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님은 먼 곳에'... 이준익 감독 생각에 동감하지 못하는 이유...

송씨네 2008. 7. 29. 02:37

 

 

님은 먼곳에
감독 이준익 (2008 / 한국)
출연 수애, 정진영, 정경호,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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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없도록 노력했지만 이미 어떤 분이 이 영화에 대한 결말을 제목으로 노출시키셨더군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이 글을 계속 읽으셔도 됩니다만 스포일러 가능성 높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주오 내 마음 모두 그대 생각 넘칠 때
내 마음 모두 그대에게 드리리 그대가 늦어지면 내 마음도 다시는 찾을 수 없어요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주오 내 마음 모두 그대 생각 넘칠 때
내 마음 모두 그대에게 드리리 그대가 늦어지면 내 마음도 다시는 찾을 수 없어요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늦기 전에 빨리 돌아와 주오
내 마음 모두 그대 생각 넘칠 때 내 마음 모두 그대에게 드리리
그대가 늦어지면 내 마음도 다시는 찾을 수 없어요

늦기 전에 늦기 전에

 김추자의 '늦기 전에'(1969년 발표) 중에서...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는 참 유쾌한 영화였다. 두번째 음악 영화인 '즐거운 인생'의 경우 내가 극장에서 일할 때 영사창 넘어 자주 보던 영화긴 했지만 그렇게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작품은 끝까지 본 기억이 없다.

세번째 음악 영화로 이준익 감독은 월남전을 소재로 한 '님은 먼 곳에'를 들고 나왔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 3부작'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듯 이준익 감독은 '음악 영화 3부작'으로 그 끝을 보았다.

그의 영화들은 '왕의 남자'를 비롯해 대부분이 남성위주의 영화였고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는 거의 찾기가 힘들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그래서 이번 작품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겠다.

 

순이는 남편을 군으로 보내고 홀로 시어머니와 살고 있다.

가끔 마을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애창곡인 '늦기 전에'를 부르면서 그녀만의 행복에 젖지만 남편 생각하지 않는다는 시어머니의 면박에 억지로 그녀는 매달 남편 상길이 있는 군부대로 면회를 나간다.

한편 상길이 있는 부대에서는 선임과 말타툼 끝에 주먹다툼이 있었고 두 사람은 영창이냐, 월남전 파병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졸지에 월남전으로 파병간 상길과 그것을 모르던 순이는 무작정 월남에 가겠다는 시어머니를 겨우 설득하고 본인이 직접 가기로 맘먹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어렵사리 순이는 위문공연단을 수소문하여 그들 맴버에 끼게 된다.

그리고 이제 써니가 된 그녀 순이는 남편을 만나러 베트남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위문공연을 하고 그 속에서 전쟁의 참상과 더불어 하루하루 위기의 순간을 맞게 된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1970년 발표) 중에서...

 

우리에게는 조관우를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불러서 익숙한 곡...

그러나 이 원곡은 우리나라 포크 락의 대부인 신중현 씨가 작곡한 김추자 씨의 히트 곳 중 하나인 '님은 먼 곳애'이다.

이 작품은 김추자의 노래들로 가득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이(수애)가 첫장면부터 부르던 '늦기전에'부터 시작해서 '님은 먼 곳에'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그리고 故 이주일 씨가 그렇게 추던 춤으로 알려진 그릅 CCR의 'Suzie Q'(수지 큐)도 들을 수 있다.

이번에도 영화음악가인 복숭아(방준석)의 음악으로 이들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전작들인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의 '비와 당신'을 히트시키고, '즐거운 인생'에서는 '터질꺼야'와 '즐거운 인생'이라는 곡으로 음악적 감각을 만방에 떨쳤던 그는 이번에는 작곡보다는 기존의 음악을 어떻게 재탄생 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어린 동생 반기며 그 품에 안겼네 모두 다 안겼네
말썽많은 김총각 모두 말을 했지만 의젓하게 훈장달고 돌아온 김상사
동네사람 모여서 얼굴을 보려고 모두다 기웃기웃
우리 아들 왔다고 춤추는 어머니 온동네 잔치하네
폼을 내는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믿음직한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말썽많은 김총각 모두 말을 했지만 의젓하게 훈장 달고 돌아온 김상사
동네사람 모여서 얼굴을 보려고 모두다 기웃기웃
우리 아들 왔다고 춤추는 어머니 온동네 잔치하네
폼을 내는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믿음직한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71년 발표) 중에서... 

 

 

 

음악좋고, 영상 좋다... (수애 씨 정말 노래 잘부른다~!)

하지만 이 작품을 좋게 이야기할 수 만은 없다.

그 이유를 이제부터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우선 이준익 감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본다고 해도 이 영화는 지극히 남성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영화이다.

순이는 현모양처임을 강요당하고 월남으로 가서 남편을 만나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 식의 임무를 맡게 된다.

거기에 남편 상길은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처럼 구출해야하고 만나야 하는 인물처럼 묘사된다.

정말로 남편을 위한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남편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신여성이 되는 다른 방식을 취하면 되지만 영화속 순이는 마치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 혹은 박제된 동물처럼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상길의 시어머니는 더 심하지만 그렇다고 순이 또한 그 시어머니 보다 더 나은 인물도 아닌 것이다.

남성위주의 주인공에서 탈피했다고 하지만 순이는 상길을 만나기 위해 위문공연단원이 되었고 춤을 추었고 아슬아슬한 옷을 입었으며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그게 남편을 만나기 위한 타당한 이유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테클 하나 더 걸어본다.

얼마전 씨네 21의 전영객잔에서는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664호) 항상 늘 그렇듯이 방대한 분량의 페이지를 자랑하면서 이번에도 이 영화에 대한 영화평론을 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글은 재미있지만 그의 글은 한편으로는 단축에 대한 미학, 미덕을 모르는 사람같아 보인다.)

그의 리뷰 제목또한 상당히 자극적이다.

 '순이가 상길의 뺨을 때린 까닭은?'

일단 여기서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노출된다.

이 두 사람은 극적으로 만나게 되고 만나자 마자 순이는 상길의 뺨을 수없이 날린다.

그리고 흐느끼고 울고 영화는 끝난다.('라디오 스타'의 결말보다도 더 허무할지도 모르겠다.)

정성일 씨는 너무 과하게 그 뺨 장면을 과대 해석하고 자신의 원고량을 늘렸다.

물론 그의 리뷰 내용과 나의 의견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데 앞에 이야기한 순이의 사고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편을 만나기 위한 이유가 순전히 남편을 만나고 섹스를 하기 위한 이유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상당히 억지스럽다. (사실 섹스를 할 듯 말듯한 장면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남편을 찾기 위해 결국 미군 간부 앞에서 호소하고 문까지 걸어 잠구는 행위는 설마 남편을 만나기 위해 정말로 자신의 몸까지 팔기위한 행위도 서슴치 않는가라는 의문도 갖는다.)

물론 대를 이어야 하는 부담감이 순이에게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단지 섹스를 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 그 멀고 먼 길을 고생하면서 갔어야 하였는가 의문이다.

이 의문은 이준익 감독에게도 해당되고 이걸 이상하게 해석하는 정성일 씨에게도 해당된다.

따귀를 때리는 까닭에 대한 정성일 씨의 결론은 서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확인 수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역시 나는 의문스럽다.

내 생각에는 순이가 상길에게 따귀를 때린 이유는 '이렇게 고생하면서 여기에 왔는데 내 진심을 몰라주는 네가 미워 죽겠어'라는 의미로 순이가 상길에게 따귀를 날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물론 내 생각이 맞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분이 이야기하시듯 독해력 떨어지고 이해력 떨어지는 나에게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과 같을리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관점을 이해 할 수 없고 이것을 과하게 해석하는 정성일 씨의 생각도 이해할 수 없다.

영화는 스팩타클하고 잘 만들어졌지만 그 주제 의식은 분명 동감할 수 없는 바이다.

아무리 같은 남자로써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마초는 아니기 때문이다...

 

 

 

 

 

 

 

 

 

 

 

 

PS.역시 다음은 이런 글을 좋아합니다 ^^;

저도 참 사태파악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여러분들의 글 중 일부는 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순이가 월남전에 가서 남편을 만난 이유는 단순이 대를 이으려고 섹스를 한것이다'라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그 주장은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정성일 씨가 주장한 내용이고, 저는 그 의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죠.

저만 난독증 증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글을 그냥 대충 읽고 흘려버리시는 분들이 많내요.

저에게 악플 다시는 분들은 뭐 한두번이 아니라서 이해는 합니다만 악플을 다시기 전에 제가 주장한 내용을 다시한번 읽어주셨으면 거듭 고맙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그리고 나서 의견을 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또한 당사자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제 성질을 건드리실 목적으로 쓰신 악플이라면 무조건 삭제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좀 부족한 것을 잘 알기에 저보다 더 이 영화에 대해 적절한 의견과 평론을 내려주시는 분들이라면 트랙백이건 댓글이건 일단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항상 리뷰끝에 올라오는 댓글에 될 수 있으면 답변을 드렸으나 이 영화의 경우 일단 댓글을 달지 않을 생각입니다.

찬반양론도 심하고 더이상 저 역시 이야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들은 songcine81@hanmail.net로 의견주시기 바랍니다.

 

PS 2. 방금전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이 영화의 OST를 몇 곡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아... 정말 음악은 좋더군요... 음악은... 방준석 씨가 역시 음악하나는 잘만든다에 저는 여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정말 영화 영상과 음악과 내용은 별개로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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