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다찌마와 리'-오랜만입니다! 리(Lee) 선생님...

송씨네 2008. 8. 14. 00:49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감독 류승완 (2008 / 한국)
출연 임원희, 공효진, 박시연, 황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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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 영화

일백푸로 후시녹음.

서울 인근지역 올 로케이숀

디지탈 비데오 작품

 

김두환, 시라소니, 유지광, 김춘삼...

기라성 같다고 생각되는 협객들의 세계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정의를 구연하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2000년 씨네포엠 디지털 프로젝트들 중의 하나였던 이 작품은 당시 많은이들의 관심과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지운 감독의 '커밍아웃'과 장진 감독의 '극단적 하루'는 스릴러와 액션의 장르로 각각의 사랑을 받았지만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야 말로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8년이 흘렀다.

기억에서 멀어지던 이 작품이 장편으로 돌아왔다.

스케일은 더 커졌지만 더욱더 유치해지고, 더욱더 황당한 그래서 더 재미있어진 B 급 무비의 진수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다.

 

시대는 알 수 없는... 그러나 일제가 침략시절인 1940년대로 추정되는 조선...

멋지게(?!) 임무를 완수한 다찌마와 리와 금연자...

새로운 임무를 맡기 위해 나서는데 그 임무는 불상(안타깝게도 일백푸로 순금은 아니지만...)에 적혀있는 독립군 명단을 지켜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일본의 다마네기를 비롯한 세력들이 이를 가만히 둘 리가 없다.

그러던 와중 다찌마와 리와 임무를 같이 수행하던 금연자가 실종되면서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다찌마와 리는 새로운 파트너로 마리와 일하게 되지만 금연자 만큼이나 매력적이지만 뭔가 모자라 보이는 그녀...

미국 펜실베니아주를 지나 만주와 북경, 그리고 스위스까지 턴을 한 두 일행...

이제까지 똥폼만 잡던, 비장한 척 하던 첩보영화의 시대는 갔다.

'다찌마와 리'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음 하하하.... 음 하하하... 음 화하하하...

 

 

우리가 기억한 단편은 남자 중의 남자 다찌마와 리가 불량배들을 물치치고 위험에 처한 소녀들을 구하는 영웅담이었다. 그러나 그 영웅담이 그저 평범한 영웅담이었던 이 사랑스러운 B 무비가 장편으로 쉽게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 작품 은근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배급은 분명히 쇼박스인데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시나리오로 접한 것은 CJ 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모니터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모니터의 자격조건은 영화관련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모가능하다.

하지만 서약서의 내용은 매우 까다로워 영화 개봉전까지 시나리오 내용을 유출하면 처절한 응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개봉전까지는 내 입에 튼튼한 자크(!)를 달아줘야만 했다.

얼마전에 개봉된 '원스 어 폰 타임'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 작품 역시 이변이 없으면 CJ 쪽에서 배급을 맡을 수 있는 영화였지만 사실 배급에는 항상 이변이 생기는 상황인지라 CJ 측은 이 영화의 배급을 포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흥행면에서는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놈놈놈'을 포기하고 CJ로 넘겼던 쇼박스의 모습처럼 이번 작품역시 CJ가 아닌 쇼박스로 시나리오가 넘어갔다는 사실에 일단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시나리오 모니터에서 여러 작품들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흡입력이 센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오리지날 단편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장편을 읽었을 때도 이해력이 빨랐고 이 영화의 개봉을 갈망하던 사람중의 한 명이 되어버렸다.

뚜껑이 열리고 역시 류승완 감독, 역시 임원희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그러나 단편이 장편으로 변하면서 버려야 할 것도 많았다.

영화가 장편인지라 스케일이 커야했기 때문에 기존 불량배를 처단하던 컨셉에서 더 영역을 확장해야 하였으며 단편에서 양수리 촬영센터 위주의 촬영에서 탈피해서 서울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아루러야 하는 촬영장소 물색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해외로케에 대한 압박감을 간단히 우습게 물치쳤으니 동국대, 용평리조트, 영종도 등의 잘만 꾸미면 해외로케에 버금가는 촬영장소로 사용될만한 장소들로 물색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상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실 과거 장진 감독이 리포터(?)로 활약하던 SBS의 대표적인 버라이어티 쇼였던 '좋은 친구들'의 '헐리웃 통신'이라는 코너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깐 지금으로 따지면 청계천에서 촬영을 하고서는 세느강이라고 아예 작정하고 뻥을 치는 것이나 같은 상황이다.

 

 

이 영화는 기존 첩보영화에 대한 오마쥬이자 패러디이기도 한 작품이다.

또한 한국 액션영화에서 보여준 장면들에 대해 색다른 시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부제가 '악인이여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라'의 경우 얼마번 본인의 영화 리뷰에서도 소개한 박노식 감독의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의 제목을 일부 차용한 것부터가 예전 첩보영화에 대한 향수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믹 첩보영화인 '겟 스마트'나 첩보영화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도 어느정도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오스틴 파워'식의 화장실 유머도 약간 감미하여 아주 변종중의 최고의 변종 B 무비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영화의 특징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국내에서만으로 촬영을 했음에도 외국로케를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뻔뻔함이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김좌진 장군과 김구 선생이 이야기는 장소를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설정한데에 그것이 있다.

유치 찬란한 대형 자막으로 표기한 이 곳은 아무리 봐도 한강고수부지인데 이런 뻔뻔함은 영화의 런닝타임이 지나갈 수록 더욱더 막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B 무비의 미학은 작정하고 B 스러움을 전국 온만방의 사람들에게 알리는데에 있다. 그렇기에 작정하고 만는 옥의 티는 이 영화의 큰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액션면에 있어서는 기존 액션영화에서 보여주는 무게감을 여전히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류승완 감독이 성룡영화를 좋아하며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비롯해  항상 그의 영화들에게 보여지는 액션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지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동생 류승범과 더불어 영원한 류승완 감독의 파트너인 정두홍 무술감독이 보여주는 액션이라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푸로(?)가 부족한 작품이다.

시나리오에서 읽었던 유치함의 극치를 영화로 옮기면서 그 유치함이 조금 완화되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오히려 고급스럽게 유치해졌다고 해야할까? 작정하고 빈틈을 준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빈틈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오히려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빈틈이 더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즐거운 것은 단편에서 보여준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후시녹음을 장편에도 적용한 것이 바로 그것인데 쓸대없는 리엑션과 마치 에드립을 하고 있는 듯한 대사들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B 스러움을 더욱더 유지시키는데 큰 작용을 하고 있었다. (어떤때는 싱크와 맞지 않는 대사도 보이고 공효진이나 류승범은 아예 어색하게 대사를 하고 있다. 아마도 작정하고 그러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 후시녹음을 잘 활용한 사람은 바로 소녀 역을 맡은 황보라이다.

이 영화에서는 황보라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 이는 남박사 역을 맡은 김영인 씨의 목소리 대신에 영화사 씨네 2000의 이춘연 대표의 목소리로 대체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소녀 역을 더빙한 사람은 재미있게도 '달빛천사'와 '개구리 중사 케로로' 등의 목소리로 익숙한 이용신 씨의 목소리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소녀는 한 가지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성적인 목소리를 들려줄 때는 마치 남자스럽지만 다찌마와 리를 몰래 사모하는 장면들에서는 갑자기 소녀 목소리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가 뒤죽박죽 나오면서 더 알 수 없는 소녀라는 케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것 역시 류승완 감독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목소리가 변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반영한 설정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너무 즐겁다.

하지만 어딘가 몰려오는 이상한 허전함은 뭘까?

단편만큼의 즐거움을 기대했던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매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단편버전을 사랑하신 분들에게는 강추하고픈 작품이다.

세상이 참 어수선하다. 영화속 엉터리 외국어와 엉터리 자막처럼 이 세상도 참 모든게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한 지금 그나마 이 영화가 우리에게 있어서 다행이다.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다찌마와 리...

 

 

PS. 아참 이 영화에서 의외의 인물이 있다.

잠시 출연한 힙팝 듀오 '리쌍' 되겠다.

특히 길이 보여주는 대사 중에 '차가운 흙으로 만든 요에 구름 이불을 덮고 잠들게 해주마' 식의 대사는 이들의 음악적 감각이 영화속 대사에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들이 부르는 주제가 역시 정말 최고다....

 

아울러 이 영화의 엔딩에는 좀 어려운 낱말이 하나 등장한다.

FILM 2.0 400호를 혹시 읽어보신 분이라면 '법정허락제도'라는 단어에 약간 어려움을 느끼실 것이다.

이 작품은 법정허락제도로 의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러니깐 확실한 원작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 법원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이 영화를 만든 영화사 외유내강은 이 영화의 단편 원작의 저작권을 류승완 감독이 가지고는 있었으나 완전한 저작권은 아니었다.

단편 원작의 저작권자인  씨네포엠이 지금은 폐업한 상태이므로 저작권 소유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법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이 영화는 상당히 단순하고 쉬운데 말이다.

 

 PS 2. 당연한 얘기겠지만 장편을 보시기전에는 꼭 단편버전을 보시기 바란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30분 이상의 중편영화이다.

단편버전은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p2p 사이트로 밖에 보지 못한다. (류승완 감독님 이해하시죠?)

아울러 극장에 가실때는 느끼한 크림빵과 탄산없는 달콤한 오랜지 쥬스 하나 들고 가셔도 좋을 영화다.

이 영화는 오히려 이런 느끼해보이는 음식들과 어울리는 영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