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다크 나이트'... 과연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송씨네 2008. 8. 9. 01:07

 

 

 

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8 /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게리 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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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도 스포일러 폭탄이 가득합니다.  알아서 피해주세요!

 

다크 나이트의 티저 포스터를 보신 분이라면, 얼마전 FILM 2.0의 엽기적인 표지(398 호)를 보신 분이라면 위의 글 메인 사진이 조금 이해가 가실 것이다.

맞다, 본인 역시 한번 조커가 되어 장난좀 쳐봤다. 고인이 된 히스레저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배트맨 시리즈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나 배트맨 시리즈를 열심히 보신 팬 분들이라면 기존 우리가 봤던 배트맨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고 있는 배트맨 시리즈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여전히 박진감 넘치고 액션이 살아 있다.

그리고 배트맨의 무기들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가 분명 달라지고 있다.

 

브루스 웨인(혹은 배트맨)은 한편에서는 웨인 그릅 살리느리라 한 편에서는 불철주야 악당 때려잡느리라 바쁘다. 하지만 짝퉁 배트맨이 나타나기도 할 정도로 세상은 어지럽고 정신없기만 하다.

그러던 브루스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하비 덴트 검사가 되시겠다.

청렴결백하여서 수백명을 법정으로 끌어들이는 등의 모험도 감행하는 무서운 양반이다.

이 사람이면 고담시를 믿고 맏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와중에 조커의 등장은 불안한기만 하다.

고담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가면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조커의 주장에 배트맨은 난처하기만 하다.

과연 정의는 그들의 편에 설 수 있을 것인가?

 

 

배트맨 시리즈는 마지막은 우울하긴 해도 그래도 해피엔딩이었다.

악당을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는게 우리가 그동안 보아왔던 배트맨 시리즈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매가폰을 잡은 배트맨은 우울함 동반은 물론이요 해피한 결론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브루스는 하비도 잃었고 결혼까지 약속한 레이첼도 잃었다.

거기에 충실히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루시우스(모건 프리먼)는 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결국 그 자리를 떠난다. 좋은 의미로 만든 시스템이 무기가 되어버린 상황... 나는 초반 루시우스가 브루스의 곁을 떠난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것 같다. 어쨌거나 조커는 잡혔으나 평화는 이루어지 않았으며 새로운 악당을 탄생시킬 조짐마져도 보였다.

 

팀 버튼의 '배트맨'(1989)1에서의 조커와 2008년판 조커는 분명 다른 모습이 있다.

물론 미치광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잭 니콜슨의 조커와 히스레저의 조커는 같은 듯 다른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팀 버튼에 명성에 맞게 그의 버전의 배트맨의 경우는 광기와 장난스러운 그의 모습들은 두려움과 웃음을 모두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히스레저의 조커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세상에 온갖 불만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써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가 왜 자신이 조커가 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은행에서의 장면과 레이첼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행했던 과거 성장과정와 더불어 그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한 이후에도 행복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사들이 등장하면서 그를 과연 악당으로만 생각해야 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히스레저가 분한 조커는 그 사악함이 너무 강해서 그가 연기인지 실제인지를 분간하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몰골이 되어버린 비운의 검사 하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청렴결백한 그이지만 너무 운명에 치우친 삶을 살고 있었고 그가 불의의 사고로 한쪽 얼굴이 화상을 입게 되면서 그의 숨겨진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른바 '투 페이스 맨'의 탄생이다.

하지만 '투 페이스 맨'의 경우에도 과거 배트맨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

조엘 슈마허의 1995년의 '배트맨 포에버'2에 등장한 '투 페이스 맨'은 토미 리 존스였다. 물론 개성강한 중견 연기자라는 점에서 그의 연기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웃기지만 앞에 이야기한 조커로 분한 히스 레저나 새로운 '투 페이스 맨'이 된 아론 에드하트의 등장이다.

잭 니콜슨과 토미 리 존스는 모두 중견연기자이자 연기파 배우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이 새롭게 참여하면서 젊은 인물들도 몽땅 변경이 된 것인데 이는 배트맨 시리즈의 세대교체와 더불어 젊은 피 수혈을 의미한다.(정치적인 해석으로는 좀 오바가 있지만 내 생각은 어쨌든 그렇다.)

 

 

 

이 영화에서 과연 피해자는 누구이며 가해자는 누구일까?

우선 브루스 혹은 배트맨을 보자면...

배트맨이 자수하고 가면을 벗으려고 하는 순간에도 하비는 배트맨 편에 섰었다.

하지만 배트맨이 오히려 더 하비보다도 적극적이지 못할 뿐더러 히어로가 가졌어야 할 용기를 갖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된다.

 

 

조커와 배트맨만이 피해자는 아니라고 본다.

레이첼과 하비 중에 누구를 구하겠느냐의 조커의 질문은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의 정말 어려운 답변이지만 배트맨은 레이첼을 구하러 간다. 하지만 그가 만난 것은 하비... 하비 자신은 구출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애인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자포자기로 변한 그는 어쩌면 이제는 막장 인생의 길로 접어드는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투 페이스 맨'이 된 하비 역시 이 시대의 피해자이가 가해자가 된 것인데 불의의 사고로 애인도 잃고 자신의 얼굴도 잃으면서 거기에 조커의 달콤한(?) 유혹이자 분노에 걸려들어서 또다른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것이 정당화 될 수는 분명 없겠지만 정당한 이유로 그가 고담시를 지키는 사람에서 고담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큰 비중이 없어 보였지만 피해자는 여기 또 한 명 있다.

바로 게리 올드만이 맡았던 고든 형사 역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레옹'을 비롯한 영화에서 악역 혹은 악덕 경찰 역을 주로 맡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가 이번 영화에서 악당이 아닌 배트맨과 하비를 돕는 충실한 경찰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것은 어쩌면 이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고든 형사가 피해자로 생각되는 이유는 이래저래 자신의 의지대로 수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동료를 잃고 여러 사람을 잃고 이제는 가족까지 잃어야 하는 두려움은 그래서 더욱더 자기 자신에게 더 냉정해져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하게 만드는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없는 못난 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런 모습에서 고든 형사도 조커도, 브루스도 하비까지...

누가 피해자이며 누가 가해자라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이 강했지만 이 작품은 웬지 모를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멘토'를 비롯하여 여러 영화에서 고뇌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심리적으로 잘 표현해내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액션영화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배트맨 시리즈에서도 그는 자신의 고집을 그대로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치 오우삼 감독이 자신의 영화들에서 비둘기 장면을 자주 애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하비가 '투 페이스 맨'이 되어 배트맨과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깨뜨렸고, 악당을 무찔렀으니 평화가 찾아 올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간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면서 배트맨은 이제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려고 한다.

새 시리즈가 만들어지면 이 어둠속으로 사라진 갑부집 사내를 어떻게 부활시킬지가 관건이겠지만 불사조 '직쏘'(영화 '쏘우' 시리즈)나 죽지 않는 전사 '리플리'(영화 '에얼리언' 시리즈)처럼 그를 어떻게 고담시로 컴백시킬지 궁금해진다.

 

 

PS.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아이맥스버전으로도 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 내서 일부러 아이맥스 전용관에서 이 영화를 보았건만 그 강렬함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이상하긴 한건가...

참고로 CGV 인천은 이 영화를 끝으로 아이맥스 상영을 중단한다.

수도권하고도 인천이라는 지역에서의 아이맥스의 폐관은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보고 싶으시다면 꼭 찾아가서 보시기 바란다.

기회 흔치 않다.(요즘 '기회 흔치 않다, 좋은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1.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 역을, 잭 니콜슨이 조커 역을 맡았으며 킴 베이싱어가 출연하였다. [본문으로]
  2. 토미 리 존스 이외에도 악당이 많았다.'물음표 맨'의 짐 케리도 빠질 수 없는 인물... 이외에도 니콜 키드만과 드류 베리모어가 출연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