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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에 대한 리뷰는 항상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
더구나 일을 다니면서 영화 리뷰를 쓰는 일이 힘들어지고 영화보러가는 일도 힘들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이 작품... 이야기 안하면 섭섭하겠지?
바로 김지운 감독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이 되겠다.
때는 일제 강점기이지만 어느 시대인지는 알 수 없는, 이 곳은 만주가 되시겠다.
한 남자가 의뢰를 받고 이것을 손에 넣기로 한다. 또 한 사내는 독립군에게 도움이 될 문서라면서 이걸 또 손에 얻으려고 한다.
또 한명의 도적은 금은보화가 다량 보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문서를 얻으려고 한다.
바로 일본의 한 은행장이 가지고 있는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 남자들 창이, 도원, 태구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이것을 얻기 위해 고전분투하기 시작한다.
중국의 모래바람을 뚫고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야말로 액션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지만 전반적으로 본 이 영화는 올해 잘 만들어진 액션영화라는데 동감하는 바이다.
악날하여 자기의 하수인이건 뭐건 칼질을 하는 창이과 독립군을 돕고는 있지만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도원, 그리고 왕년에 날렸지만 그것을 과장된 행동과 몸짓으로 숨기고 있는 도적 태구...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점들 중 하나라면 사방의 적으로 둘러싸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지라고 느껴졌던 사람들은 적이 되기도 하며 일본군이며, 중국에서 올라온 정체불명의 유목민들도 그들의 적이기도 하다.사방의 적은 이 세 사람 만큼이나 이 지도의 실체를 궁금해하고 그들의 뒤를 쫓는데 정신이 없다.
이 작품이 선사하는 볼꺼리는 장엄한 사막의 모습과 더불어 배우가 뛰면 스텝도 뛰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특히 영화속 도원으로 등장한 정우성은 알게 모르게 밧줄을 타고 나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카메라도 같이 날면서 이들의 모습을 찍어냈다는 점은 참으로 인상적인 장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세 명의 인물에 따른 특징을 살리지 못했는데 도원의 경우 독립군과의 관계가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었고 창이(이병헌)은 나쁜놈인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누구를 중점적으로 공격하려고 애를 쓰는 것인가에 대한 상황 묘사가 적었던 것 같다.
그나마 영화의 제목처럼 이상한 놈인 태구 역의 송강호야 말로 자신의 배역을 잘 소화해 냈다.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쇠로 만들어진 잠수복을 입고 벌이는 총격전일 것이다. 어떤 총알도 다막아내는 쇠의 특성상 태구는 용케 살아나지만 그 과정이 코믹하게 다가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였다.
어쩌면 진짜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태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태구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길 역의 류승수나 병춘 역의 윤제문은 자칫 딱딱하기 쉬운 영화의 내용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공로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최강조연 출연자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주연도 조연이라고 하기도 아쉬운 엄지원과 이청아의 활약상이 적어서 아쉽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여배우들인데 말이다.
얼마전 모 팀블로그에서 몇 명이 살아남았다라는 식의 스포일러 공개로 말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기자시사때 힘들게 영화를 본 것을 화풀이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 여기서는 누가 죽고 얼마나 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후반에 손가락 귀신에 대한 정체가 반전처럼 나타나는 것과 더불어 마지막 생존자들은 어떻게 최후에까지 살아남았는가가 관전포인트라고 본다. 권선징악이라는 구조를 생각한다면 세 명 중 누군가는 죽겠지만 어쩌면 김지운 감독이 한 명만 쉽게 죽였을까 생각한다면 그건 아닌것 같다.
서부영화나 마카로니 웨스턴들의 특징을 한국식으로 옮긴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 스타일이 한국적이라고도 볼 수 없고, 그렇다고 서양의 그 어느 나라의 스타일을 빌린 것도 아니니깐 말이다.
그 어느것도 아닌 김지운 감독식의 막장 마카로니 웨스턴의 탄생이 바로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영화는 그냥 주제를 깊이 생각하는 것도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계나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잘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오락적으로 만들려고 만든 영화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차피 이 영화는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오락영화이다.
최근 독도문제를 걸고 넘는 일본이나, 고구려 옛땅에 대하여 과민 반응을 보이는 중국이 통쾌하게 영화속에서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겠지만 어쩌면 그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본다. '강철중'에서 소고기 수입을 예견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영화속 도원이나 태구나 시원하게 그들에게 쓴 소리를 내면 좋겠지만 이건 어차피 영화이니깐 말이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액션과 스릴을 맛본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님은 먼곳에'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라리고 있는 요즘 새로운 한국영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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