송씨네 2008. 7. 3. 14:50

 

두 영화 혹은 하나의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프로젝트 '그라인드 하우스'...

이 영화가 국내에 선을 보인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만이 먼저 상영되었고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는 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이 영화를 찾는 결과만 보였다. 여러 이유도 있겠지만 마니아적 B 급 감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라서 이런 영화 의외로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필이 안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를 수입한 스폰지는 난감함을 보였고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래닛 테러'의 상영시기를 미루고 또 미루면서 조절하고 조절을 거듭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배급을 추진하고 상영관은 '데쓰 프루프'보다 더 많이 늘었다.

오히려 스폰지는 소심한 홍보전략에서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데쓰 프루프'가 그랬던 것처럼 '플래닛 테러' 역시 엉터리 예고편으로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데쓰 프루프'가 자동차 액션에 주력하고 그만큼 사지절단의 미학(?)을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는 사지절단은 물론이요, 피가 철철 넘치고, 살점이 튀고 튀어 피범벅을 보여준다.

거기에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 좀비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좀비 호러 영화를 좋아하시는 골수팬들이라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이 큰 선물을 받고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 싶다.

 

클럽 댄서인 체리 달링은 고고댄스를 추는 섹시한 미녀이다.

이 생활에 염증을 느껴 클럽을 나오던 그녀는 정체모를 무언가에 습격을 당해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다.

병원에서의 이상한 상황을 목격한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엘 레이는 그녀를 피신시키기로 하는데 이미 그들이 살고 있는 텍사스는 온통 좀비로 가득차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역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살포된 것이 그 원인...

아직 좀비가 아닌 생존자들을 이끌고 체리 일행은 텍사스를 빠져나오기로 맘먹지만 만만치 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 여러분은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브루스 윌리스이다. 액션영화에 강한, 그리고 블록버스터에 전문적으로 출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생뚱맞게 B 무비의 향연에 동참하게 되었는가이다.

한편으로는 이 것은 이 영화를 공동 기획한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가 얼마나 마당발이냐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카메오 정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의오로 그는 조연급으로 등장해 체리 일행과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된다.

 

그외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총잡이 모스로 등장한 조쉬 브롤린이나 '터미네이터' 1편에서 사라코너(린다 헤밀턴)을 구하러 미래에서 온 전사 카일 역을 맡았던 마이클 빈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의외의 재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특히 남성관객들에게는...)  체리 달링의 로즈 맥고완과 섹시한 간호사인 다코타 부인을 열연한 말리 쉘튼 일 것이다.

시종일관 두 여성이 섹시함을 뽐내는 모습은 남성관객들을 즐겁게 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의외로 이 영화는 작정하고 가슴을 드러낸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초반 한 명의 미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미녀들은 죽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쁜 애들은 살리고 봐야한다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마초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울러 의외의 카메오인 쿠엔틴 타란티노도 주목하시길...

 

 

 

어떻게 보면 '데쓰 푸르프'가 여성들을 위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배려였다면 이 영화는 남성관객들에게 겨냥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동시 상영관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에 걸맞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체리 달링이 오른쪽 다리에 기관총을 달면서 그 액션 쾌감은 배로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체리 달링이 엘 레이와 좀비들과 싸우는 모습과 마지막 평화로운 세상에서 또 다른 미래를 꿈꾸는 모습에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방금전 언급한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를 연상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이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추가 보너스 장면이 등장하니 자리를 뜨지 말길... 의외로 의미심장한 장면이 하나 등장하니깐...)

 

 

 

'데쓰 푸르프'가 의도적인 스크레치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 역시 더 노골적으로 스크레치를 열심히 만들어 낸다. 거기에 필름이 불타버려서 일부 장면이 손실되었다는 자막은 관객들에게 조크를 주려고 했음이 분명하다.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보여준 작품에서도 역시 이런 필름이 불타는 장면을 보여준다.)

더구나 그장면이 체리 달링과 엘 레이의 격렬한 베드신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너무 그 장면을 중요시 어겼는지 바베큐 식당에 갑자기 좀비들이 떼로 들어오게 되고 살아 있는 일행들이 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아예 점프하듯이 생략시키고 있다.

이렇게 '그라인드 하우스' 프로젝트는 관객에게 대놓고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을 보여주고 한 편으로는 그런 모습들을 통해 동시상영관의 추억을 제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의 리뷰들을 살펴보면 식사는 거르고 영화를 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라는 홍보 카피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팝콘과 음료수가 넘어올 정도로 거북하지는 않으니 반드시 식사는 거르고 영화를 보시길 권한다.

그러고 나서 식사하러 가셔도 늦지는 않을테니깐 말이다.

 

 

 

 

ps. 이와 비슷한 쏠림이 예상(?)되신다면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의 '폴트리 가이스트'(2006)의 관람 역시 권하지는 못하겠다. 반대로 이런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의 관람도 필수이다. 이 영화 역시 좀비와 피의 향연과 더불어 엽기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년 부천영화제에 상영된 작품으로 극장이나 DVD로 만나볼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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