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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윌 . E라고 해.
원래 이름은 Waste Allocation Load Liff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분리수거 로봇... 좀 길지?
그냥 내 몸체에 써져 있는 모델명... 윌 . E라고 불러줘...
나는 언제부터인가 지구에 혼자 살게 되었어.
모든 기계의 작동이 멈추었고 나는 늘 그렇듯 내몸을 웅크려서 캔조각이나 쇠등의 물건들을 사각모양의 박스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
나에게 고작 친구라면 애완용으로 키우는 바퀴벌레가 전뷰야.
뭐... 인류는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죽지 않는다는 말이 맞긴 맞나봐...
어느 날로 기억하는데 대문짝만한 우주선이 날라와서는 달걀모양의 뭔가를 내려놓고 떠나는 거야...
어... 너도 로봇이었구나... 모델명이... 이브... 이브... 바로 네 이름이 이브이구나...
그런데 난 네가 은근히 좋아지기 시작했어. 내 안락한 집도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아끼는 물건들도...
하지만 넌 참 은근히 까칠한 것 같애... 물론 뒤늦게 마음을 열어줘서 고맙지만...
그러고보니깐 우리 기계들은 마음이라는 것이, 인격이라는 것이 없는데 말이지... 참으로 신기하지 이... 브?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이제는 소재 고갈로 애를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자주 만드는 2D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니깐...
3D는 디즈니가 좋아하는 2D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픽사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시작으로 '벅스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인 크레더블', '카', 그리고 얼마전 최근작이었던 '라따뚜이'까지...
그런데 대부분의 작품들의 특징이 생물 혹은 무생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고기, 장난감, 벌레, 자동차, 생쥐까지...
어떻게 죽어있는(우리 입장에서 보면...)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놀라운 감탄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마도 이 디즈니와 픽사의 힘이 아닐까 싶다.
픽사와 디즈니가 선택한 새로운 장소는 바로 우주가 되겠다.
물론 지구에서 처음과 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서의 상황들이 이 작품의 특징이 되겠다.
더구나 주인공은 쓰레기 청소를 하는 매우 하찮아 보이는 무인로봇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원격조정하는 것이 아닌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는 이 녀석은 어쩌면 인격이나 이성이 없는 녀석이겠지만 아마 그랬더라면 이 작품은 매우 재미없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초반에는 아예 대사도 없을 뿐더러 이브와 윌 . E의 대사들을 보더라도 자신의 모델명이나 서로의 모델명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흥미가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황폐해진 지구의 모습과 더불어 홀로 이 지구에서 자신의 맡은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로봇이라는 점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나는 더 인상적이고 애처롭게 보였다.
말 줄임, 혹은 침묵의 미학이 기존의 디즈니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또다른 모습이라는 점에 또한 그 특징이 있겠다.
애니메이션 속의 이브의 주 목적은 외계 식물을 탐사하는 로봇이다. 살아있는 녀석들은 무조건 수집해야 하며 특히 식물들은 더 그렇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행복한 일이지만 그 것이 혼자일 경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 . E와 바퀴벌래, 그리고 하찮아 보이는 땅에서 새싹이 돋아난 식물까지...
윌 . E는 혼자였지만 사실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대 관광 우주선인 엑시엄에 무임승차하면서 그는 더 많은 로봇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으니 당연히 외롭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하나 이 작품을 봐야할 관전 포인트라면 바로 지구이다.
지구를 망친 것도 인간이지만 지구를 살려낼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점이다.
이는 조금 다른 소재이지만 드림웍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을 보면 알 수 있다.
꿀벌들이 활동을 멈추자 온도시에 식물들은 말라죽고 도시는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연의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자 의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두 작품 모두 말이다...
이 작품의 앤딩 크레딧은 인간이 다시 지구에 들어와서 식물을 키우고 고기를 잡으면서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한 것인데 인간은 그렇지 못해왔다는 것이 문제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환경을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 필수관 람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PS. 재미있는 장면 하나...
디즈니와 픽사도 부시정부를 은근히 싫어했던 모양이다.
엑시멈을 비롯해 윌 . E를 만든 거대 기업이 등장하는데 나중에는 지구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이 회사 CEO가 엑시멈 호의 선장에게 남긴다.
그런데 그 CEO의 연설장면 배경에서 뭔가를 느끼지 않았나 싶다.
바로 파란색 바탕의 배경... 백악관이다. 배경 뒤의 회사 로고도 은근히 백악관의 로고와 닮아있는 것도 그렇고...
CEO가 상당히 나 몰라라 식으로 일관하면서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도 지금의 대통령 조지 부시를 닮아 있다.
이는 미국 정부를 하나의 거대 회사로 이야기하고 지구는 미국으로, 그리고 무능력한 CEO는 조지 부시로 상징화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로 픽사와 디즈니도 부시가 싫었나 보다... 정말로...
PS 2. 이 작품 상영전에 아주 재미있는 단편이 하나 등장한다.
마술사와 토끼의 엎치락 뒷치락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단편인데 사실 이런 맛배기성 단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드림웍스의 경우도 '월레스와 그로밋' 장편 상영전 드림웍스의 또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 '마다마스카'의 팽귄들을 주연으로 한 단편을 이미 선보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편 상영전에 등장하는 단편들도 유심히 살펴볼 것... 혹시 모른다. 장면으로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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