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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던보이'☞정지우 감독... 옛날 사랑을 이야기하다!

송씨네 2008. 10. 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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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이 신작을 가지고 돌아왔다.

'해피엔드'를 들고나와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던 그는 그러나 그 후속작들은 여전히 작품성은 높았어도 관객과의 소통에는 실패한 듯 보였다. '사랑니'라는 작품으로 김정은을 내세워 독특한 사랑이야기를 만들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니깐 홍상수나 김기덕 감독처럼 어려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아닌데도 어렵게 관객에게는 보였던 것...

정지우 감독은 어쩌면 '소프트 김기덕'이었는지도 모르는 셈...

이 영화가 개봉된지가 좀 지났지만 이제야 이 영화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내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아마도 여전히 난해하게 다가온 관객들의 반응들을 나 역시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이 영화를 좋지 않게 본 이들에 대해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937년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는 해명과 신스케는 한국인과 일본인이지만 나라를 뛰어넘어 이들의 우정은 매우 크고도 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밀구락부에서 로라라는 여성을 발견한다. 모던뽀이, 그러니깐 당시 최고의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던 남자 혹은 바람둥이에 가까웠던 그는 로라라는 이 여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한 그는 양장점에서 일하는 그녀를 발견하고 총독부 고위층으로 사칭을 한다. 그러니깐 해명의 친구인 신스케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로라라고 불리우던 그녀의 이름은 난실...

밤에는 비밀구락부에서 가수이자 댄서로, 낮에는 양장점에서 일하는 여인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조선총독부에 출근하는 해명을 위한 이른바 '러브러브 벤또'가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이 사건으로 해명은 난실을 의심한다. 더구나 의심스러운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여가수 뒤에 실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난실이었으니!(이거... 무슨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도 아니고...) 그러나 그녀의 정체는 다른 것에 있었으니...

 

 

 

 

또 1930, 40년대 이야기이다.

최근 한국영화에 불어닥친 열풍은 복고이다.

'품행제로'나 '말죽거리 잔혹사', 그리고 최근 '고고 70'처럼 아예 1970, 80년대를 무대로 하거나 거기서 그 뒤로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 강점기 시대로 가고 있으니 이게 무슨일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우연치 않게 이런 30,40년대 배경의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원스 어 폰 타임', '라듸오 데이즈',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 모두가 1930, 40년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 '모던보이'를 제외하고도 황정민, 엄지원의 '공중곡예사'(가제)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최근 한국영화는 복고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과거 1940,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인지는 몰라도 애국심을 유발시키는 메시지가 주 내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영화들은 물론 애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애국보다는 그 외의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락적인 상황을 더 중점을 주고 있으며 애국심은 그 뒤라는 것이다. 애국주의, 자국주의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 영화의 제작사인 강우석 사단의 'KnJ'의 영화들 '한반도'나 '신기전'보다도 애국지수(?)가 낮은 편에 속하다고 볼 수 있다.)

'모던보이'의 난실과 해명 역시 그런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애국지사, 독립운동가의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대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안타까운 만남과 이별이 주 이야기가 될테니깐 말이다.

 

 

 

그런데 관객들은 여전히 정지우 감독의 영화가 어렵다고 한다.

'사랑니'의 실패 때문인지 몰라도 정지우 감독의 이번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작보다 더 편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아니, 오리려 그의 초기작인 '해피엔드' 보다도 더 편하고 유쾌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약간의 어색함이 관객에게는 조금 더 큰 어색함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김혜수가 노래를 불러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빈약해 보여서 그런 것일까?

나는 모두 아니라고 본다. 김혜수가 노래에 도전한 것은 의외였지만 재즈 가수 웅산 씨(tvN의 '리얼스토리 묘'의 MC로 활동하고 있는...)의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점과 최근 영화 '고고 70'의 안무감독으로 활동한 안무가 곽용근 씨의 혹독한 훈련이 없었다면 김혜수의 이런 연기 또한 보지 못했으리라 본다. 김혜수의 도전정신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의 원작은 이지민 씨의 소설 '모던보이: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은 이미 드라마 '경성스켄들'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 이지민 씨의 원작소설를 토대로 만들어진 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들이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일본어 대사가 은근히 많다.

또한 이보영이 등장했던 '원스 어 폰 타임'과 마찬가지로 일본어 노래도 조금 많은 편이다.

하지만 너무 일본 노래가 자주 등장해서 그런지 몰라도 거부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비밀구락부라는 특성상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텐데 말이다.

 

 

 

복고의 시대이다. 1940년대와 1970년대...

원더걸스나 씨야 같은 여성 가수들은 복고적인 무대를 펼치고 있고 한국영화에도 복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이 그리운 이유가 도대체 뭐길래... 어제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오늘의 하루는 정말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만 어제 없는 오늘 없고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복고가 대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싶다.