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비몽'☞소통을 거부하는 김기덕? 그건 아냐!

송씨네 2008. 10. 13. 23:18

 

 

 

 

 

 

아니,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

청순함과 도도함이 보이는 이나영과 일본과 한국에서 고루 사랑받는 꽃미남 배우 오다기리 조가 만난다는 것 말이다.거기에 늘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올때 마다 관객들의 의문을 자아내게 만드는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꼭 어색하지만은 않은 것이 김기덕 감독은 이미 전번에 '숨'이란 작품을 통해 장첸을 기용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대사가 없이도 상황전달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 소통이 잘 안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그런지 김기덕의 영화들은 항상 어려웠고 그의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을 받은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김기덕은 여전히 괴짜 감독이었고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감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 사는 도장 제작자이자 공예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내  '진'은 매일 밤마다 악몽을 꾼다.

옛 애인과 섹스를 하고, 그리고 교통사고를 내는...

그런데 꿈에서 깨어난 그는 웬지 모를 이상함을 느낀다. 꿈 치고는 너무 생생했기 때문이다.

꿈 속의 사고 현장을 직접 가보니 정말로 사고가 일어났었고 그 사고는 '진'이 아닌 한복 디자이너인 '란'이 일으킴을 알게 된다.

그러나 '란'은 잠만 자고 있엇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몽류병 환자인 '란'과 의도되지 않게 악몽을 꾸는 '진'...

그리고 그 악몽에 따라 역시 의도되지 않은 사고를 내는 '란'...

악순환은 되풀이 되지만 해결방안도 없다.

서로 잠들면 안되는 상황... 과연 이들은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김기덕 영화이자 아시다시피 그의 영화의 특징은 관객에게 특별히 설명을 하지 않으며 그 설명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역시 '소통'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멀티플렉스 씨너스를 통해 '활'을 독점 배급하고 '시간'을 몇몇 극장에서 배급하고 상영하는 방식으로 제한된 만남을 했던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작품들이 연달아 실패하고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예 그 소통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내에서 자신의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화사이자 배급사인 스폰지와 파트너가 되면서 조금씩 방식을 바꾸게 된다.

조금씩 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영화의 배급망을 점차 늘리는 것으로 방식을 바꾸게 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영화를 이해해주는 관객이 나오길 바랬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결과는 그가 직접 감독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시나리오를 섰던 영화 '영화는 영화다'(장훈 감독 작품...)를 통해 그의 진심이 어느정도 확인되었고 관객들도 '김기덕 영화가 맞나?'라고 의심할 정도로 그의 영화 스타일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영화의 리뷰를 예술영화 쪽 카테고리에 쓰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김기덕의 이번 작품도 늘 그가 그랬듯이 짧은 제작기간과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번 작품을 상업영화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넓은 배급망으로 많은 극장에서 그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번 영화도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나비가 등장하고 꿈과 현실의 공간에서 방황하는 두 청춘남녀를 보여주면서 몽환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미셀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헛갈리는 장면도 있고 지나치게 가학적이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또한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물론 이것이 김기덕 영화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겠지만 과거의 영화들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덜 가학적이고 덜 선정적이라는 점에서 김기덕 감독은 관객과 약간의 소통을 시도해보려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김기덕 영화였다면 영화상영 도중에도 관객들이 많이 빠져 나갔을테지만 이번 영화 '비몽'에서는 상영도중 밖으로 나간 관객들의 모습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난해한 작가주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장동건을 비롯해 하정우, 조재현등의 거물급(당시에는 별로였지만 지금은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배우들을 기용함으로써 놀라운 섭외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울러 조재현과 지아 등의 배우를 통해 김기덕만의 폐르소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번 작품에서도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라는 다소 예상을 깨는 듯한 캐스팅 속에서 과연 김기덕 영화와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우려를 단숨에 무너뜨릴 정도로 두 남녀 배우는 김기덕 스타일의 영화에 매우 놀라운 적응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마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가 아마도 오다기리 조를 추천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기덕 감독에게 말이다.)

 

 

꿈과 현실이라는 몽환적인 상황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했다.

자칫 잘못하면 졸음 쏟아지는 영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꿈으로 상대방을 컨트롤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록 영화이긴 해도 최면이나 기타 상황으로도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엉뚱해보이긴 해도 실현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것도 아닌 듯 싶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나비가 자주 등장한다.

나비는 자유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나비는 어쩌면 아무런 욕심도 없는 해탈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두 사람은 다소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유를  얻었고 그 자유는 나비를 통해 형상화된다. 물론 김기덕 감독은 여전히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거부하면 아무래도 이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나 싶어서 였는지 예정에 없던 나비가 날아가는 장면을 영화 말미에 CG로 처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기덕 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문을 열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가 늘어난 것도 그 모습중 하나이며 불친절한 과거의 영화에 비해 이 영화는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안타깝게도 김기덕의 영화는 어렵다.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다각도로 관객과의 만남을 추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한명의 괴짜 감독 장선우도 이제는 관객들이 이해를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PS. 물론 아무리 소통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한편으로 김기덕 감독은 여전한 고집쟁이로 보인다.

일본인인 오다기리조와 그를 제외한 모든 한국인의 대사가 척척 맞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통역을 해줘야 하거나 혹은 둘 중 하나는 일본어를 알아야 하거나 혹은 한국어를 알아야 되는 상황이지만 김기덕 감독은 그 어떠한 이해를 관객에게 구하지 않았다.

여전히 뭔가 그 소통을 막는 듯한 모습이다. 김기덕 감독은 여전히 고집쟁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