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PIFAN 2008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희노애락이 있는 첩보영화!

송씨네 2008. 7. 23. 00:57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감독 박노식 (1976 / 한국)
출연 안보영, 박노식, 장혁,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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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생인 나는 80년 이전의 영화를 볼 기회는 없다.

기회도 없지만 게을러서 그럴 가능성도 높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재미있는 기획전이 있었는데 1970년대, 80년대의 한국 첩보영화들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류승완 감독이 좋아했던 영화라서 새 영화의 부제로 쓰고 싶었던 그 제목...

7,80 년대 최고의 액션스타이자 영화감독인 박노식 감독 1'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가 되겠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박노식 감독은 용팔이 시리즈와 '인간 사표를 내라'와 같은 다소 촌스러운 제목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액션영화 감독이자 배우였다.

 

 

 

 

선글라스를 낀 한 사내가 멋지게 색스폰을

입에 불고 연주를 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 그 사내는 계속 시계만 처다본다.

밤무대 공연장으로 보이는 곳과 잠들어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던 영화는 폭탄 같은 것이 터지면서 그 영화의 시작을 알리기 시작한다. 동혁은 이미 한 사람을 복수하고 또다른 사람을 복수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여성이 이미 그보다 먼저 선수를 치고 있고 뱀에 물린 남자는 서서히 눈이 감긴다.

도망쳐 나오는 두 사람, 바로 동혁과 예지이다.

두사람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복수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바로 이꼴로 만들어버린 일본인들에게 복수를 감행한 것이다.

복수의 날이 다가올 수록 그들은 더욱더 자신감이 생기고 두 사람의 관계는 애정으로 발전한다.

동혁은 도망치다가 눈을 다쳐 시력을 잃었고 예지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기술을 연마하면서 빠져나갈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동혁은 장님인 자신에게 예지를 사랑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예지 역시 동혁은 자신에게는 과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복수의 끝이 보이고 마지막 후지하라에게 접근하기 위해 예지는 모델 지망생으로 접근하고 마지막 복수가 시작된다.

 

 

 

관객의 대부분이 웃었다.

분명히 이 영화는 액션영화고 웃길 생각으로 만든영화가 아니다. 그런데 왜 웃냐고?

어쩌면 70년대 배우들의 몸짓에 성우들의 더빙이 덧입히면서 벌어지는 촌스러움과 그 촌스러운 대사체와 과장된 액션(동작)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으로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B 급 영화수준에 해당되지만 이 당시 이 영화는 꽤 진지하게 만들어진 상업영화라는 것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박노식은 감독과 주연의 1인 2역을 부담없이 소화했고 당시 미녀스타였던 안보영은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을 울릴만한 몸매와 얼굴의 소유자로 생각이 되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제 강점기와 그 이후 일본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은 지금 따지면 별것 아니지만 당시에는 스릴이 넘치는 이야기였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맹인이 핸들을 잡고 화살을 맨손으로 잡는 모습은 이 영화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일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각인된지라 그들에게 복수를 행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통쾌한지도 모르겠다.

 

두 명의 주인공이 악당들을 하나하나 복수해 나가는 것은 마치 '킬 빌'에서 브라이드(우마 서먼)이 악당들을 무찌르러 복수의 길을 향해가는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두 주인공 동혁과 예지가 마지막 복수를 끝마치고도 후련하지 못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복수를 할 상대가 없다는 아쉬움과 허무함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이 영화는 '오동나무에 코트를 입혀주마'2 식의 황당한 대사는 없지만 우수워 보이는(내가 볼 때는 그렇게 시종일관 웃기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대사 하나하나가 예전에는 진지했음을 느끼게 만든다.



총을 갑자기 등장시켜 긴장감을 유도시키고 7,80년대이지만 지금봐도 뛰어나다 싶을 정도의 다양한 기교가 선보인 점은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영화 포탈의 자료에서는 예지와 동혁은 복수를 마치고 돌아오지만 예지는 동혁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안구를 그에게 기증하고 개안수술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눈을 주고 자신은 일본 경찰에 잡히는 것으로 그 결말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 날 필름상 결말은 조금 차이가 났다.

예지는 눈을 동혁에게 준 것까지는 맞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눈을 남기고 그녀는 정체모를 병에 걸려 숨을 거두고 동혁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결말이 다른데에는 몇가지 추측이 있다.

이 영화가 상영되기 전 2 분 가량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의 초반 몇 분의 암흑 장면3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화면이 나오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생기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소송때문에 된 것이라면 이 작품은 필름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선의 복구로 그나마 살아남았다는 점이 바로 그렇게 밖에 추측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인생 무상의 허무함을 이야기한 이 영화는 이후 많은 영화에서 패러디, 리메이크 하고 싶은 영화가 되어벼렸지만 앞의 류승완 감독처럼 제목만 리메이크 된 것4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 영화는 웃기다, 하지만 웃을 수 없다. 어쩌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많은 기쁨과 시련이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희노애락이라는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PS. 이 작품에는 박노식 씨 만큼이나 인상적인 얼굴이 있다.

바로 꼬마신랑 김정훈 씨가 되겠다. 지금은 중년의 사내가 되었지만 꼬마 신랑이 아닌 좀 철들어보이는 소년으로 등장한 모습도 아마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1. (1930~1995) [본문으로]
  2. 영화 '다찌마와 리'의 인터넷 단편버전에 나오던 대사... [본문으로]
  3.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이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었고 그 때문에 생긴 조치였다. 그 후 소송에서는 법원측은 원고측과 피고측이 합의를 보도록 하였다. 조정판결을 내린 것이다. [본문으로]
  4. 영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